[이론과정책]"금리인상보다 세제정비로 자산 거품 관리해야"

조준상/편집위원 sang21@hani.co.kr
박승 신임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4월16일 "시중에 지나친 통화량이 풀렸다"며 조만간 현재 4%인 콜금리(시중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간 단기금리)를 올리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동시에 그는 꽤 의미심장한 발언을 덧붙였다.

"우리나라 증시는 저평가돼 있으므로 주가가 더 올라야 하며, 다만 단기간에 급등하지 말고 꾸준히 상승해 1000포인트, 1500포인트까지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시중자금의 증시 유입을 부추기는 발언에 해당한다.

한은이 올해 1분기 총통화량(M3) 증가율이 12% 초반으로 한은의 연간 감시범위(8~12%)를 벗어났다고 발표한 것도 콜금리 인상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하반기 총통화량 증가율이 2000년 5.6%에서 2001년 9.6%로 늘어나고 올 1월부터 11%대 후반으로 상승했다.

가장 큰 원인은 저금리에 따른 가계대출 급증으로 한은은 분석한다. 올해 1분기 가계대출 증가액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4.6배 늘어난 17조4천억원이었다.

하지만 콜금리 인상은 가계의 채무상환부담을 크게 늘리고, 이는 경기둔화의 촉발제 요인이 될 수 있다. 국내 은행과 비은행에서 취급한 가계신용잔액은 지난 1월 말 현재 341조7천억원이며, 이중 금리 상승에 대출금리가 직접 영향을 받는 일반대출과 주택금융은 265조3천억원이다.

평균 대출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면 가계의 이자부담은 약 2조6천억원 늘어나는 셈이다. 반면 지난해 실질임금이 제 자리 걸음이었고, 올해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 인상은 2000년 8월11일 일본은행의 '제로금리' 해제, 97년 당시 일본 하시모토 정부의 소비세 인상에 따른 충격과 비슷한 효과를 줄 수 있다.

당시 일본은행은 일본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고 판단해 1999년 2월부터 0.02%로 유지해 오던 콜금리를 0.25%까지 인상했고, 이는 일본 경기침체를 가속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 재정적자를 2005년까지 해마다 국내총생산의 3% 안으로 억제한다는 재정구조건전화법에 따라, 하시모토 정부가 97년 4월 3%이던 소비세를 5%로 올린 뒤, 95년 1.5%, 96년 3.9%로 높아지던 성장률은 97년 0.8%, 98년 마이너스 5.8%로 곤두박질쳤다.

문제의 핵심은 현재의 자산시장 인플레이션, 이에 따른 자산시장의 거품 억제는 금리를 통해 달성할 수 있는 목표가 아니다는 점이다. 올해 1분기 가계대출 규모가 급증한 데는 자산시장, 특히 증시와 부동산 가격의 상승에 대비한 가계의 가수요가 크게 작용했다. 가계대출을 받아 자산시장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크게 늘어났다는 얘기다.

이를 억제하기 위해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비율을 낮추는 등 미세조정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안 된다. 자산시장 가격을 안정시키는 방법은 세제를 정비하는 것밖에는 없다.

증시 안정은 민주노동당의 주장대로 △자본이득세(유가증권양도차익과세) 도입 △증권거래세 인상 △증권사 자율에 맡겨져 있는 위탁증거금률(주식을 사기 위해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 최소한의 현금과 주식의 비율) 설정 권한의 금융감독기관 이전 및 상향조정 등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이는 가수요 대출을 억제하는 효과적인 방책이다.

부동산 가격 역시 민노당이 끊임없이 제기해 왔듯이, 그동안 대폭 완화한 거래세 인상 등 실수요자 중심의 세제 개편을 통해 점진적인 하향 안정을 꾀해야 한다.

주류학계 일각에서도 금리 인상은 "자산가격조정과 담보가치 하락으로 예상보다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증시 및 부동산 관련 세제를 강화하고 정비하는 것은 자산시장의 거품 형성을 막아 한은이 그토록 염려하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조기에 차단하는 효과도 있다.

한은은 지난 4월15일 올해 경제성장률을 애초 3.9%에서 5.7%로 상향 조정했다. '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성장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인 잠재성장률이 5% 안팎인 점에 비춰, 하반기에는 본격적인 인플레 압력이 예상돼 선제적인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한다.

금리 인상은 수출이 늘어나는 시점, 미국 연준이 금리를 올리는 시점을 잡아도 늦지 않다. 지금은 오히려 세제를 통해 자산 거품을 다스려야 할 때이다. 그런 정책 건의하는 정부에 하지 않고 주가가 1000포인트, 1500포인트 가야 한다고 말하는 신임 한은 총재를 보면 정말 걱정이 앞선다.
[84호] 4.22 ~ 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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