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논란과 현 경제 상황

이정현(노동자의 힘 회원)

미국에서 금리를 올리기 전에 한국에서 먼저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얘기서부
터 금리인상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얘기에 이르기까지 신문방송마다 금리를 둘
러싼 논쟁이 심심챦게 올라오고 있다. 그리고 꼭 경제상황이 들먹여진다. 대
체 경제상황과 금리는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기에?

현대는 금융자본주의라고도 불리고 신용자본주의의 말단이라고 불리기도 한
다. 금리는 현대 자본주의 경제의 경기조절 정책 수단인 재정·금융정책에서
핵심적인 지위를 차지한다. 각국의 정부는 금리를 내렸다 올렸다 하면서 통화
수급량을 조절함으로써 경기부양 혹은 경기억제책을 구사하게 된다. 정책 기
준 금리에 해당하는 콜 금리는 초단기 자본 이자율이다. 시장 실세금리는 이
정책기준 금리와 달리 3개월 만기 회사채 수익률을 기준으로 하고 있고 장기금
리에 해당된다. 저금리 정책은 정책기준 금리를 시장실세금리보다 낮게 책정하
고 유지하는 것을 통해, 고금리 정책은 그 반대 수단을 통해 자금이 정책 당국
의 기대대로 배분되도록 하는 것이다. 정부는 현재 저금리 정책기조를 유지하
고 있으며, 따라서 현행 정책기준 금리는 작년 10월 이후 4%로 고정되어 있는
상태이고 사실상으로는 제로금리 상황에 있다. 그러나 시장 실세 금리는 6%대
를 넘나들고 있고, 최근에는 경기회복 기대가 부풀어 올라 실세금리가 오름세
를 나타내고 있어, 장단기 금리 격차가 확대되는 추세이다.

현재의 저금리 정책은 침체상을 벗어나지 못하던 작년 10월 이후 정부가 적극
적인 경기부양책에 나선 것의 표현이다. 이를테면 재정지출 확대에 따른 재정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국고채를 발행하고 정책금리를 동결시켜 시중에 자금을
뿌린 격이다. 정책금리 동결의 효과는 금융기관과 자본시장의 구조를 통해서
확산된다. 예로 각 시중은행은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으로부터 정책금리 기준에
의거하여 통화를 공급받아 기업, 가계에 대출하고 대출받은 기업이나 가계는
이를 설비투자나 부동산투자 혹은 주식투자에 이용한다. 이 자금의 순환고리
의 핵심에 금리가 있다. 경기침체 시기에 채택되는 저금리 정책은 소비의 활성
화를 통한 경기부양이 목표가 된다. 기업의 설비투자를 활성화시키는 것, 가계
의 소비지출을 늘리는 것이 양대 축이지만 설비투자도 역시 해당 설비에 대한
소비를 의미하므로 소비를 통한 경기 호순환 고리 형성을 목표하는 것이다. 정
부는 주택경기 활성화를 통한 건설경기 부양과 증시 부양을 핵심수단으로 하
여, 지금까지와는 달리 대외경제 여건을 우려하면서 수출보다는 내수를 축으
로 이 목표를 달성하고자 했고, 단기적으로 볼 때는 그 정책기조가 성공한 것
처럼 보인다. 경기는 과열을 우려할 만큼 각 지표에서 상승세를 보이고 당국자
들과 재계 공히 우려했던 투자와 수출도 3월을 지나며 지표호전이 보고되면
서, 4월에는 수출금융 지원도 결정하는 등 본격적인 상승 중인 경기지표들을
내부화하는 과정으로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기호전과 함께 장-단기(정책-시장) 금리 격차가 벌어지게 되고 이것
이 불씨가 되어 경기부양 효과를 갉아먹힐 것을 우려하면서 금리 인상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금리인상 논자들의 주장을 요약하자면 지금과 같은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면서
경기부양책을 고수할 경우 성장률은 올라가고 당분간 경기상승을 기대할 수 있
으나 부동산과 주식시장 등 자산 시장이 과열되어 문제될 수 있으므로 금리를
인상해서 이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금리인상 시기상조를 주
장하는 논자들은 수출과 설비투자가 본격 회복되지 않은 시점에서 금리인상은
경기회복세를 주저앉힐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갑론을박 속에서 정부의 공식입장은 4월 하순경까지는 금리인상 쪽으로 가닥
을 잡아가는 듯했다. 그러나 4월말과 5월 들어서면서 금리 인상기조, 정책 중
립성 논의는 다시 주춤하고 있다.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대외경제, 결국
수출 가능성 등을 좌우하는 미국경제에 대한 우려가 가시고 있지 않기 때문이
다. 미국경제는 아프간 전쟁을 통해 겨우 생명선을 거머쥐면서 3월에는 올해
성장률이 6%대도 가능하다고 호언되더니 또 다시 재정적자 문제를 포함하여 침
체로 경도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들이 쏟아지고 있다. 만일 미국경제가 주저
앉을 경우 세계경제에의 파급력은 계산을 불허하는 형편이고 한국경제 역시 풍
전등화다. 그래서 현재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면서 내수를 계속 부양하고 수출
을 오히려 보조 축으로 늘려나가는 방향을, 올해 대선을 앞둔 권력 쪽이 추구
하고자 하는 것이다. 만일 이 시점에서 정책금리를 인상한다면 그나마 경기회
복을 지탱시키고 있는 내수의 큰 축인 가계 쪽이 심각하게 타격을 받음으로써
급속하게 경기회복세를 꺾어버릴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현
재 이른바 고용유연화를 축으로 한 노동자 민중 착취 수탈 체계의 재편을 통
해 단맛을 보고 있는 자본측에게 타격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결국 정권과 자본은 현재 경제정책 상으로 어떤 선택도 자유롭게 할 수 없는
처지에 있다. 가까스로 회복세를 유지시키는 것만이 대선을 앞둔 현 정부가 택
할 수 있는 선택지다. 그리고 정부는 이를 위해 노동자 민중이 더 희생해 줘
야 한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거듭해서 정부는 '구조조정만이 살 길'이라고 여
전히 반복해서 외치고 있는 것이다. 금리 인상논란의 성격은 그래서 반노동자-
민중적이다.




소득격차가 심각하다는 통계청 발표가 드러내는 정치성과 계급성

통계청은 4월26일자 조간부터 사용하라고 [2000년 가구소비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2000년 12월31일을 기준으로 전국의 약 27,000 가구를 조사한
결과로, 1991년, 1996년에 이어 세 번째 조사된 것이다.
이에 따르면 소득분배 동향을 알려주는 한 지표인 지니계수(0에 가까울수록 소
득분배가 평등함을 나타냄)가 96년에 0.290이던 것이 00년 0.351로 0.061포인
트가 높아졌고, 소득 5분위 배율(하위 20% 소득계층의 소득에 대한 상위 20%
소득계층의 소득 배율)도 96년의 4.74배에서 00년에는 6.75배로 2.01포인트 높
아졌다. 한마디로 소득격차가 대폭 확대된 것이다.
통계결과는 계속해서 근로자 가구와 사업자 가구별 소득분포를 보여준다. 근로
자 가구의 경우 지니계수는 0.256에서 0.291로 0.035포인트 높아진 반면, 사업
자 가구의 그것은 0.293에서 0.389로 0.096포인트가 높아졌다. 5분위 배율도
근로자 가구의 경우 3.85에서 4.68로 0.83포인트 높아진 데 비해 사업자 가구
의 경우 4.54에서 7.34로 2.80포인트 높아졌다. 한마디로 근로자 가구에 비해
사업자 가구내의 소득불평등이 훨씬 더 심해진 것을 드러내고 있다.
이 통계는 우선, 대통령 아들들의 비리부패로 정권이 코너에 몰려 있는 시기
와 통계발표 시점이 겹쳐 묘하게 하나의 정치성을 발휘하게 되었다. 요컨대 전
반적으로 소득격차가 벌어졌지만, 특히 사업자 가구 내 불평등이 더 심화되어
대자본과 소자본간의 격차가 큰 것이 부각되면서, 대자본에게 정치적 부담을
안길 수 있다. 이 효과는 현재의 지배세력 내 대선 구도에서 현 정권의 운신
의 폭을 넓혀줄 수 있다. 통계의 정치성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우리는 이점을 다음과 같이 파악할 수 있다. 1996년부터 2000년까지 자
본의 집중이 급속하게 일어났고, 자본의 자본에 의한 수탈이 가속화되었다. 사
업자 가구내 소득불평등 심화는 바로 그점을 말해준다.
근로자 가구내 불평등은 오히려 소폭 벌어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점이 보여
주는 것은 일단 노동자간 소득은 그만그만하다 아니면 거기서 거기다 라는 점
이다. 그런데 민주노총 대의원대회가 끝나고 나가는 대의원들의 차량이 벤츠에
서부터 시작해서 걸어나가는 더 많은 대의원이 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통계
가 왠지 허구같아 보인다. 통계의 계급성이라고나 할까?
엄격한 숫자로 나타내지고 그래서 뭔가 객관적 근거인 것 같아 보이는 통계 결
과들이 사실은 이 사회 지배자들에 의해 너무나도 정치적으로, 그리고 너무나
도 계급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 하는 얘기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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