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자유치" 거품물더니...이게 뭐야

'외자유치'의 비극적 결말 것보라, 투기자본만 배불리고 거덜났다 증권 3사, 주식 변칙거래 등으로 차익 챙겨 떠날 생각만

우리나라 금융기관의 큰 줄기는 다 외국인 손에 넘어갔다. 증권업도 예외는 아니어서 이름을 영문으로 바꾼 회사들이 즐비하다. 그렇다면 외국자본에게 넘어간 증권사에서는 그 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가장 최근에 문제가 되고있는 조지 소로스는 치고빠지기로 투기자본의 속성을 잘 드러낸다. 소로스는 외환위기 직후인 99년 1월, 경영난에 빠졌던 서울증권의 지분 32%를 675억원에 사들여 대주주가 된다. 소로스는 당시 "서울증권을 퀀텀펀드 주문을 처리하는 투자전문회사로 키워 한국 금융시장에 선진금융기법을 전수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최근 액면 2,500원짜리 주식에 1,500원의 고율 현금배당을 발표했다. 그 자체도 충격이었지만, 이 발표로 주가가 급등한 틈을 타 시간외매매를 통해 6.28%에 해당하는 350만주를 주당 8,530원에 팔아치움으로써 경악케 했다.

2000년 11월 우량 일은증권을 인수한 리젠트그룹은 진승현게이트, 리젠트증권 주가조작사건 등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급기야 리젠트종금이 예금인출사태로 영업정지되고, 리젠트화제는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됐다. 리젠트그룹의 한국내 금융지주회사를 표방한 KOL은 그 해 12월의 일은증권 임시주총과 이사회에서 리젠트종금과 리젠트화제에 1,200억이 넘는 자금을 지원하라고 강요하는 일이 벌여졌다. 이는 노조원은 물론 기존 경영진마저 수용할 수 없는 것이었음에도, 일은증권 사장을 KOL 회장인 피터 에버링턴으로 교체하며 강수를 두었다. 이에 금감원이 '법령을 위반해 부당하게 계열사를 지원하는 사례가 없도록 하라'는 공문을 보내고, 노조가 강력한 투쟁으로 맞섰음에도 뜻을 굽히지 않는 등 안하무인의 태도를 보인바 있다.

굿모닝증권의 경우 외자 대주주컨소시엄이 주식할인발행(액면가 5,000원-발행가 1,250원)으로 경영권을 인수했다. 회계처리상 배당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주가가 액면가 이상으로 오른 지난해부터 장내매각으로 일부지분을 정리해 원금을 회수했다. 최근에는 신한금융지주회사에 주당 7,200원에 매각함으로써 4년도 안 돼 5배의 차익을 챙겨 한국을 떠나려하고 있다.

주주는 기본적으로 기업이 돈을 벌어 그 이익을 배당하기를 바란다. 또한 살 때보다 비싸게 주식을 팔아 수익을 남기는 게 주식시장의 생리다. 이런 시각으로 보면 위의 세 경우 중 둘은 비난할 근거가 없다. 그러나 과연 그런가.

서울증권의 경우, 발표대로 고액배당을 하면 총배당금은 836억원인데 이는 회사가 지난해 벌어들인 순이익 400억원보다 두 배나 많은 액수다. 회사야 어찌 되든 투자수익을 챙기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고액배당을 발표해 주가가 급등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시간외매매로 일반투자자들 모르게 지분일부를 팔아치웠다는 점이다. 이로써 소로스는 모두 570억을 챙겼고, 이는 처음 투자한 675억원을 대부분 회수한 결과가 된다. 게다가 여전히 대주주의 지위도 유지된다. 배당을 결정하고 주식을 매각할 수 있는 대주주의 권리를 이용해 다른 투자자를 제물로 이익을 챙기는 게 소로스가 말한 선진금융기법인가.

KOL의 행태는 두 말할 나위도 없다. 외환위기 이후 국제적 컨설팅사들이 한국의 재벌구조해체와 구조조정을 강요하면서 선진금융기법전수를 들먹였지만, 그들 또한 지주회사를 통해 재벌 뺨치는 불법자금지원을 공공연히 행하려 했던 것이다. 이 회사 저 회사 인수해서 베팅해보고 실패하면 우량회사를 또 인수해 물타기 하겠다는 투기적 성격의 발로다. 이는 한국 노동자는 물론 금융감독기구까지 유린하는 짓이다.

굿모닝은 또 다른 측면에서 외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배당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주가상승으로 자본차익을 챙겨 '본전'을 건진 다음 남은 지분은 프리미엄을 더해 팔아치운 것이다. 외형상 도덕적 지탄을 덜 받는 주식의 장내매각과 인수합병(M&A)을 이용함으로써 자본의 속내를 가린만큼 되레 더더욱 경계가 필요하다.
결국 증권업계를 장악하고있는 외자의 본질은, 현정권이 외자유치의 명분으로 내세운 선진금융기법 전수의 순기능은 전무하며, 그들 자신이 그것에 관심도 없고, 한국의 금융시장과 노동자 민중은 아랑곳없이 오직 투자자금을 최대한 불려 회수해가는 게 목적인 투기자본에 지나지 않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김병국/ 증권산업노조 굿모닝지부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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