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6 투쟁 제안②] 국가기간산업 사유화 무엇이 문제인가?

[편집자주] 오는 26일 오후1시 서울에서는 '공무원노조 탄압 분쇄와 공무원 노동3권 쟁취를 위한 전국 총력투쟁 결의대회'가 개최될 예정입니다. 공무원노조는 지난 3월 23일 출범대회를 가진 이후 정부의 대대적인 탄압을 받으면서도 산하 12개 본부와 수백개의 지부를 건설하는 등 조직이 강화되고 확대되는 성과를 이루었습니다. <문화사회>에서는 이번 총력투쟁의 주요 과제이기도 한 주5일근무제 도입과 국가기간산업 사유화에 대한 두 개의 글을 싣습니다. 함께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전국 공무원 공공노동자 총력투쟁 결의대회]
- 일시 : 2002년 5월 26일(일) 13:00
- 장소 : 서울지역(추후공지)
- 주최 :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연맹

=======================================================

국가기간산업 사유화(민영화, 각주1) 무엇이 문제인가?

철도·발전·가스노조가 지난 2월25일 동맹파업에 들어가면서 국가기간산업의 사유화문제가 '새삼스럽게' 사회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발전산업노조의 38일간 파업은 비록 노정합의로 인해 그 의미가 퇴색되기는 하였지만, 국가기간산업의 사유화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만들어내고 공론의 장으로 이끌어냈다는 커다란 성과를 얻었다.

그러면 김대중정권이 정권의 핵심과제로 삼아서 추진하고 있는 국가기간산업의 사유화는 도대체 어떠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가?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먼저 김대중정권이 지금까지 추진해온 공공부문 구조조정에 관해서 간략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대중정권은 금융 기업 공공 노사 등 이른바 '4대부문 개혁'을 경제위기를 빌미로 이해 당사자를 배제한 것은 물론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치지 않고 채 일방적으로 몰아 부쳐왔다. 특히 공공부문은 정부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정권은 개혁추진의 표본으로 만드려 했다. 그러나 4대부문 개혁이라는 것은 알고 보면 세계 자본주의의 주도적인 흐름인 '신자유주의' 정책을 국내에 실현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즉, 국내시장에 대한 무차별적 개방·노동시장에 대한 유연화·기업활동에 대한 규제완화·알짜 공기업의 매각 등을 핵심내용으로 하는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의 이식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지난 4년을 통해서 충분히 확인되었다.

그런데 공공부문의 구조조정은 기간산업이나 공기업의 민영화, 즉 사유화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4년간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공무원을 비롯한 공공부문 노동자들에 대한 정리해고가 상당부분 진행되었다. 그것도 외국에서는 십수년이 걸려서 겨우 달성했던 것을 불과 3-4년만에 해치우고 이것을 무척 자랑스럽게 말해 왔다. 그 결과 현장에서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는 훨씬 강화되었고, 또한 공직사회에도 비정규직이 대폭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사실은 통계적 수준을 넘어서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공무원들 역시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공공부문 인원감축 추진현황(각주2)

그런데 인력감축 이전에도 공무원 1인당 인구수가 선진자본주의 국가의 서너배에 달하고 있다는 OECD 보고서는 신자유주의에 기반해서 김대중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공공부문 구조조정의 핵심은 결국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의 강화'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기간산업의 사유화가 결국은 해당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의 악화는 물론 고용안정을 위협할 것은 너무도 자명한 일이다. 하지만 국가기간산업의 민영화는 노동자들의 고용문제만을 악화시키는 것에서 멈추지 않는다.

무엇보다 기간산업을 사유화하면 국민경제가 허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 문제다. 현실적으로 기간산업을 소유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규모의 재정이 요구되고 이를 감당할 수 있는 것은 해외자본과 몇몇 재벌에 국한된다. 따라서 기간산업의 사유화정책은 결국 해외자본과 재벌의 이익을 보장하는 것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이윤의 해외유출로 국부가 축소될 수밖에 없으며, 국민경제가 외국자본의 손아귀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가기간산업이 대체로 모든 산업의 토대라고 하는 인프라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두 번째는 공공서비스의 질이 저하된다는 것이다. 영국철도는 민영화 이후 빈발되는 사고와 적자노선의 폐지로 문제가 되었으며, 캘리포니아에서는 전력공급 중단사태가 벌어졌고, 한국에서 지역난방이 재벌로 소유가 바뀌면서 23.5%의 요금인상이 이루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사유화는 요금인상과 사고빈발 그리고 서비스질의 저하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실례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셈이다.

또한 실증적인 자료를 통해서 보면 김대중정권이 지난 4년간 추진해온 기간산업 사유화정책의 논리적 근거가 없다. 한편에서는 적자이기 때문에 사유화(민영화)가 불가피하다고 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흑자인 공기업을 민영화하고 있다.
만성 적자라서 민영화하겠다는 대표적인 사례가 철도다. 그러나 철도가 적자인 핵심적인 이유는 학생과 노약자에 대한 요금 감면, 벽지의 적자노선 운행, 군수물자 수송 등 공공서비스를 수행하는 것 때문에 발생한 것이며, 95년 특례법을 제정해서 이를 보상하도록 하였지만 정부가 보조금(PSO)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서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가스 통신 전력 등은 흑자기업임에도 민영화(사유화) 대상이 되었다. 정권은 이를 해외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기간산업을 매각하면 대략 200억 달러의 외화가 들어온다고 한다. 그러나 이미 2001년 11월15일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가 국내총생산(GDP)의 26%를 넘는 1008억 달러에 이른다는 한국은행 발표가 있었고 지나치게 많은 외환보유고 때문에 보관비용 논란이 벌어지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권은 공기업 민영화(사유화)정책을 수정하지 않고 있다. 현 정권이 사유화(민영화)정책의 모델로 삼고 있는 영국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철도민영화정책이 실패했음을 공식 선언하고 재국유화정책을 밝힌 바 있으며, 최근에는 민영화된 런던지하철도 다시 시에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발표가 있었다.

이처럼 논리적 일관성의 결여라는 점에서 정권이 기간산업의 사유화를 강행하는 것을 보면 다른 배경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즉 초국적자본의 이익을 대변하는 IMF(국제통화기금)와 미국의 요구로 공기업의 민영화(사유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갖는다. 다시 말해서 초국적자본과 소수재벌들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기간산업을 사유화하려는 것이다.

한국의 공공부문은 국내 총생산의 9%에 불과하다. 일본의 11%, 독일의 17.9%, 영국의 19.9%에 비해서도 현저하게 낮은 비중이다. 이것은 한국이 그만큼 공공서비스의 수준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대중정권이 진정으로 올바른 '개혁'을 하려면 오히려 공공부문을 확대해야 한다. 공공부문의 확충은 경제위기로 소득수준의 저하를 경험하고 있는 다수의 민중들에게 높은 수준의 공공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생활의 질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고용창출로 실업의 완충 역할을 하게 됨으로써 사회정의를 위해서도 대단히 바람직 한 것이다. 적어도 국가기간산업의 사유화는 중단되어야 한다.

※ 이 글은 <공무원노조>(2호)에 실렸던 글입니다.

각주1 : 일반적으로 쓰이고 있는 ‘민영화’를 영어로 번역하면 privatization, 즉 사유화(私有化)라는 의미가 된다. 실제로 국가적 소유 또는 공공적 소유를 사적소유로 전환한다는 점에서 민영화보다는 사유화라는 개념이 맞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영화라는 단어가 일반화되어 있는 것은 한국사회 발전과정에서 부정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관’에 반대되는 ‘민’을 앞세워 구조조정의 본질을 은폐하려는 일종의 이미지 조작행위이다. 실제로 발전산업노조의 파업 중에 실시한 국민여론 조사에서 ‘공기업 민영화’에 대한 여론은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으나 발전소매각을 통한 소유형태의 변경에 대해서는 80% 이상이 반대의견을 표출하였다. 자본과 정권은 바로 이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민영화는 곧 개혁’이라는 허위 이데올로기를 만들어서 유포시켜왔던 것이다.

각주2 : 국정2기 6개월 공공개혁추진(2001.2) 기획예산처

나상윤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연맹 기획국장)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클리핑기사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