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전 앞두고 눈꼽만큼도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총파업 인터뷰 4] 이상욱 현대자동차노조 위원장
"유보는 법안의 여지를 더 살려놓는 것, 일고의 가치도 없다"

미디어참세상은 26일 총파업투쟁을 앞두고 민주노조운동의 주요 지도부와 연속 인터뷰를 기획했다. 이석행 민주노총 사무총장, 백순환 금속연맹 위원장, 이호동 공공연맹 위원장에 이어 오늘 오전 이상욱 현대자동차노조 위원장을 만났다.

이상욱 위원장은 현대자동차노조 조합원 4만3천 명이 참가하는 파업투쟁을 준비중이며, 민주노총의 결정에 따라 29일 총파업투쟁을 결정해놓고 있다. 이상욱 위원장은 22일 이부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유보 발언에 대해 "유보 발언은 발언일 뿐이다. 무언가 명시적으로 이야기 된 것은 없지 않는가. 설령 명시되었다 하더라도 유보라는 것은 이후에 언제든지 상황에 따라 상정하고 처리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짤라 말했다. 한편 올 한해 현차노조의 여러 실천에 반성의 뜻을 표하고, 구속을 결의한 이상 흔들림없는 투쟁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오늘(19일) 연석회의에서 26일 파업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대자동차노조는 현장에서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현차노조도 지침과 총투표에 따라 26일 총파업투쟁을 준비중이다. 자동차확대운영위에서는 이미 하반기 투쟁에서 충실히 선도투를 한다는 결의를 했다. 22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현장 간부들의 직접적인 결의도 모았다. 현차의 경우 총파업투쟁이 결정되기 전부터 산업 전반에 걸친 불법파견의 비정규직의 문제, 한-일FTA 저지 등 전선을 치고 하반기 투쟁 기조를 잡은 바 있다. 지난 주에는 출근투쟁 중심으로 현장 투쟁 분위기를 다졌다.

현차의 내부적 쟁점은 없나
요번 파업투쟁의 요구안은 모두 현차의 요구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정규 악법의 경우는 물론이고, 한-일FTA의 경우도 자동차 산업에 끼치는 악영향을 말로 다할 수 없다. 손배가압류나 파병연장동의안 문제도 마찬가지다. 총파업투쟁 요구와 관련한 내부의 쟁점은 그다지 없는 편이다.

완성차 4사연대에서는 공동투쟁 전술 논의가 되고 있나? 한일 FTA의 경우는 공통사안이라 할 수 있는데
노무현 대통령은 해외 순방을 하면서 각 나라별 FTA를 제안하고 전 산업의 시장개방을 호언하고 다녔다. FTA가 체결될 경우 제조업, 특히 자동차 산업의 경우 가뜩이나 불안정한 고용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 것이다. 일본 자동차가 국내시장을 10% 점유한다고 보면 2만 명의 고용이 사라지고, 15% 점유 시에는 4만에서 5만 명이 일자리를 잃는다는 전망치 자료가 있다. 사회적 대량 실업 사태가 불가피할 것이다.
이미 완성차를 중심으로 한-일FTA에 강력하게 대응하자는 얘기는 공유되어 있다. 대우자동차노조의 경우 새 집행부가 서고, 쌍용차 노조는 선거 중이기 때문에 공투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선거 마치고, 안정화 되는 올 해 말부터 공투의 공식적 투쟁방향이 구체화 될 것으로 본다. 또한 금속노조 내에는 관련 부품사들이 많이 있다.
아직 소규모 사업장들의 경우 연대 활동에 어려움이 많은데 부품사들과의 공투도 상당히 중요하다. 지난 17일 금속노조 운영위를 통해 부품사와 완성차노조와의 연대 투쟁을 제안했고 금속노조도 흔쾌히 수용했다. 자동차산업 노조의 경우 하반기 총파업 투쟁 이후에 FTA 저지 투쟁에 전면적으로 배치할 계획이다.

한-일FTA 저지 동경원정 투쟁 소식이 있었다
동경원정투쟁단에 현차 노조에서는 8명의 간부들이 다녀왔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라는 단호한 투쟁을 경험하고, 결의를 높이는 좋은 기회가 됐다. 특히 일본에 있는 동지들과의 연대의 틀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고, 다녀온 사람들을 중심으로 내년 1월 회담 저지 투쟁을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집중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현재 총파업투쟁 준비에 있어 금속노조가 중심에 있고, 특히 현차가 총파업을 의식적으로 조직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차의 현장 분위기도 그리 녹록하지는 않을 텐데
현차는 총투표를 진행해 제적 대비 89%가 투표에 참석했다. 여기서 빠진 11%는 월차자와 출장자 산재자 등이 포함되어 있다. 절대적인 숫자가 투표에 참가했다고 보면 된다. 이중 68%가 이번 총파업투쟁에 동의하였다. 나머지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파업에 대한 문제제기라기 보다 총파업을 집행부가 어떻게 조직하겠냐는 우려에 대한 반영이라고 판단한다. 68%의 찬성은 하반기 투쟁에 대한 교육과 집중 토론회 그리고 현장 순회와 현장에서 열심히 활동한 동지들의 노력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한다.
이제 나머지 동지들을 어떻게 조직하느냐에 모든 역량의 모을 것이다. 현장에서는 이번 투쟁을 통해 비정규 악법을 반드시 저지하자는 목표를 공유하고 있고, 내부적으로는 한-일FTA 저지 투쟁의 시작점으로 삼고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비정규노조와의 연대는 어떤가
이번 투쟁은 투쟁 요구 내용에서도 확인되듯 비정규 노동자와의 연대 투쟁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자동차 내에 비정규노조와 정규직노조 그리고 금속연맹이 같이 하는 연석회의가 있고, 지금 이 회의도 다시 복원하는 단계이다. 현재는 비정규 노조들과는 불법파견을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나 한-일FTA, 파견법 저지 투쟁, 그리고 상경투쟁도 여러 번 같이 하면서 분위기를 모아가고 있다. 지역 집회도 물론이다. 앞으로 연대의 깊이를 어떻게 강고히 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지난 중집중앙위 연석회의에서 26일 총파업을 무기한 총파업으로 확정됐다. 26일 총파업의 규모와 양상이 어떠할 것 같은가
26일 총파업은 이미 결정된 것이다. 13일 민중대회 투본대표자회의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 없이 만장일치로 26일 총파업을 결의했다. 현차노조도 결정에 따라 충실히 지침을 수행할 것이다. 산별 대표자들과 민주노총도 총파업을 책임있게 수행해야 한다. 현차는 4만3,000명의 조합원이 파업투쟁에 돌입할 예정이다. 그리고 26일 뿐만 아니라 민주노총의 결정에 따라 29일에도 총파업을 진행할 것이며, 비정규법 개악안이 폐지될 때까지 투쟁할 것이다.

최근 공무원노조에 대한 탄압이나, 유보 이야기가 있긴 하지만 비정규법안을 추진이나, 노동운동을 상대하는 데 있어 정부가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해석이 많은데
정부가 파견법안 제출, 손배가압류와 현장탄압, 그리고 사회적 합의주의를 추진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민주노조운동 진영이 그 만큼 약화된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 입장에서는 민주노조운동이 확대 강화, 발전되기 위해 반드시 철폐하고 넘어가야 하는 사안들이다.
내부에서 사회적 합의에 대해서는 여러 논쟁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사회적 합의로 휩쓸린다면 민주노조운동 자체가 더 어려워 질 수 있기 때문에 경계해야 한다. 자본이 민주노조운동을 약화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공격적 무기중의 하나일 뿐이다. 제도를 바꾸는 투쟁도 해야 하지만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깨트려나가는 투쟁력 복원이 더 중요하다.

올해 투쟁이 96,97년 투쟁만큼 비중이 크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러나 민주노조운동의 주체적 측면이 많이 약화되었다는 평가가 있다. 현재 민주노조운동의 상황을 진단한다면
96,97년 노동법 개악 총파업은 정리해고법 등으로 내부 동력도 지금과는 상당히 다르게 높이 올라온 시기였고. 또한 현장의 선동과 교육의 성과가 같이 투쟁으로 이어졌다.
지금의 파견법과 관련해서는 정규, 비정규의 이해 차이를 부분적으로 극복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충분히 극복하지 못하는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정규직 노동조합이 정규 노동자에 대한 선동과 교육이 많이 부족했다고 본다. 민주노조운동이 약해진 거 아니냐고 말하는데 과거보다 약화된 게 틀린 지적은 아니지만 그렇게 간단하게 통칭할 문제는 아니다. 민주노총 내부의 문제가 있기도 하고 우리에게도 문제가 있지만, 약화되었다고 강조하기보다 하반기 투쟁을 통해 이러한 과제들을 극복하고, 민주노총의 정체성을 확보하고, 조직력과 투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아니겠는가.

22일 이부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유보' 발언이 있었고, 이에 따라 총파업투쟁 수위도 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유보 발언은 발언일 뿐이다. 무언가 명시적으로 이야기 된 것은 없지 않는가. 설령 명시되었다 하더라도 유보라는 것은 이후에 언제든지 상황에 따라 상정하고 처리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민주노총 총파업투쟁은 쓰레기 같은 법안을 폐기하는 것에 있다. 이것 뿐만이 아니다. 한-일FTA, 공무원특별법, 손배가압류와 파병연장동의안 등 노동자의 목줄을 죄는 사안들이 즐비하다. 이런 상황에서 유보 운운하는 것은 대중에 대한 기만이다. 현장에서 약간의 반응이 있었지만 대다수는 그렇게 판단하지 않는다. 민주노총 전체는 지난 19일 중집중앙위 연석회의 결정에 기초해서 단결된 힘으로 비정규법안을 끌어내릴 때까지 싸워야 한다.

민주노총 투본회의가 전술을 변경한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방금도 말했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이번 총파업투쟁의 중요성은 구구절절이 다시 이야기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부영 당 의장의 발언으로 전술 변경을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되고, 유보가 된다는 것은 오히려 비정규법안에 대한 여지를 더 살려놓는 셈이 되므로 결코 수용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이번 투쟁이 민주노조운동의 명운을 건 투쟁이라면 투쟁에 걸맞게끔 총파업투쟁의 수위를 높여가야 할 것이다.

이번 투쟁의 중요한 사업장의 위원장이다. 개인적인 결의를 덧붙인다면
올해 현차의 투쟁이 힘있게 전개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여러 반성의 측면도 많다. 그런 점에서 이번 총파업투쟁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현안들은 노동자의 생존에 직접적인 이해가 걸린 사안들이고 산업 전반의 문제까지 걸려 있다. 이번 총파업투쟁을 신자유주의 세계화 공세에 맞선 본격적인 투쟁의 시작으로 생각한다. 이미 구속 결의를 밝힌 바 있다. 앞장 서겠다. 모두가 결전을 앞두고 눈꼽만큼도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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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동자

    민주노총 지침 수정 확정에 따른 현자노조 지침 (11/25)

    1. 11월 26일 6시간 파업 (주야 공히)
    2. 11월 26일 대의원들은 08시 선거구별 조회투쟁을 실시한다. (설명회)
    3. 29일 총파업이 철회됨에 따라 27,28일 특근거부 지침을 철회한다.
    4. 본부는 민주노총 지침을 성실히 수행한다.

    눈꼽만큼도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고? 지금이 특근거부 철회할 때인가요? 7/5 총파업 무산 때하고 비슷하게 흘러가는군요.
    역시 중요한 건 말이 아니라 실천이지요.

  • 울산에서

    6시간 파업하는게 그렇게 욕먹을 일인지 모르겠지만..
    결과만 따지고 본다면 이수호집행부와 노힘이 잡고있는 현자가 합의한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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