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호철의 남미이야기](1) - 남미기행 단상

베네주웰라 ‘인류를 지키기 위한 세계지식인과 예술가대회’ 참가
차베스, 우직한 촌놈상, 지식 / 현실 인식 / 열정 / 친화력 갖춘 카리스마

손호철 서강대 교수는 작년 12월 초 베네주엘라에서 열린 '인류를 지키기 위한 세계지식인과 예술가대회’에 참석, '신자유주의가 한국사회에 끼친 부정적 영향' 등을 주제로 종합토론을 벌였다. 손호철 교수는 베네주엘라 정부가 주최한 반세계화대회인 이 행사 참가 이후 페루를 들러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지난 여름 칠레, 아르젠티나, 브라질 방문에서 보고 느낀 것을 기행칼럼 형식으로 묶어 미디어참세상에 보내왔다. 앞으로 매일 한 편씩 '손호철의 남미 이야기'를 기획연재로 게재한다.

남미와 맺은 인연

'인류를 지키기 위한 세계지식인과 예술가대회' 기념포스터 앞에서
세상의 인연이라는 것이 묘한 것입니다. 나와 남미와의 관계가 그러합니다. 남미 전문가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진보적 지식인이 그러하듯이 공부를 하면서 남미를 ‘이론적 고향’으로 삼으며 지내왔습니다. 종속이론, 관료적 권위주의이론으로부터, 소위 피디의 이론적 기반이 된 종속적 국가독점자본주의론과 종속적 파시즘론, 그리고 최근에는 종속적 신자유주의론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원용했던 대부분의 이론틀들이 남미에서 들여온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는 이론으로만 듣던 먼 나라의 이야기고 많은 사람들처럼 남미를 직접 보고 체험한다는 것은 지구 반대편에 있어 26시간씩 날라 가야 하는 거리, 이에 따른 엄청난 비용과 언어적 장애 등으로 생각해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중 2000년 13년 만에 안식년을 얻어 미국 유시엘에이에 교환교수로 가게 됐고 마침 친한 후배인자 남미 전문가인 이성형 박사가 멕시코에 교환교수로 나와 있게 됐습니다. 그래서 남미로부터 상대적으로 가까운 미국에 있을 때 남미여행이나 하자고 둘이 의기투합해 세 차례로 나누어 쿠바, 멕시코, 칠레, 아르젠티나, 브라질을 두 달간 여행했습니다. 남들이 가보지 못하는 남미를 이처럼 골고루 여행해 봤으니 언제 다시 남미를 여행하겠나 싶었는데 묘한 인연으로 올해 들어 다시 남미를 두 번이나 찾게 되는 행운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젊은 교수들의 부탁으로 제가 회장을 맡게 된 한국복지국가연구회의 몇몇 교수들이 복지문제의 비교연구를 위해 남미를 여행하고 싶다며 언론사와 이야기해 지원을 받아 여행을 할 수 없느냐는 것이었습니다. 마침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됐고 브라질의 룰라정권이 집권하는 등 남미에 관심 있는 사항이 많아 기획서를 만들어 내가 고정기명컬럼을 쓰고 있는 한국일보와 접촉을 해 재정지원을 받아 지난 여름 칠레, 아르젠티나, 브라질을 여행했습니다.

그리고 한 사람 당 한 나라씩 나누어 한국일보에 기행문을 연재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을 일종의 베이스캠프로 해서 여러 번 나누어 남미를 여행했던 2000년과 달리 한국에서 직접 남미로 날아가 근 한 달간 강행군을 하고 나니 너무 힘들어 다시는 남미를 안 오겠다고 다짐을 했습니다.

그러던 중 11월 초 이종회 WTO반대국민행동(KoPA) 대표가 전화를 해 12월초에 베네주웰라에서 ‘인류를 지키기 위한 세계지식인과 예술가대회’라는 반세계화대회를 개최하는데 주최 측에서 한국에 한 명 초청을 국민행동 측에 의뢰해 왔으니 참석하는 것이 어떠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래 남미를 다녀온 지 얼마 되지 않고 12월초면 학기도 끝나지 않아 망설이다가 결국 가기로 했습니다.

카라카스의 대표적인 빈민촌 베가 지역. 차베스와 카라카스 시장의 사진이 그려진 선거 포스터가 눈길을 끈다.

특히 서울노동영화제에 출품된 베네주웰라의 볼리바르혁명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이런 주요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면 한 번 가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베네주웰라까지 갈 바에는 그냥 돌아오기가 아까워 최근 지방선거에서 피티당이 핵심거점도시인 상파울로와 포트 알레그로에서 패배를 한 브라질을 돌아보고 지난 두 차례의 여행에서 티티카카호수를 가보지 못한 페루를 가보기로 하고 여비에 보탬을 받고자 돌아와서 「한국일보」에 기행문을 연재하기로 했습니다.

국영 방송국 팀, “신자유주의에 대항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그런데 회의 참가를 하기 위해 그쪽과 접촉을 하다 보니 주최 측이 형식적으로는 베네주웰라의 지식인 모임으로 되어 있지만 실질적으로 베네주웰라 문화부이고 결국 이번 대회가 국민투표에서 차베스대통령이 수구세력의 소환 음모를 누르고 승리한 것을 축하하기 위한 일종의 ‘관제대회’로 재야에 익숙해 있는 나로서는 다소 찜찜하기 했지만 대승적으로 이를 문제삼지 않고 그냥 참가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정부 주최 행사인 만큼 베네주웰라 대사관은 국빈 비자를 내주고 대접을 해주어 팔자에 없는 호강을 했는데 정작 보내주기로 한 비행기표가 오지를 않아 국민행동의 전소희 씨가 그쪽에 전화를 여러 번 하는 등 너무 수고를 많이 해줘야 했습니다.

결국 우회곡절 끝에 막판에 간신히 비행기 표를 받아 베네주웰라에 도착했습니다. 공항에 행사 요원들이 나와 안내를 해줬는데 항공을 나오면서 깜짝 놀랐습니다. 섬씽스페시얼이 그려진 대형광고가 눈에 들어 왔기 때문입니다. 섬씽스페시얼이라는 양주가 한국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베네주웰라에도 있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연이어 스바스리걸 등 유명한 양주선전판들이 줄줄이 나타났는데 베네주웰라가 위스키 최대 소비국이라고 합니다. 대부분의 남미국가들이 럼 등 남미의 술을 마시는 것과 비교하면 기이한 현상인데 이는 베네주웰라 엘리트들이 자신들이 남미가 아니라 유럽이라는 것을 과시하기 위한 속물주의의 표현이라고 합니다.

카라카스에 위치한 남미 해방의 아버지 시몬 볼리바르 기념관

숙소로 도착한 곳은 카라카스 힐튼호텔. 해외여행 시 힐튼같이 좋은 호텔에 묵어 본 적이 없어 다소 어색했는데 이 호텔은 국제 체인인 힐튼과 베네주웰라 정부가 공동소유하고 있는 호텔로 정부 행사를 주로 이곳에서 해 적자가 많이 나 힐튼이 아예 포기하고 단독소유의 또 다른 힐튼을 카라카스에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도착해서 내 사진이 들어간 비표를 받았는데 로비에 비디오 카메라를 든 국영 방송국 팀이 있다가 다가와 신자유주의에 대항해 싸우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등 준비된 문제 풀 중 몇 개를 영어로 물어보고 내가 답하는 것을 촬영했습니다. 그런데 촬영을 마치고 가려는데 촬영기사가 다가와 내 비표에 흰 원 스티커를 붙이는 것이었습니다. 인터뷰를 마쳤다는 표시로 로비에 있다가 참가자들이 지나가면 비표를 보고 스티커 부착 여부로 인터뷰 촬영 여부를 판단하고 안 한 사람을 골라 인터뷰를 하기 위해 고안한 장치였습니다. 즉 모든 참가자들의 인터뷰를 촬영하는 것인데 ‘관제회의’에 온 ‘밥값’이려니 하면서도 그 관료적 발상에 기분이 찜찜했습니다.

혁명 현장 보여주는 Mission 놓쳐, 식자우환

회의 일정보다 하루 일찍 도착해 서울노동영화제에 참석해 한국에서 만난 다큐멘터리 작가 마르셀로 아르젤라와 연락을 해 대표적인 빈민지역 베가를 방문해 볼리바르 혁명의 여러 면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같은 것은 아니지만 문맹퇴치프로그램, 공장점거 운동 등 혁명의 현장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주최 측에 의해 준비됐었는데 어설픈 나의 판단과 주최 측의 조직적이지 못한 대회 준비로 나는 이 프로그램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즉 나누어준 프로그램을 보니 이틀간 분과토론을 하고 종합토론 전에 하루 야외프로그램으로 ‘Mission'을 전세차로 방문한다며 Robinson 등 여러 이름이 써 있고 이 프로그램은 선택프로그램이라고 되어 있고 별도 설명이 없었습니다.

대안수퍼마켓에서 파는 식품을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는 마셀로 아르젤라. 볼리바르 혁명 과정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는 그는 지난 가을, 노동자뉴스제작단이 주최한 제8회 서울국제노동영화제에 참가하기도 했다.

그래 ’Mission'이라면 남미 관광에 많이 보게 되는 교회(성당)유적지 방문일 것으로 지래 짐작하고 프로그램을 빠지고 시내에 있는 전설적인 남미의 혁명가인 시몬 볼리바르의 생가와 기념관 등을 보는 것이 낫다고 판단해 그렇게 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미국 친구에게 미션 구경 어땠느냐고 하니 설명을 하는데 교회 이야기가 아니라 쿠바 의사들이 와 있는 빈민촌 병원과 문맹퇴치 프로그램 학교를 다녀온 이야기였습니다.

그래 성당 유적지 관광 아니었냐고 되묻자 차베스정권이 군인 출신 대통령답게 문맹퇴치프로그램은 Mission Robinson이라고 부르는 등 혁명 프로그램들을 군대 작전처럼 ‘무슨 무슨 미션’으로 이름을 부쳐 그날 프로그램이 성당유적지 관광이 아니라 혁명프로그램 현장 시찰이었던 것이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의 난감함이란... 식자우환이라고 영어 좀 안다고 지레 짐작해 해석하고 주최 측도 다른 설명 없이 달랑 그렇게 써 놓아 사람을 완전히 바보로 만들어 버린 것입니다. 다행히 아르젤라의 안내로 빈민 지역에 가 미리 이 프로그램들을 보아 놓았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두고두고 땅을 칠 일이었습니다.

갑자기 악수 청해온 차베스, 우직한 촌놈상

대회 종합토론에 입장하며 참석자들과 담소를 나누는 차베스 대통령

이틀간의 분과토론은 분과들로 선정된 주제에 대해 토의를 했습니다. 나는 신자유주의가 한국사회에 끼친 부정적 영향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모두를 관심을 가지고 경청했습니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 차베스 대통령을 두 번 볼 기회가 있었는데 첫 번째는 개막식에서의 연설이었고 두 번째는 종합토론이었습니다. 개막식 연설은 무려 3시간이나 계속됐고 연설 도중에 노래를 부르는 등 우리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을 보여줬습니다.

그러나 그 열정은 대단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종합토론인데 이번 회의를 주관한 베네주웰라와 쿠바 지식인을 대표한 두 명과 함께 직접 단상의 테이블에 앉아 토론을 벌렸습니다. 종합토론의 열린 것은 국립극장 대강당. 신문에 쓸 사진을 찍기 위해 가장 앞자리로 나갔는데 이미 가운데 쪽은 사람들이 앉아 있어 왼쪽 끝에 앉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누가 바로 앞으로 다가와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하는데 올려다보니 차베스였습니다.

바로 옆문으로 들어와 제일 옆에 있던 내게 다가와 몰랐던 것입니다. 전혀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가 갑자기 나타나 정말 놀랐습니다. 인상은 우직한 촌놈상이었습니다. 그러나 단상에 올라간 그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몇 년전 카스트로와 함께 행사에 참가했는데 카스트로가 말이 많아 자기에게 말할 시간이 올까 걱정을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카스트로가 발동이 걸려 하도 길게 이야기를 해 화가 나 카스트로에게 돌을 던진 기억이 있다면서 여러분들도 자기가 말이 길어지면 돌을 던지라고 이야기했지만 결국 오후 3시부터 밤 11시까지 무려 8시간을 참가자들의 질문에 답하면서 떠들어 저녁 9시에 대통령궁에서 예정되었던 회의 참가자 초청 만찬이 밤 12시에 열리는 촌극이 벌어졌습니다. 나는 10시까지 앉아 있다가 도저히 배도 고프고 힘이 들어 호텔에 와 물을 끓여 컵라면을 먹고 말았습니다.

단상에서 종합토론을 하는 차베스

이 같은 열정 이상으로 놀라운 것은 군출신 답지 않는 무서운 내공이었습니다. 8시간동안 세계 각국에서 온 내로라하는 진보적 지식인들과 사전 조율 없는 논쟁을 벌리면 밑천이 바닥이 날 텐데 전혀 흔들림이 없이 기가 막히게 대답하는 것이었습니다. 군 출신이지만 이곳의 명문인 시몬 볼리바르대학에서 정치학을 공부했고 특히 쿠테타 실패 후 2년간 감옥생활을 하면서 많은 책을 읽은 것이 내공을 쌓게 만들어준 것 같았습니다.

차베스, “민중민주주의는 잘못된 용어. 동어반복”

그중에 가장 명답은 피디, 즉 민중민주주의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브라질에서 온 한 사회학자가 “민중민주주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이에 답하면서 기가 막힌 답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민중민주주의라는 용어는 잘못된 용어이다. 다시 말해, 동어반복적인 용어이다. 민주주의라는 Democracy란 말이 원래 demos, 즉 민중의 지배라는 뜻인데, 왜 민주주의 앞에 또 민중이라는 형용사가 필요하냐? 민주주의란 원래 민중적인 것이고 민중적이지 않은 민주주의는 민주주의가 아니다”라는 주장이었습니다.

볼리바르의 대형 벽화와 빈민 아파트의 대조가 인상적이다.

또 가장 중요한 것은 공장을 짓고 도로를 짓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하는 등 교육에 대해 계속 강조함으로써 교육에 대한 그의 열정이 눈에 띄었습니다. 아밖에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대항하는 국제연대에 대해 강한 신념을 보여 얼마 전 받은 카다피인권상 상금 150만 달러를 이같은 네트웍 건설작업에 내놓겠다고 즉석에서 약속했습니다.

한마디로, 놀라운 지식과 현실 인식, 열정, 그리고 친화력을 갖춘 카리스마가 넘치는 지도자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러하기에 우울하고 걱정이 됐습니다. 연설을 했다하면 몇 시간씩 하고 엄청나게 말이 많은 것을 보고 그가 독재자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크며 일종의 경계에 놓여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북핵 큰 관심 없고, KoPA 명함 알아봐

마지막 날은 각 분과의 토론요약 보고가 있었는데 평화군축 분야의 보고를 듣자 이라크전쟁에 대한 비판을 주를 이루고 북한 핵 문제에 대한 이야기는 없어 발언권을 얻어 북한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내용을 추가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자기들 패널에서 그 문제가 논의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추가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발언권을 얻어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채택하여 발표할 ‘카라카스 호소문’이라는 일종의 선언문에 이 문제를 넣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러자 사회자가 그러겠다고 했는데 나중에 확인해본 결과 북한 핵 문제는 결국 빠지고 말았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참석자가 미주 대륙에서 왔고(400여 명의 참가가중 아시아에서 온 사람은 한국의 나, 필리핀 1명, 인도 4명 정도에 불과했다) 특히 남미 쪽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과 같은 아시아의 문제에는 별 관심이 없는 실정이었습니다. 또 베네주웰라의 한 원로 사회학자가 문제를 제기했듯이 사실 이 회의가 어느 면에서는 세계사회포름과 비슷하게 진보적인 세계의 지식인들이 모였고 2005년 2월에 포트 알레그로에서 세계사회포름이 열릴 것임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번 회의를 세계사회포름과 연계시키려고 하지 않는 것이 이상했습니다.

그리고 나에 대해 묻는 참석자들에게 민교협 공동의장, 민중연대 공동의장이라는 명함을 보여주자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KoPA 공동대표라고 하자 그러나며 반가움과 존경심을 표하는 것이었습니다. 즉 국제연대라는 면에서 KoPA가 다른 한국의 민중조직보다 한 발자국 앞서 있다는 것, 다른 조직들도 국제연대에 좀 더 신경을 써야겠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다시는 남미 가지 않겠다 다짐, 장담할 수 없어

회의를 마치고 브라질로 가려고 하는데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공항에 도착해 브라질행 비행기를 타려고 하니 전염병인 엘로피버(황홍렬) 예방접종 증명이 없으면 비행기를 못 탄다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여름에도 브라질에 갔는데 그런 증명서 요구하지 않던데 무슨 소리냐”니까 베네주웰라와 페루에서 브라질로 들어가는 사람에게는 그같은 증명서를 요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난감한 일이었습니다. 그래 공항에서 주사를 맞을 수 있느냐고 묻자 그렇다고 해 주사를 맞으러 보건소 공항출장소로 갔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주사를 맞은 뒤 열흘 뒤에나 비행기를 탈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야 말로 하늘이 노래졌습니다. 열흘을 이곳에 더 머물러야 하다니, 그럴 경우 결국 이미 인터넷으로 돈을 다 지불한 비행기표와 호텔 숙박료를 포기하고 모든 스케줄을 포기하고 엘에이로 통해 한국으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이날 비행기를 포기하고 시내로 들어 왔고 한국대사관에 에스오에스를 쳤습니다. 그래 카라카스의 보건소를 다 다니며 부탁을 하고 퇴자를 맞기를 반복하다가 이틀 만에 한 구세주를 만나 열흘 전에 주사를 맞은 것으로 소급기재를 해준 ‘가짜증명서’를 만들어 비행기를 탈 수 있었습니다.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제3세계의 특성 덕으로 비행기를 탈 수 있었지만 그런 만큼 기분이 찜찜하기만 했습니다. 그리고 이 소동으로 상파울로 행 비행기를 이틀이나 늦게 타는 바람에 브라질의 피티당 취재는 하지도 못하고 페루로 날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페루 오지에 사는 다니엘 가족

페루에서는 해발 4000미터의 티티카카호수를 다녀왔는데 고산병으로 죽는 줄 알았습니다. 사실 2000년 페푸 방문 때도 옛 잉카수도인 쿠스코와 마추피추를 방문하면서 고산병으로 고생을 했는데 쿠스코, 맞추피추가 해발 3200미터였던 것에 비해 800미터나 더 높은 곳으로 머리가 깨지는 것 같아 여행을 중단하고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특히 그곳에서 4시간 정도 배를 타고 한 오지 섬을 갔는데 전기가 안 들어오고 초도 아껴 켜지 않는 곳이라 해가 지자 할 일이 없어 저녁 6시부터 잠자리에 들어 다음 날 아침 5시까지 머리를 부둥켜안고 밤을 지새야 했습니다.

다시 서울까지 26시간을 날아오면서 다시는 남미를 가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고 지금도 그 심정은 변함이 없습니다. 그러나 인연은 묘한 것이라 시간이 지나고 이번 여행의 고생을 잊을 때가 되면 다시 남미를 찾을 일이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리고 한국일보에 연재했던 남미기행을 다소 손본 남미 이야기를 사진들과 함께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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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시자

    와..한국인 최초의 차베스 정부 국빈이 아닌가 싶네요^^ 앞으로 연재가 기대됩니다. 마르셀로 만난 이야기 더 자세히 해주시면 좋을텐데..

  • 주시자

    와..한국인 최초의 차베스 정부 국빈이 아닌가 싶네요^^ 앞으로 연재가 기대됩니다. 마르셀로 만난 이야기 더 자세히 해주시면 좋을텐데..

  • 가장 궁금한 게 역시 브라질과 베네수엘라라..
    그런데 말이죠..손호철 교수 원래 이래ㅣ 문장력이 떨어집니까?
    안된 말이지만 문장이 너무 조악해서 줄거리 파악하기도 괴롭습니다.
    편집부에서 손을 본 것이 이 정돈지 아니면 전혀 손을 안 본 것인지는 몰라도 미디어에 실려 여러 사람들에게 읽히는 글이 이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현명한 조치를 기대합니다.

  • 가장 궁금한 게 역시 브라질과 베네수엘라라..
    그런데 말이죠..손호철 교수 원래 이래ㅣ 문장력이 떨어집니까?
    안된 말이지만 문장이 너무 조악해서 줄거리 파악하기도 괴롭습니다.
    편집부에서 손을 본 것이 이 정돈지 아니면 전혀 손을 안 본 것인지는 몰라도 미디어에 실려 여러 사람들에게 읽히는 글이 이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현명한 조치를 기대합니다.

  • eroica

    연설좀 길게한다고 독재자가 될 우려가 있다니 넘 가벼우신거 아닌가요?

  • eroica

    연설좀 길게한다고 독재자가 될 우려가 있다니 넘 가벼우신거 아닌가요?

  • 참 나

    이쪽에서 먼저 요구한 언론사의 재정지원에...

    국경을 통과하기 위해 가짜 증명서라....

  • 참 나

    이쪽에서 먼저 요구한 언론사의 재정지원에...

    국경을 통과하기 위해 가짜 증명서라....

  • Fabian

    라틴아메리카 문학을 전공하는 학생이라 관심있게 글을 읽다가 실망스러운 점이 있어 몇자 적습니다. 1) 용어선택에 신중을 기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쿠바와 멕시코는 남미가 아닙니다. 이들 나라들도 포함하여 지칭하시려면 라틴아메리카라는 용어를 사용하시는 게 맞습니다. 베네수엘라와 아르헨티나가 올바른 국가명입니다. 2) 현지 사정을 미리 확인 안하신 점을 반성하시기보다는 라틴아메리카가 원래 문제가 있는 곳이라는 식으로 글을 쓰셨는데 참 보기 안좋습니다. 허위서류의 작성을 요구하신 것은 선생님과 대사관 측인 것 같은데 그 사정을 봐준 그쪽 기관을 욕하시다니요. 화장실 가기 전과 갔다 온 후가 다르다는 속담이 생각나네요. 3) 오타가 너무 많습니다. 한국일보에 기고하였던 글을 수정본 것이라고 하셨는데,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습니다. 다음 번에는 더 나은 글 부탁드립니다.

  • Fabian

    라틴아메리카 문학을 전공하는 학생이라 관심있게 글을 읽다가 실망스러운 점이 있어 몇자 적습니다. 1) 용어선택에 신중을 기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쿠바와 멕시코는 남미가 아닙니다. 이들 나라들도 포함하여 지칭하시려면 라틴아메리카라는 용어를 사용하시는 게 맞습니다. 베네수엘라와 아르헨티나가 올바른 국가명입니다. 2) 현지 사정을 미리 확인 안하신 점을 반성하시기보다는 라틴아메리카가 원래 문제가 있는 곳이라는 식으로 글을 쓰셨는데 참 보기 안좋습니다. 허위서류의 작성을 요구하신 것은 선생님과 대사관 측인 것 같은데 그 사정을 봐준 그쪽 기관을 욕하시다니요. 화장실 가기 전과 갔다 온 후가 다르다는 속담이 생각나네요. 3) 오타가 너무 많습니다. 한국일보에 기고하였던 글을 수정본 것이라고 하셨는데,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습니다. 다음 번에는 더 나은 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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