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은행도 400여 명 정리 된다

은행권 흑자 속 국민은행 발 인위적 인력조정, 명분 없어 '눈총'
조흥은행노조, “저항할 수밖에 없는 상황, 문제는 단순하다”

은행권의 인력감원의 한파가 매섭다. 하나은행과 서울은행 그리고 국민은행의 4,000여명에 이르는 인력 조정에 이어, 조흥은행의 사측도 9월 신한은행과의 합병을 앞두고 명예퇴직 실시와 관련한 ‘협의안’을 노동조합에 제시해 왔다.

2003년 6월 16일 청와대에 전직원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는 조흥은행 노조 간부들.


흑자 속 구조조정, 명분 없다

조흥은행이 지난 10일 노동조합에 전체 직원 6,200여 명 중 구체적인 인원이 명시된 것은 아니나 400명 안팎을 명예퇴직으로 줄이자는 내용의 ‘협의안’을 제시했다. 조흥은행측은 ‘1인당 생산성이 신한은행보다 낮고 조직 내 ‘무임승차’자가 많아 군살을 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고, ’장기 승진 누락자와 금융사고자, 후선배치 후 3년 지난 직원 그리고 고령자들이 일차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물론 이런 협의안에 대해 노동조합은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이다.

노동조합은 이에 강하게 반발하며 “명분 없는 인력조정을 멈추라”고 강변하고 있다. 반봉진 조흥은행 노사대책부장은 “조흥은행은 지난해 2,652억 원의 순이익을 냈고 올해도 6,000억 원의 흑자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경영상의 긴박한 이유가 없음에도 인력조정을 하는 것에 대한 이유나 명분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반봉진 부장은 “2003년 6월 파업 이후 조흥은행과 신한지주 그리고 정부, 노사정이 합의한 합의서 7조를 보면 ‘조흥은행 직원에 대한 고용을 보장하고, 인위적인 인력조정을 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원뱅크 만들자더니 왜 조흥은행만 축소시키나 지적

또 다른 축으로 신한지주가 추진하고 있는 인력조정 방식이 ‘신한은행은 불리고, 조흥은행 줄이는’ 형식으로 강행되기 때문에 조흥은행 노조의 반발이 강할 수 밖에 없다.

신한지주회사는 조흥은행을 인수하며 '감성통합' 이라는 명제 하에 ‘one 뱅크, new 뱅크’라는 슬로건을 제시했다. 합병문제도 어느 한 쪽의 흡수 합병이 아닌 대등합병이라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실행되는 정책은 이와 완전히 달랐다.

오는 9월부터 통합작업을 본격화 해 1년 동안 통합작업을 진행할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은, 두 은행 간 인력 균형 맞추기가 대조적인 형태로 진행되어 왔다. 신한은행은 2004년 660명을 새로 뽑아, 현재 신한은행 직원은 4,600명으로 불어났다. 그리고 지난해 38개의 신규 점포를 개설했고 올 1월에도 5개, 2월에도 4개 신규 점포를 개설할 계획이다. 그러나 조흥은행의 경우는 97년 이후 2002년 3월 100여 명의 신규채용을 했을 뿐 신규인력이 거의 없었다. 심지어 지난해 25개 점포를 축소했고, 2003년 6월 통합합의 전 2,200여 명에서 현재 1,600여 명까지 줄어들어 있는 상태다. 이런 지주의 정책에 반봉진 부장은 “조흥은행의 몸 줄이기 위한 일방적인 인력 정리가 계속되고 있다. 말도 안된다”고 주장했다.

조흥은행의 경우 명예퇴직과 관련해서 단협에는 '노사 합의'로 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조합은 회사 측에서 이번 명예퇴직을 강행할 경우 “노조는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저지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노동조합은 현재 상황에서 ‘45세 이상의 준정년제도’는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다. 2002년 임단협에서 합의 해 15년 이상 근무자, 45세 이상 노동자의 경우 개인의 사정에 의해 ‘퇴직’을 선택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조흥은행 지부의 경우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과 금액등의 합의가 없는데 반봉진 부장은 “이런 단협에 근거해 준정년제도와 관련한 세부 조건에 대해서 합의하자는 것이 공식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은행권 인력 조정 왜 하나

론스타 펀드가 인수한 외환은행은 작년 10월 약 500명을 명예퇴직시켰다. 신임 리처드 웨커 행장은 ‘인위적 인력 조정은 없다’고 밝혔으나, 신임행장인 GE캐피탈․카드에서구조조정 업무를 수행했고, 당초 용역보고서에는 985명의 인력 구조조정 필요하다고 제안됐기 때문에 추가적인 구조조정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6일 노사 합의로 명예퇴직을 실시한 국민은행은 당초 정규직 1,800명 명예퇴직과 비정규직 2,000명의 계약 만료로, 3,800명의 인력조정을 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조흥은행은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2월까지 명예퇴직 신청을 접수한 결과 2,196명이 신청 해 내부 목표치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지난 3일 국민은행은 2004년도 중 5,55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고 발표하며 “2005년도에는 지속적인 수익창출 시현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은행권의 인력 조정에 있어 8조에 이르는 사상 초유의 경영실적을 기록하고도 “왜 인력 조정을 하는가”에 초점이 모아 질 수밖에 없다. 금융권 내에서도 이러한 인력 조정이 “명분이 좀 약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은 이유도 이러한 상황에 근거한다.

방카슈랑스 시행 등 금융권의 판도변화가 일어나면서 은행들이 비용절감을 통한 수익성 확보를 하려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는 한 축이다.

또한 김준곤 금융노조 홍보실장은 “은행권의 이런 인력 조정 바람은 은행들의 흑자가 일시적이라는 시각이 강하기 때문”이라며 개인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흑자의 ‘반짝’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몸을 가볍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은행권에서의 지배적인 시각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시티뱅크와 같이 거대자본을 기반으로 공격적으로 시장경영에서 나서고, 이들 은행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몸짓을 가볍게 한다는 것에 대한 ‘노사 공감’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국민은행에서 두드러지는 데, 주택, 카드, 은행의 합병 후 처음으로 진행된 인력조정은 행장이 바뀌면서 ‘노사 공감대’가 ‘명예퇴직’으로 현실화 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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