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변호사 110명으로 검찰과 법원 쥐락펴락

삼성 후계자 이재용 vs 삼성 해고자 김성환, 그리고 삼성 법무실

#장면 1- 2월 14일 서울 중앙지법 형사합의 25부

에버랜드 측은 자신을 '기본을 중시하는 기업'이라 주장하고 있다.

지난 달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부 이현승 판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 등에게 1996년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터무니 없는 헐값으로 제공해 회사에 970억 의 손실을 입혀 배임 혐의로 기소된 허태학 삼성석유화학 사장(당시 에버랜드 사장)과 박노빈 에버랜드 사장(당시 상무)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기초 사실관계를 추가심리하고 여러 법률문제를 깊이 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선고를 연기했다.

서울 중앙지법은 1년 2개월째 이 사건을 심리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 중앙지법은 이미 이 사건의 선고를 미룬 바 있다. 이렇게 해서 재벌의 ‘편법상속’ 논란과 관련해 관심을 모았던 삼성 에버랜드 임원들에 대한 형사재판 판결 선고가 또 미뤄진 것이다.

한 편 이 날 공판에서 “1만3천여 쪽에 달하는 기록을 자세히 검토한 뒤 판결문 초안을 작성했지만, 마지막 세부검토 과정에서 몇 가지 문제가 발견됐다”며 3월 14일로 공판 날짜를 지정한 이현승 판사는 다음 날 벌어진 법원 정기 인사에서 서울서부지방법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따라서 새로 배정될 재판부는 이 사건을 다시 검토하고 심리해야 하고 3월 14일 공판은 자동으로 취소됐다.

허태학, 박노빈 양 사장은 지난 96년 장외시장에서 주당 최소 8만5천원에 거래되던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발행하면서 기존 주주들이 실권한 전환사채 125만주를 이재용 상무 남매에게 주당 7천7백원에 배정했다.

검찰은 지난 1월 10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재용씨가 100억원도 안되는 자금으로 삼성그룹 경영권을 장악한 것은 우연이 아닌 필연"이라며 허태학 사장에게 징역 5년, 박노빈 사장에게 징역 3년을 각각 구형했다. 물론 이들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곽노현 방통대 교수등 법학교수 43명이 지난 2000년 6월 "계열사의 의도적 실권행위와 저가 발행으로 부의 편법증여가 이뤄졌다"며 이건희 회장과 주주 등 33명을 고발하며 에버랜드 사태를 표면화 시켰다. 검찰은 이 고발이 이루어진지 3년 6개월만인 지난 2003년 12월 허태학 사장과 박노빈 사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요약하자면 96년에 벌어진 사건이 2000년이 되어서야 고발당했고, 검찰은 고발된 사건을 3년 만에 기소했고, 법원은 1년 3개월 동안 1심 심리를 처리하고 있는 셈이다. 2심, 3심은 도대체 언제까지 진행될 지 아무도 모른다.


#장면 2- 2월 22일 울산지법 형사부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
지난 22일 오전 울산지법에서 열린 삼성일반노조 김성환 위원장에 대한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정보통신망 이용촉진및 정보보호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선고공판에서 1년의 실형이 선고됐고 ‘도주의 우려가 있어 법정구속한다’는 판사의 말과 함께 김성환 위원장은 즉각 울산구치소에 수감됐다.

판사는 “합법적인 방법인 집회나, 고소고발을 통하여 할 수도 있는데다가 확인되지 않은 결과의 글을 인터넷에 올려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보았다”며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한지 4개월 만에 구속 수감된 것이다. 게다가 김성환 위원장은 현재 집행유예기간에 처해있기 때문에 총 3년 10월의 실형에 처해진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김성환 위원장은 삼성그룹이 93년부터 주식을 사들여 97년 완전 인수한 뒤 즉각 계열분리한 이천전기 해고자 출신이다. 김성환 위원장은 96년 이천전기 노사협의위원으로 선출된 후 민주노조 설립을 위해 활동하던 중 ‘업무시간에 유인물을 배포하고 불법단체를 구성했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이후 김성환 위원장은 삼성SDI, 삼성중공업, 삼성생명에서 해고된 노동자들과 함께 2002년에는 삼성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를 결성했다. 그리고 삼성해복투는 2003년에는 삼성일반노조로 전환됐다.

한편 김성환 위원장은 지난 2003년 업무방해 혐의로 삼성으로부터 고발당해 즉각 구속 당한 상태로 기소됐고 선고 결과는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으로 나왔다. 이후 지난 2004년 10월 삼성은 명예훼손 혐의로 다시 김성환 위원장을 고발했는데 이 사건에 대해 재판부는 신속하게 구속과 실형선고를 내렸다.


#장면 3- 2월 16일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

1인 시위에 나선 진보넷 지음 활동가
지난 달 16일, 서울중앙지검 형사 2부는 12명의 삼성 SDI 전.현직 직원이 "자신의 휴대폰을 누군가가 불법복제해 위치추적을 했다"며 이건희 회장 및 삼성관계자 8명과 휴대폰 위치추적을 한 신원불상자에 대해 고소한 사건에 대해 기소를 중지하고 이건희 회장 등에 대한 참고인 중지 결정을 내렸다.

검찰은 고소인들의 휴대폰을 ‘누군가’ 불법 복제하고 위치추적한 사실은 밝혀졌지만 복제한 당사자를 찾을 수 없을 뿐더러 복제 및 위치추적 사실과 삼성 측의 연관성을 밝힐 수 없다는 이유로 기소중지 결정을 내렸다.

삼성 SDI 전현직 노동자 12명은 자신들도 모르게 휴대폰이 복제되고 ‘친구찾기’ 서비스를 통해 오랬동안 위치추적을 받아온 사실을 발견, 지난 해 7월 검찰에 고소했다. 당시 고소인들은 휴대폰 복제자 명의는 모두 죽은 사람인데 위치추적 장소가 삼성 SDI가 소재한 수원 지역이고 피해자는 모두 삼성 노동자인데다가 집중적으로 위치추적을 당한 시기는 구조조정을 앞둔 시점이라며 고소이유를 밝힌 바 있다.

한편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민주노동당은 기자회견을 열고 노회찬 의원 대표발의로 특검법안을 제출했다. 기자회견에서 노회찬 의원은 “정말로 무능력해서 수사를 중단했는지, 삼성재벌에 굴종한 것인지, 밝혀야 한다”며 “검찰이 스스로 수사를 포기한 이상 검찰에 재수사를 요구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특검법안 발의 이유를 밝혔다. 또한 “검찰은 가장 유력한 용의자인 삼성SDI측에 대해 단 한 번의 압수수색도 행하지 않았고, 죽은 자의 휴대폰이 무슨 경위로 위치추적 휴대폰으로 이용되었는지, 삼성과 관련이 있는지 여부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장면 4- 태평로 삼성본관 26, 27층 그룹 구조본 법무실

구조본 법무실이 입주해있는 삼성본관
지난 98년 그룹 비서실에서 구조조정본부로 이름을 바꾼 삼성 구조본에는 법무실, 재무팀, 경영진단팀, 기획팀, 인사팀, 홍보팀, 비서팀 등 7개 실·팀이 포함되어 있다. 삼성 구조본 법무실은 당초 법무팀이었지만 지난 해 법무실로 확대됐다. 구조본 내에 7개 부서 가운데 ‘팀’이 아니라 ‘실’로 구성된 곳은 법무실이 유일하다.

현재 삼성그룹 법무실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사법시험 동기이자 대검 수사기획관 출신인 이종왕 변호사가 맡고 있다. 이종왕 변호사는 작년 7월 삼성으로 영입됐다. 대검수사기획관을 끝으로 검찰을 떠난 이종왕 변호사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때는 해외 체류중 급거 귀국, 대통령 변호인단에 합류해 중심적 역할을 맡았다.

현재 삼성그룹 내 변호사 숫자는 110여명이고 삼성그룹의 법무역량은 일선 지방검찰청을 넘어섰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또한 삼성 그룹은 5년내에 300여명 선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국내 최대의 로펌인 '김&장'에 소속된 변호사의 숫자는 270여명 정도에 불과하다.

삼성그룹내 전체 변호사 가운데 그룹의 중추역할을 하는 구조본 법무실에 소속된 변호사 숫자는 십여명 내외다. 그런데 이들은 대부분이 검찰, 그 중에서도 재벌에 관련된 대형 경제 사건 등을 전담해온 특수부 출신인 것으로 밝혀져 눈길을 끈다. 노무현 정권 들어 국정원장, 법무부 장관등의 물망에 오르내린 이종왕 법무실장은 법무부 검찰 1과장, 대검수사기획관등을 지냈다. 또한 법무실 소속인 서우정, 김수목, 엄대현, 유승엽, 이기옥 변호사는 모두 특수부 출신이다. 지난해 부사장 급으로 영입된 서우정 변호사는 서울지검 특수1부장 출신이고 나머지 변호사들 또한 서울지검 특수 1부, 중앙지검, 수원지검 특수부 등에서 이용호 게이트,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한 검사 출신이다. 엄대현 변호사는 서울지검 특수1부 , 유승엽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이기옥 변호사는 수원지검 특수부에서 일했다.

한편 이종왕 변호사는 삼성전자에서 구조본으로 파견된 형식을 취하고 있고 사장 직급을 가지고 있다. 이종왕 변호사가 삼성으로 자리잡은 직후 한겨레 신문은 삼성관계자의 입을 빌어 “삼성전자 사장급 예우라면, 연봉이 20억원은 된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또한 한겨레 신문이 취재한 다른 그룹 법무팀 관계자는 “이 변호사는 ‘굵직한 사건’을 국내에서 가장 많이 수임한 국내 최고 로펌 ‘김&장’의 ‘간판 변호사’였다”며 “적은 돈은 아니지만, 연봉 20억원 정도에 움직일 사람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종왕 삼성 법무실장의 연봉이 20억 이상으로 추정된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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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목록
  • 뎡야핑

    삼성 휴대폰 위치 추적은 기소중지...
    언론에서 아무리 때려도 역시 세계기업답게 잘 나가시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