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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 다다르니 산개구리 소리들이 들린다"

[주용기의 생명평화이야기](2) - 산개구리들의 목숨을 건 고향 나들이

산개구리들이 올챙이 시절을 보내고 제법 부모 모습을 닮은 성채로 자랐다. 요즘 산 주변 논이나 밭으로 나가면 많은 산개구리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제 어린 산개구리들은 물이 있는 곳에서 올챙이 시절을 지내고 난 후 어미 산개구리들이 살았던 야산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본능적으로 행렬을 지어 일제히 행진한다. 그런데 어미들의 고향을 찾아 떠나는 여정은 삶(생)과 죽음(사)을 가르는 힘든 길이다.


물웅덩이를 나와 수로를 건너야 하고 차량들이 질주하는 도로를 건너야 하며, 농로 길도 건너고 주택가를 지나 산기슭에 다다라야 한다.

혹시 마지막 도착지에는 뱀이나 새들이 기다릴지도 모른다. 이 긴 여정에서 수많은 산개구리들은 목숨을 잃는다. 볼썽 사나운 모습으로 내장까지 밖으로 내놓은 상태로 길 위에 널부러져 있다. 죽어있는 산개구리에는 이들을 먹기 위해 달려든 파리때들의 잔치가 벌어지고 있다.

아이러니 하게도 6월이 신록의 계절이다. 수많은 생명들이 왕성한 생명활동을 시작하는 시기로 논에선 모내기가 한창 진행중이고 밭작물들은 잘도 자란다. 하지만 산개구리들은 목숨을 건 도로횡단을 하다가 압사 당하는 것이다.


압사 당하는 일이 벌어짐에도 불구하고 걷는 사람,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 더욱이 차량을 타고 가는 사람은 더 더욱 관심이 없다. 부모처럼 제대로 뛰지 못하고 엉금엉금 기어가다가 쏜살같이 지나가는 차량 때문에 산개구리들은 날아가 버릴 정도다.

다행히 차량바퀴에 깔려 죽지 않은 것도 있지만, 그 육중한 차량에 깔려 산개구리들은 더 이상의 개구리가 아닌 납작한 모습으로 변한다.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터져 죽은 산개구리들이 온통 도로에 널부러져 있고, 비린네가 진동을 하여 도저히 옆에 있을 수가 없다. 산개구리가 터지는 소리도 난다. 산개구리들의 비극적인 죽음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어 그곳을 조용히 떠날 수밖에 없다.

용케도 살아난 산개구리들은 자연수로를 건너 밭을 가로질러 숲이 있는 조그만 동산으로 일제히 이동한다. 제법 많은 숫자다. 그들의 행렬은 누가 지도하지 않아도 일정한 장소를 향해 가고 있다.

숨이 가뿌면 잠시 쉬어가기도 한다. 풀섶을 해치기도 하고 웅덩이를 지나기도 하며, 낭떠러지 아랑곳하지 않고 목적지를 향해 열심히 기기도 하고 폴짝 뛰기도 한다. 어디서 자신들을 죽일 차량이나 사람이 올지도 모르면서 본능적으로 가고 있다. 과연 알에서 깨어나 최종 살아남는 산개구리가 얼마나 될까. 궁금하기까지 하다.


숲에 다다르니 산개구리 소리들이 들린다. 어린 산개구리들이 죽을 고비를 넘어 살아남았음을 자축이라도 하듯이 개골 개골 소리를 낸다. 살아온 동료들을 환영하기 위해서 인가.

인공적인 시설로 인해 죽어가는 산개구리들을 살리기 위한 방법은 없을까. 도로를 일정시간 차단하거나 차폐막을 설치하여 한 장소로 모이도록 한 후 짧은 시간이나마 차단한 후 한꺼번에 횡단할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수로도 콘크리트로 수직으로 만들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만드는 것이 어떨런 지.

요즘 농촌에는 파리와 모기가 많다. 이들을 제거하기 위해서라도 천적인 개구리들이 다양하게 많이 살아있어야 한다. 그런데 개구리들이 자꾸 사라지다 보니 생태계가 교란되어 파리와 모기가 너무 많아지고 있고 사람들에게도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닌가.

사람들이여 주변에 나가보라. 인간의 무지와 탐욕으로 개구리를 비롯한 수많은 생명들이 죽어가고 있지 않은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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