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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가리

들꽃 이야기 (28)


겨울이면 한두 번쯤은 강가로 나가게 된다. 꽁꽁 언 강물 위에서 겨울을 나는 물오리를 보기 위해서이다.

차가운 강바람을 맞고 한쪽으로 쓸려 버린 갈대를 조심스레 헤치면서 살금살금 다가가 보지만, 사람들한테 시달림을 많이 당한 오리들은 무척 예민해져서 작은 기척에도 푸드득 날아올라, 맨눈으로는 잘 보이지도 않는 저만치 강 건너로 가 버릴 때가 많다. 악취까지 나는 더러운 강물에도 먹을 게 있는지 연신 물 속에 머리를 처박는 오리를 보는 것은 그다지 즐겁지만은 않은 일이다.

겨울 강가에는 새말고도 날아다니는 게 또 있다. 바람에 날리는 풀씨들이다. 솜털을 달고 바람에 날려서 퍼져나가는 풀들은 많다. 갈대나 망초 따위야 이미 지난 가을에 씨앗을 다 날려보내고 이젠 꽃대만 앙상한 사위질빵은 그래도 솜털 씨앗 몇 개를 여전히 붙들고 있다. 겨울에도 가끔 꽃을 피우는 개쑥갓이나 방가지똥 따위가 어렵게 맺은 씨앗을 날려보내기도 한다.

박주가리처럼 솜털에 공을 들인 풀은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 표주박처럼 생긴 열매가 갈라지면 그 속에 촘촘히 들어차 있던 씨앗이 하나둘 솜털을 펼치고 바람에 날려간다. 하얀 명주실 같은 털을 수북히 달고 있는 씨앗은 바람에 잘 날기 때문에 그만큼 더 먼 곳까지 날아갈 수 있다. 강가는 온통 박주가리투성이다. 아직 벌어지지 않은 열매를 따서 한꺼번에 바람에 날리면 하늘 가득 박주가리 하얀 솜털로 덮이고 만다. 박주가리라는 이름도 이런 열매 때문에 붙여졌을 것이다.

예전 아이들은 군것질거리이고 놀이감이었던 박주가리를 잘 알았다. 열매는 다 익기 전 먹어야 한다는 것과 다 익은 열매를 날리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는지를, 또 박주가리 어린순을 나물로 먹으면 맛있다는 것을. 박주가리 잎이나 줄기를 따면 흰 즙이 나오는데 이 흰 즙에는 동물의 심장을 마비시키고 구토를 일으키는 독성분이 들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물로 먹을 때는 데쳐서 잘 우려낸 다음 먹어야 한다. 겁도 없이 박주가리 잎을 갉아먹은 동물들은 크게 곤욕을 치르고 만다. 토해내서 살 수도 있지만 죽을 수도 있다.

이런 박주가리 잎을 먹고사는 것들도 있다. 왕나비과 애벌레들은 박주가리 잎을 먹고 그 독성분을 몸에 흡수해 두었다가 자기 방어 수단으로 쓴다. 천적인 새들이 멋모르고 왕나비 애벌레를 먹게 되면 구토를 일으켜 토하게 되고 이런 경험을 한 새들은 왕나비 애벌레만 보아도 거부 반응을 일으키게 된다. 박주가리 열매는 솜 대신 쓰기도 했고 도장밥을 만드는 데 쓰기도 했다. 또 강장강정제 해독제, 지혈제 따위 약으로도 쓰인다.

"강장강정약으로서 뛰어난 효과가 있으며 집을 떠나서 천릿길을 너끈히 걸을 수 있다는 옛글이 있다."<산야초동의보감, 장준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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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근 , 들꽃 , 박주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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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슬이

    더워 죽겠는데 웬 겨울에 박주가리? 혹시 더우니까 더위라도 식히라고 이렇게 하신 건가요?
    그래도 이건 좀 심하지 않습니까. 들꽃이야기를 다룰거면 계절감각을 가지고 들꽃과 일상에 접근을 해주셔야지, 보는 사람도 민망한데 강우근 동지는 얼마나 민망하겠어요.
    편집실에서 텍스트를 읽기라도 하신 건지 나 원 참. 다시 한 번 생각해주시죠. 더운 여름에 겨울 들꽃 보니 조금은 시원해지긴 합니다만 속 터져서 더 더워졌습니다.

  • 이슬이

    더워 죽겠는데 웬 겨울에 박주가리? 혹시 더우니까 더위라도 식히라고 이렇게 하신 건가요?
    그래도 이건 좀 심하지 않습니까. 들꽃이야기를 다룰거면 계절감각을 가지고 들꽃과 일상에 접근을 해주셔야지, 보는 사람도 민망한데 강우근 동지는 얼마나 민망하겠어요.
    편집실에서 텍스트를 읽기라도 하신 건지 나 원 참. 다시 한 번 생각해주시죠. 더운 여름에 겨울 들꽃 보니 조금은 시원해지긴 합니다만 속 터져서 더 더워졌습니다.

  • 참이슬

    당신 글을 보고 강우근씨가 얼마나 민망하겠어요.

  • 참이슬

    당신 글을 보고 강우근씨가 얼마나 민망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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