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노동을 한시적이고 부차적 노동으로"

[여성행진] 전국순례단 대구 여성단체, 부산 한솔학습지노조와의 만남

여성행진은 대구에서의 간담회를 진행하고 부산으로 이동하여 한솔 학습지 노조와의 간담회 자리를 마련하였다.

대구지역 여성단체와의 간담회

대구지역 간담회는 여성해방연대를 비롯하여 몇 개의 단체들과 개인들과 함께하는 자리를 가졌다. 대구지역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여성단체들이 함께 안정적인 연대의 틀을 구성하고 있으며 비정규직 권리 찾기 캠페인과 같은 공동연대사업의 경험을 많이 축적하고 있었다. 이날 자리에는 그러한 연대의 틀을 구성하는 많은 단체들이 참여하지 못하여 매우 아쉬웠지만, 여성행진의 주요의제인 성매매 여성의 노동권, 성노동과 관련한 쟁점, 그리고 기존의 여성운동에 대한 비판적 평가를 담지하고 있는 ‘빈곤과 폭력에 저항하는 여성행진’의 문제의식을 토론할 수 있는 자리였다. 또한 여성행진의 주요의제에 ‘여성의 정치세력화’라는 부분이 빠져있음이 지적되기도 하였다.


‘성노동’과 관련한 쟁점에서는 현재 성매매 여성들의 목소리의 중요성은 분명하고, 성매매방지법과 같은 방식의 접근의 한계성도 명확하지만 ‘성매매의 비범죄화’ 역시 올바른 대안일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도 제기되었다. 또한 6월 29일, 성노동자 준비위원회의 출범이라는 계기를 맞아 성노동자운동에 대한 현실적인 전망과 방향성 모색이 중요할 것인데, 현재의 주체화되어가는 과정으로서의 성매매 여성들의 운동의 지속가능성의 문제 역시 성노동자 운동에 대한 여성운동, 사회운동의 연대를 모색함에 있어 중요한 고려의 지점이라는 의견이 있었다.

또한 성매매를 성의 상품화의 극단적인 한 형태로 사고함에 있어, ‘성의 상품화’를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의 문제가 제기되었는데 성의 상품화라는 측면을 인정하였을 때, 여성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자기결정권의 문제, 성폭력에 대한 여성운동의 대응방식 역시 전면적으로 변화할 수 밖에 없음, 또한 그러한 과정으로 인한 현실적인 성폭력의 문제에 대한 대응의 취약함을 간과할 수 없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주어진 짧은 시간으로 인해, 아쉽게도 토론을 정리할 수 밖에 없었지만 여성행진이 아직까지 정리하지 못한 범위의 중요한 쟁점들이 존재함을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자리였다.

부산 한솔 학습지 노조 간담회

대구에서의 간담회를 마치고 순례단은 서둘러 부산으로 이동하였다. 밤 9시에 약속되어 있는 한솔 학습지 노조와의 간담회를 위해서였다. 서둘러 도착하여 부산민주노총 지역본부에서 부산지역의 동지들과 반갑게 인사할 수 있었다.

간담회는 순례단과 한솔 학습지 노조의 김은희 동지, 김진아 동지, 감소영 동지, 서민정 동지가 참석하였고, 부산 지하철 청소용역 사무국장 천연옥 동지와 부산지역에서 투쟁하고 있는 철폐연대 동지들과 함께할 수 있었다.

한솔 학습지노조는 현재 부산지역 일반노조에 소속되어 있으며 특수고용직이라는 이름의 비정규직으로 사측의 다양한 방식의 착취와 억압에 투쟁하고 있는 여성노동자들이다.


한솔교육 동부지사는 2005년 1월부터 회원들의 회비를 인상하고 교사들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를 이전 수수료로 맞추기 위해 일괄적으로 한글군 5~10% 영어군 9~13% (평균 20만원) 까지 낮추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였다. 위탁계약서 역시 사측이 언제든지 악용할 수 있도록 모호한 문구를 넣어 완전히 개악시켰다. 이에 한솔교육 학습지 교사들은 2005년 1월 22일 노동조합(203명중177명 가입)을 결성하였고 2월부터 총 11차례의 교섭이 진행되었으나 그 어떤 것도 진전되지 못하였다. 4월 26일 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였고, 2005년 4월 25일 조정이 결렬되면서 쟁의권을 갖게 되었는데, 사측은 4월 30일 노조대표인 이지영 교사와 해운대 지국 대표인 이주희 교사를 업무방해를 이유로 해고하였다. 이어서 영어지국 신종혜 교사가 개악된 신 계약서에 싸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계약 해지되었고 진구지국 김승희 교사가 6월 30일부로 계약해지된 상태이다.

2005년 5월 15일 사측은 단체행동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2005년 6월 16일 2시 에 재판이 있었고, 변호사 선임건으로 속계가되어 2005년 6월 29일 2번째 재판이 있었고 2005년 7월 28일 결정될 예정이다. 한편 노조는 2005년 6월 초부터 영,유아 학습지 시장의 회원부모 권리찾기 모임인 '아이사랑 참부모회‘를 결성하여 영,유아 교육에 올바른 목소리를 낼 것이고, 올바른 교육문화를 만들어가는 길에 주체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학습지 교사는 대부분 여성들로 구성되어있다. 학습지 자본은 이직률이 높은 여성들의 조건을 자신의 이해에 적절히 활용함으로써 불안정한 일자리와 부당한 착취를 정당화하여 왔다. 그러나 특수고용직이라는 이름으로 인해 노동자성이 인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학습지 노동자에 대한 어떠한 권리도 제기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우리는 한솔 학습지 노조의 투쟁 상황과 여성 특수고용직이 겪을 수밖에 없는 현실들을 구체적으로 들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분명한 것은 영, 유아 교육과정과 같은 보육의 과정과 유사한 노동자체가 여성화되어가는 과정, 이 때문에 학습지 노동자들의 노동은 가치 절하된 여성노동으로 치부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할 수 있었다.

여기에서 특수고용직의 투쟁의 과정에서도 확연히 드러나는 남성노동자와 여성노동자의 차별역시도 간취할 수 있었다. 어떠한 생산수단을 보유하지도 못했고, 또한 정형화된 생산가치 측정도 불가능한 영, 유아 교육은 단지 가정에서 여성이 해야 하는 역할로서 정당한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솔노조의 동지들은 이렇듯 자본이 여성의 노동을 악랄하게 이용하고 있는 조건 속에서 여성학습지 교사들이 스스로 여성노동자라는 주체성을 인식하고 자신의 노동을 “다만 한시적이고 부차적인 노동”이라고 안주해버리는 인식을 깨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우리는 학습지 여성노동자들이 여성으로서, 노동자로서 자신의 온전한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현실의 여성운동과 노동운동, 이 양자가 상호 결합하고 상호변화할 수 있는 조건이 확보되어야 함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위해 각각의 처한 구체적인 상황은 모두 다르지만, 또한 모두 같을 수 밖에 없는 여성농민, 새만금에서의 여성어민, 그리고 여성노동자들은 빈곤과 폭력에 맞선 저항의 한길에 함께 연대해야 함을 보다 강하게 인식할 수 있었다.

약 두시간 반에 걸쳐 진행된 간담회는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에 대해 보다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논설
사진
영상
카툰
판화
기획연재 전체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