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오 전임 회장이 경영하던 두산산업개발이 매출부풀리기로 3천억 분식
▲ '신뢰받는 기업' 두산산업개발 |
8일 오전, 두산그룹의 건설 계열사인 두산산업개발 측은 지난 1995년부터 2001년까지 회계 분식으로 매출액 부풀리기를 한 2,797억원을 올해 반기 결산에 전액 반영해 해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두산산업개발측은 “이번 자진처리는 지난달 그룹회장에 취임한 박용성 회장이 두산산업개발의 업무보고에서 이러한 사실을 발견하고 해소토록 지시함에 따라 전격 단행된 것”이라며 이 분식은 “건설업체의 과당경쟁과 IMF 외환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불가피하게 처리한”것이라고 변명했다.
또한 두산 측은 “박용성 회장은 평소 Clean Company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두산중공업 등의 사외 이사수를 사내이사보다 더 많게 하고, 감사제도를 강화시키는 등 투명경영, 윤리경영을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왔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두산산업개발은 1995년부터 2001년 사업연도까지 완공 시점에 도래한 건설 프로젝트의 원가 중 일부를 다른 건설 프로젝트의 원가로 이체하여 매출액을 부풀려 순이익을 과대하게 계상하는 식으로 분식회계를 자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이번 분식 공개로 인해 두산산업개발의 부채 비율은 약 650%까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두산산업개발측은 은 현재 약 8조원의 수주물량이 확보되어 있고 현금유동성에도 문제가 없기 때문에 내년 말까지는 부채비율이 250~300%대로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박용오 측의 비자금 폭로에 대한 박용성 측의 맞불 놓기라는 지적도
두산측은 대기업의 분식회계 고백이 극히 이례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지난 3월 금감원은 ‘향후 2년 동안 기업이 과거 분식회계를 자발적으로 신고하면 해당부분에 대한 감리를 생략’한다는 방침을 정한 바 있지만 두산의 이번 고백을 바라보는 각계의 시각은 싸늘하기 그지없다.
박용오 전임 회장이 박용성 회장의 비지금 조성 사실을 폭로한데 대해 박용성 회장 측은 박용오 전임 회장이 두산산업개발 회장 재직 당시의 분식 회계 사안을 터뜨리며 맞불을 놓았다는 지적이다. 분식 회계 사실을 밝힌 두산 그룹 측이 ‘박용성 회장이 투명 경영을 강조해왔다’고 강조한 사실 자체가 이런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또한 박용오 전임 회장이 폭로한 비자금 조성에 대해 검찰의 수사가 착수되는 시점에서 분식회계 사실이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나는 것보다 차라리 자진 고백 형식을 취하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국 재벌이 강조하는 ‘윤리경영’의 현주소
한편 두산그룹 측은 전임 박용오 회장과 연루된 두산산업개발의 분식회계 사실만 밝혔지만 다른 계열사에는 과연 분식이 없었을까 하는 의구심을 떨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두산산업개발은 두산그룹의 계열사 순환출자구조의 주요 연결고리를 점하고 있다. 두산산업개발은 ㈜두산의 지분 22.8%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두산은 두산중공업의 지분 41.5%를 가지고 있으며 두산중공업은 두산산업개발의 지분 30%를 보유해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따라서 두산산업개발의 분식회계는 자연히 다른 계열사와 연관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형제간의 우애’를 강조하며 ‘사우디 왕가식 경영’이라 자화자찬 했던 두산그룹의 박씨 형제들은 재산 앞에서 벌이는 이전투구가 점입가경에 이르고 있다. 또한 온갖 노동탄압과 좌충우돌식 발언으로 사용자 단체에서 ‘신망’을 높였던 박용성 두산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 이어져 나온 두산의 분식회계 소식은 한국 재벌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윤리경영’의 현주소를 정확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