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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꽃

들꽃이야기(30)

숲 가장자리에서 싱싱하게 자라 오르던 메꽃이 막 꽃이 필 즈음 다 뜯겨져 버렸다. 그리고선 같이 베어진 담쟁이덩굴, 마 따위랑 한쪽 귀퉁이에 버려져 말라가고 있다. 무성하게 자라는 게 지저분해 보였는지 누군가 베어내 버린 것이다.

메꽃도 나팔꽃과 비슷하다. 덩굴로 자라는 것이나 나팔 모양 꽃이 서로 많이 닮아 있다. 나팔꽃 색이 더 자극적이기는 해도 연분홍색 메꽃도 그에 견주어 뒤지지 않는다. 더구나 메꽃은 관상적인 것에만 그치지 않고 뿌리에서 잎, 꽃까지 먹을거리이고 게다 약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도 나팔꽃은 화초가 되고 메꽃은 잡초가 되고 만다.

참 이상한 일이다. 비슷한 꽃인데도 어떤 건 화초가 되고 어떤 건 잡초가 되니 말이다. 다 먹을 수 있는 풀인데도 어떤 건 채소가 되고 어떤 건 채소를 해치는 독풀이 되어 버린다. 길가 여기저기 자라난 들꽃들은 단지 씨 뿌려 기르지 않은 것이라 '청소' 당하기 일쑤다. 그 자리엔 항상 화초를 심은 화분이 놓여지곤 한다. 자연적인 것을 그대로 못 두는 것은 야생에 대한 원초적인 두려움 때문일까? 길가에 자라난 풀을 내버려 둔 곳은 뒤쳐져 보이고, 없어 보이고, 비위생적으로 보이는 것, 자연적인 것은 미개한 것이라는 생각은 철저히 교육되어진 것이다.

숲 가장자리나 길가 빈터에서 자란 풀들이 아무렇게나 마구 자란 것 같아 보이지만 그 속에도 나름대로 법칙이 있다. 풀은 아무 곳에서나 자라지 않는다. 게다 풀은 자라나 흙을 깨끗하게 하고, 그 풀을 먹는 벌레를 살리고, 그 벌레를 잡아먹는 동물을 불러들인다. 요즘 자연이 살아 있는 아파트가 인기 상품이다. 하지만 그게 어디 진짜 자연인가? 자연처럼 꾸며놓은 것뿐이지. 그걸 알면 지저분해 보이는 게 조금은 달리 보일 텐데…….

메꽃을 알면 여름 더위가 두렵지 않다. 무더위에 시달려 몸이 나른하고 지칠 때 메꽃은 기운을 살리는 좋은 약이다. 피로가 겹쳤을 때 몸이 약한 체질이나 병을 오래 앓아 기력이 떨어졌을 때도 메꽃은 좋은 약이다. 혈압을 낮추고 혈당을 낮추어 고혈압, 당뇨병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 정력이 감퇴했을 때도 메꽃이 좋다는데 그래서 어떤 이는 메꽃을 비아그라라 부르기도 한다. 여자한테는 생리불순, 대하증에 좋다고 한다. 메꽃은 아주 맛난 먹을거리이기도 하다. 메꽃 뿌리로 먹을거리를 대신했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잎은 데쳐서 먹는데 시금치보다 낫다고 한다. 꽃은 기름에 튀겨서 먹을 수 있다.

메꽃은 원래 이 땅에서 자생하는 풀이다. 그래서인지 어디서나 잘 자란다. 도심 큰길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나팔꽃은 인도 등지 아열대 아시아가 원산지이고 오래 전 관상용으로 들어와 심어지던 게 들로 퍼져나가 저절로 자라게 되었다. 특히 최근에는 열대 아메리카 원산 둥근잎나팔꽃이나 미국나팔꽃이 들어와 빠르게 퍼지고 있다. 메꽃이 토박이이기 때문에 귀화식물 나팔꽃보다 좋다거나 더 아껴야 한다는 게 아니다. 메꽃과 나팔꽃이 나란히 함께 자라면 더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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