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여성문제 인식 저급"

[좌담] 민주노총 4기 임원 보궐선거 여성할당부위원장

민주노총 4기 임원보궐선거가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다. ‘참세상’은 이번 선거를 맞이해 여성할당부위원장 후보들과 함께 좌담회를 기획했다.

선거 중단 의견 첨예한 대립

‘참세상’은 여성할당부위원장들과의 좌담을 통해 도입 3년을 넘어서고 있는 여성할당제의 평가를 비롯해 남성 정규직 중심의 민주노총에서 어떻게 여성의 목소리들이 조직적으로 반영되고 있는지, 늘어가는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화를 위해서 민주노총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여성할당부위원장들의 입장을 들어보자 했다. 좌담은 4일 오전 참세상 사무실에서 열렸다.

좌담은 정부 여당과 한나라당이 9일 국회 환노위 전체회의를 통해 비정규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려 해 변화한 상황을 반영하듯이 이번 법안 통과를 어떻게 저지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입장은 첨예하게 대립했다.


기호 1번 권수정 후보는 “단결해서 투쟁하는 것이라면 당선되면 투쟁하겠다고 사기 치지 말고 지금부터 투쟁하자”며 선거 중단을 주장했으며, 기호 2번 진영옥, 기호 3번 김지희, 기호 4번 최은민 후보는 “투쟁을 책임지기 위해서라도 선거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호 3번 김지희 후보는 “비대위 지도체계의 한계는 명확하다. 후보로서 최대한 공동의 투쟁과 힘을 조직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선거를 지속할 것인지에 대한 입장은 첨예하게 대립했지만 현 정세의 급박함과 공동의 힘으로 총파업을 성사시켜야 한다는 점에서는 모든 후보들이 공감했다.

민주노총 남성 중심성 “이견 없다”

민주노총의 남성 중심성에 대해서도 이견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는 현 민주노총의 남성 중심성이 얼마나 심각한지, 이는 정파를 넘어서 풀어가야 할 공통의 과제이었던 것이다. 각 후보들은 자신의 경험을 솔직히 이야기하며 여성의 입장에서 민주노총의 문제점을 짚어 나갔다. 그리고 그녀들은 한 목소리로 “여성할당제의 한계는 존재하지만 이도 부족한 상황이다”며 제도적 장치를 통해서라도 여성의 대표성이 민주노총 내부에서 획득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여성 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위해서 민주노총의 조직화 문화, 집회 문화 등의 남성 중심성이 변화되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다음은 좌담회 전문이다. ‘참세상’은 선거 뿐 아니라 일상적으로 민주노총의 남성 중심성이 평가되고 이후 여성들의 목소리가 중심에서 발언되길 바란다.

현 정세에 대해, 선거 중단 vs 선거 사수

사회; 먼저 참석해 주셔서 감사하다. ‘참세상’에서는 민주노총의 남성 중심성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지 이번 선거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이를 위해 여성할당부위원장 후보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일단 정부 여당과 한나라당이 국회 환노위 일정을 합의하면서 비정규 관련 법안과 관련해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이에 대한 이에 대한 의견은 어떠한가.

  기호 1번 권수정 후보

기호 1번 권수정 후보(권수정); 선거 중단을 주장하고 있다. 정세가 바뀌는 걸 본 다음에는 너무 당황스러웠다. 이대로 선거가 진행되고 만약 이런 상황에서 내가 당선되어서 조합원들에게 지금부터 내가 부위원장이니 책임진다고 얘기하는 것은 사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지들이 유세 때 주장하듯이 단결해서 투쟁해야 된다. 이 시기를 놓치면 굉장히 큰 상처가 될 것이다. 단결해서 투쟁해야 한다면 사기 치지 말고 현재 투쟁에 대해 확실히 발언하고 자신의 판단에 대해서 이야기해야 한다.

기호 2번 진영옥 후보(진영옥); 말하지 않는 게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이 시기에 가장 중여한 것은 9일에 있을 법안 의결을 저지해내고 10일 대의원대회를 사수해서 우리 힘 확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유세가 다가 아니다. 비대위에서 나온 계획을 적극 지지하며 이와 함께 할 것이다.

기호 3번 김지희 후보(김지희); 선거 중단 동의 할 수 없다. 이럴 때 일수록 강력한 지도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현재 비대위가 긴급히 투쟁을 조직하고 나설 수 있게 힘을 기울여야 한다. 후보로서 해야 할 역할은 민주노총을 책임지겠다는 사람답게 이 시기 투쟁해야 한다는 것을 호소하고 조직하는 것이다. 우리가 선진부대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최대한 공동의 투쟁과 힘을 조직하자.

기호 4번 최은민 후보(최은민); 지금 비대위 체계로는 안 된다. 지금 아쉬운 것은 후보들이 공동으로 할 수 있는 것을 빠르게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합원들이 원하는 것은 민주노총의 지도력이 빨리 안정적으로 구축되는 것이다. 지도부의 역할을 빨리 정비하고 강력한 투쟁을 만들어 가기 위해 10일 대의원대회는 반드시 사수되어야 한다. 정권이 노리는 것이 우리가 분열하고 비대위로 계속 가는 것이다.

늘어가고 있는 여성 비정규직, 그녀들의 투쟁에 대한 평가

사회; 문제를 조금 확장시켜서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비정규직의 절반 이상을 여성 노동자들이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작년에는 많은 여성노동자들의 싸움이 있었는데 이에 대한 평가는 어떠하며 빈곤의 핵심으로서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어떻게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기호 2번 진영옥 후보

최은민; 2005년 많은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있었다. 한원CC, 철도 KTX 여승무원, 학습지노동자들의 투쟁 등 대부분이 여성노동자들의 싸움이 있었다. 일단 투쟁의 주체들이 완고하게 투쟁하고, 조직화 과정으로 이끌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해당 지역본부나 총연맹 경우는 모범들을 창출할 필요 있는 사업장 경우 좀 더 여론화하고 집중시킬 필요가 있다. 총연맹 경우 대정부 전선 쳐주는 역할을 해야한다.

김지희;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참 외롭고 처절하다. 마치 외로운 섬 같았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나가라면 끝이기 때문에 특히 이 싸움은 더욱 어렵다. 예전엔 장기투쟁에 남성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대부분이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대부분이다. 이는 여성 노동자들이 남성보다 더 불안한 고용과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여성 비정규직 문제가 민주노총 전체의 방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민주노총 비정규직실에는 여성 담당도 없다.

진영옥; 총연맹 비정규실 예산은 전체 예산의 1%이다. 이런 상황에서 비정규직 사업이 잘 될 수가 없다. 또 비정규직 싸움은 따로 가고, 민주노총 여성위 현안은 따로 가고 있다. 이러만 안 된다.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싸움은 전체 차원에서 진행되어야 하며, 이렇게 가려면 사실 총연맹 위원장, 사무총장 후보들의 정책에서 이것이 확실히 나와야 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제기는 선거만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제기되어야 한다.

권수정; 지난 1년을 보면 막다른 투쟁을 슬프게 악으로 깡으로 슬픈 투쟁 많이 했다. 민주노총 비정규직 투쟁은 빵점이라고 생각한다. 국회 일정에 따른 투쟁 밖에 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제 조합원은 서울에 올라가지 않는다고 한다. 비정규직 싸움이 중요하다면 국회 일정 박히는데에 따라 수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공세적인 싸움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해야할 것은 우리 일정을 만들어 투쟁하고 이에 대한 답을 얻어내는 것이다.

남성 중심적 노동운동에 대한 일침

사회; 여성 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위해서는 조직화 방식, 집회 문화 등 모든 것을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남성 정규직 중심의 노조운동에 대한 후보들의 생각은 어떠한가.

  기호 3번 김지희 후보

진영옥; 다른 나라의 예를 들면 집회 장소를 정하면 아이가 있는 사람들이 편하게 올수 있게 최대한 대중교통이 편한 곳으로 한다고 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쉴 수 있는 곳을 마련하기 위해 예산을 책정한다고 한다. 한국은 어떠한가. 전교조에서 참교육실천대회를 하는데 참여하는 조합원의 70%가 여성이다. 그래서 5천 만 원 예산 중 천 만 원을 함께 오는 아이들을 위한 탁아시설 예산으로 책정하자고 했는데 남성 지부장들의 반대가 있어 결국 책정되지 못했다. 또 생리공결제 관련 투쟁을 하는데 많은 남성 조합원들이 정부가 반대하는 논리와 같은 이유를 대면서 이를 반대하더라.

권수정; 예전에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비정규직 천막 농성 할 때 규율을 정하면서 생리휴가를 쓸 수 있도록 하자는 제기가 있었다. 근데 한 동지가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생리휴가가 없는데 어떻게 생리휴가를 쓸 수 있느냐며 반대하더라. 현장의 노동자들이 생리휴가를 쓰지 못한다면 우리가 더욱 요구해서 쓸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니냐. 이런 상황 속에서 내가 느낀 것은 남성 동지들과 같은 지위를 인정받으려면 딱 3배를 더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것은 여성이 갖는 대표성이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 보편적 조건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지희; 조직화 방식이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집회를 하던 조직화를 하던 여성 친화적인 환경을 만들어야 하지만 이것을 위한 환경 조성과 정책은 전무하다. 담론 자체가 잘 형성 안 되는 것이 현재의 모습이다. 여성연맹에서 주장하듯이 여성의 감수성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절대 조직하지 않는다. 지금은 여성을 조직화 하더라도 남성적으로 조직한다. 민주노총이 성인지적 관점을 가지고 접근하고, 고민하고, 정책과 투쟁을 만들어가지 않으면 백날 해도 안 된다. 시도는 시작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노조운동에서 더욱 중요할 것인데 이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은민; 2004년에 여성 간부 수련회를 다녀와서 나는 은혜를 받았다고 생각했다. 내가 간호사 출신이고 보건의료 쪽이 여성이 많아서 그런지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난해 말에 진행된 홍콩 원정투쟁에서 전교조는 참가하는 지부에서 반드시 여성 1인, 남성 1인이 참석할 것을 결정했다. 여성 간부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안 주는 문화가 가득한 가운데 모범적인 결정이었다고 생각했다. 이런 방식의 노력들이 다른 조직에도 확대되어 적용되었으면 한다.

여성할당제, "과도적으로 꼭 필요한 제도"

사회; 여성할당제에 대한 평가를 해봤으면 한다. 일부에서는 여성을 그저 끼워 넣는 것 이상의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기호 4번 최은민 후보

김지희; 여성할당제는 과도기적 장치이다. 여성할당제도 본격화 한지는 1년 밖에 안 된다. 규정은 있지만 사람도 못 채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할당제가 뭔지도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상황이다. 조합원들에게 소책자 한번 나간 적이 없다. 그래서 현재 필요한 것은 워낙 구조적으로 고착화된 차별문제를 벗어나고 숫자도 늘릴 수 있는 질적 토대로 여성할당제를 확장시키는 것이다. 이 의미와 정신을 제대로 살리려면 조직적으로 강제적 교육을 통해 의식을 형성하고, 할당을 담당하고 있는 여성조합원들에 대한 배려와 교육이 충분히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권수정; 문제는 의제를 어떻게 확장시킬 것인가이다. 사실 생리휴가까지 문제 삼는 천박한 수준에서 여성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다. 예를 들어 내가 성폭력 피해자가 되고 나서 나를 공개했더니 그제서야 확산되더라. 여기 계신 동지들에게도 당부 드리고 싶은 것인데 다른 것은 몰라도 성폭력 사건이 접수되면 매우 단호하고 비타협적으로 대해 주셨으면 한다.

최은민; 지금의 여성할당제는 내용보다 제도가 앞서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여성간부들이 나서서 내용을 채우는데 우선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것을 통해 문화도 바꿀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를 총연맹이 더욱 강력히 강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성운동과 노동운동 어떻게 만날 수 있나

사회; 정세적으로도 여성의제와 노동의제가 함께 결합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여성운동과 노동운동이 어떻게 만나야 할지에 대한 고민들을 말해 달라.

권수정; 페미니즘에 대해서는 문제의식이 조금 있는데, 물론 계급 문제가 해결돼야 여성 문제가 해결된다는 식은 아니다. 사실 현재 우리사회 페미니즘 운동은 부르주아 이론만 있는 것 같다. 우리에게 필요한 페미니즘은 여자고, 비정규직이고, 못 배웠고, 가난하고, 못생기고, 성질 더러운 이런 대다수의 사람들의 권리와 삶에 대해 발언하는 것이어야 한다. 섭섭 할 지 몰라도 여성운동에서 이런 이론은 없더라. 노동운동 내부에서도 70년대부터 여성 노동운동의 역사를 정리하고 해석하는 작업이 부족하다. 이런 부분에서 나의 역할은 나의 언어로, 우리의 언어로 이 문제를 아주 쉽게 발언 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영옥; 페미니즘이 어려운 이유는 우리 나름대로의 이론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여성운동도, 노동운동도 극복해야 할 문제이다. 우리도 근본적으로 이에 대해 이야기를 해봐야 한다.

김지희; 작년 민주노총 10주년 토론회 준비하면서 여성운동 관련 발언해 줄 사람을 찾는데 10개월 걸리더라. 내용도 없고 사람도 없다. 노동운동 내에서 여성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은 정말 이제 시작이다. 노력은 있었지만 성과는 남지 못했다. 이것을 만드는 일을 여성할당부위원장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은민; 사실 공약집에 여성공약이 하나도 없다. 몰라서 안 넣은 것도 있지만 여성할당부위원장이 꼭 여성사업 공약만 제기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고민도 있다. 고민이 많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많은 여성들이 머리 맞대고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갖는게 중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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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 보궐선거 , 여성할당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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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H

    참세상에서나마 이런 기획과 기사를 보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민주노조 운동의 '혁신'에 있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절대 다수 비정규직인 '여성'을 어떻게 조직화하고
    '여성'을 어떻게 주체화할 것이냐가 관건이라 생각합니다.
    여성을 성공적을 조직화하고, 여성친화적 노동운동이 되어야만
    진정한 계급적 운동이 될 수 있고,
    진정한 변혁운동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운동판에서 '여성'을 얘기하지 않는 곳이 없는데,
    동시에 얘기하는 사람 또한 아무도 없는 상황인듯.
    이런 기획/기사 이번 한 번으로 끝내지 말고,
    아무튼 선거 국면이니
    여성할당부위원장 후보들의 정책과 생각들을
    계속 추적하고, 독촉하고, 기사화하고
    '여성'으로 호명을 해줬으면 합니다.

  • 이슬이

    주변 활동가의 말을 듣고 이제서야 기사를 봤습니다.
    좋은 기획이자 잘 정리된 간결한 기사였습니다. 좌담 기사를 정리하는 게 쉽지 않은데 말예요. 선거때만이 아니더라도 늘상 이런 기획기사를 접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후보들도 선거 시기만이 아닌 노동(조합)운동을 혁신하려는 과정에서 이 말들의 잔치를 현실화할 수 있도록 실천할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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