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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갯벌과 바다에, 어민의 삶에 생명평화를!

[주용기의 생명평화이야기](17) - 3월에 방조제 2.7km 물막이 공사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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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봄기운이 돕니다.

지난 해 12월, 겨울 눈사태로 인한 막대한 피해와 추위가 지나가고, 이제 온갖 생명들이 봄기운을 맞아 생명활동을 시작하는 시기가 되었습니다. 우리들 마음에도 새학년, 새학기, 새출발, 새로운 만남을 위해 새로운 마음을 갖는 때이기도 합니다. 농민들은 작년 힘겨웠던 한 해를 돌아보며 올해 무슨 농사를 지을까 고민하고 농사준비에 들어갑니다. 노동자들과 서민들은 겨울철 추위에서 벗어나 올해 삶이 나아질까 희망을 가져보기도 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이웃인 어민들도 새만금 갯벌과 바다에 나가 본격적으로 어업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새만금 갯벌과 바다의 생명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겨울철 동면에 들어갔던 갯벌 속의 게와 갯지렁이들이 갯벌 표면에 나와 일광욕과 먹이 활동을 시작하고, 실뱀장어가 동북아시아로부터 약 3,000km 떨어진 필리핀과 마리나 제도 사이의 깊은 바다에서 산란한 후 부화되어 출발한 지 2년 만에 우리나라 서해안 하구갯벌에 도착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새만금 방조제 내측 만경강과 동진강 염하구갯벌에서 어민들은 밀물 때 모기장 같이 그물코가 작은 그물로 이들을 잡아 많은 수입을 얻기도 합니다.

멀리 뉴질랜드, 호주, 필리핀까지 내려가 겨울을 보냈던 나그네새 20여만 마리가 새만금 갯벌에 도착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이들은 대략 15일 내지 20일 간 갯벌에서 먹이를 먹으며 휴식을 취합니다. 빠르면 2월 말부터 늦으면 5월 중순까지 교대로 찾아오는 이들 새들은 아름답기 그지없고, 이들의 모습과 군무를 보기 위해 뜻있는 사람들이 찾아들기도 합니다. 휴식과 체력을 보강한 이들은 짝지기를 하고 새끼를 낳기 위해 시베리아, 알레스카, 캄차카반도, 중국 동북부 등의 지역으로 떠나갑니다.

또한 새만금 연안에는 산란을 하기 위해 주꾸미들과 조기들이 찾아오고, 방조제 내측 갯벌에선 따뜻한 봄 기운을 맞으며 깊이 들어가 있던 조개들이 갯벌 표면으로 가깝게 올라오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어민들은 갯벌과 바다에 나가 수입을 올리고 생계와 자녀교육 등 생계를 꾸려나갑니다.

이렇게 봄 기운을 맞아 움츠렸던 생명들과 어민들, 우리 이웃들이 이제 활기찬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어느 한 여성 어민은 정부 계획대로 라면 새만금 갯벌을 볼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아 매일 걸어서 조개들을 만나러 나간다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새만금 연안에 사는 2만 여명의 다른 어민들도 불안한 마음으로 봄을 맞이하고 있고, 어업을 준비하면서 마지막이 되지 않도록 몸부림을 치고 있습니다.

그래서 봄을 맞이하기가 불안합니다. 새만금 갯벌과 바다에 사는 뭇 생명들의 위태로움과 이 곳에 기대어 사는 수많은 어민들의 생존과 공동체 위협, 나아가 불안한 전북의 미래가 눈앞에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왜 이리 자꾸 마음속에 눈물이 맺히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어민도 전북도민이다! 어민생존권 보장하라!’고 외치는 구호 속에 말입니다. 아무 말없는 수많은 뭇생명들의 목숨이 스러져갈 것을 생각하면 우리 모두가 역사의 죄인으로 남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환경부가 전문가들에게 조사의뢰하여 2004년 6월 발간한 「새만금 하구역 자연생태계 조사보고서」를 통해 새만금 갯벌과 바다의 자연생태계의 중요성과 방조제 물막이 공사로 인해 발생할 환경파괴를 우려하며, 사실상 새만금 사업 중단 입장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이 이 조사결과 보고를 묵살하고, 나아가 조사 자체를 중단시킨 일까지 발생하였다고 합니다.

또한 해양수산부도 많은 조사연구기관에 의뢰하여 2005년 2월에 작성한 「새만금 해양환경보전대책을 위한 조사연구 보고서(3차년도)」를 통해 해양환경의 악화와 수질오염의 가능성을 주장하며 새만금 사업의 강행 중단을 요구하기도 하였습니다.

한편 2001년부터 5년 가까이 진행된 새만금 소송을 통해서도 새만금 사업의 타당성 없음이 확인되었습니다. 방조제 외측의 해양환경악화와 수질오염으로 인한 제2의 시화호 가능성, 막대한 국민의 혈세가 사용되어도 이익을 낼 수 없을 정도로 경제적 타당성이 없음이 이번 대법원 공개변론에서도 확인되었습니다.

농림부가‘농지조성 목적’이라고 하면서 대체농지 조성기금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대법원에서도 농지조성 목적이라고 주장하였지만, 국무총리실이 주관이 되어 결국 올 6월에 다른 용도로 전환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전라북도도 다른 용도로의 전환을 위해 새만금 특별법 제정을 중앙정부와 전북 출신 정치권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부는 무책임하게도 새만금 사업을 계속 추진하고 있고, 오는 3월엔 한국농촌공사에게 맡겨 총 길이 33km 중 아직 터져 있는 2.7km 방조제의 물막이 공사를 본격 시작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물막이 공사를 하는데 있어 바닷물 흐름과 조위차가 적은 3월이 적기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새만금 갯벌의 마지막 숨통인 터진 구간 2.7km를 틀어막겠다는 것입니다. 지금도 수많은 산들을 파헤쳐서 수많은 바위와 돌들을 가져가 물막이 공사 시작지점 주변에 산더미처럼 쌓아 놓고 있습니다.

3년 전인 2003년 3월부터 65일간 네 분의 성직자가 부안에서 서울까지 처절하게 결행한 삼보일배는, 우리 모두에게 감동을 주었고, 내안에 ‘탐욕, 어리석음, 분노’를 성찰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당시 모습을 떠올리고 그 뜻을 다시 되뇌이면서 ‘온세상의 생명평화와 새만금 갯벌을 살리기 위한 투쟁’에 다시 나서야 합니다.

우리의 행동은 단지 어떤 정치적인 의도가 있을 수 없고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해치기 위한 것이 아니어야 하며, 잠시 관심을 놓고 다른 일에 파묻혀 되돌아 보지 못했던 우리 자신을 반성하는 것이어야 하며, 새만금 갯벌과 바다의 뭇생명들을 우리와 함께 살아갈 존재로 되새기자는 것이어야 하며, 어촌공동체와 어민생존권ㆍ어촌문화를 고이 지켜내자는 것이어야 하며, 새만금 갯벌이 살아야만이 진정한 전북발전이 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어야 합니다.

오늘날 새만금의 염하구갯벌은 그 희소성과 경제적 가치가 날로 높아가고 있습니다. 만약 한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수십만년에 걸쳐 형성된 갯벌을 사라지게 한다면, 그 결과는 영원히 돌이킬 수 없습니다. 갯벌 간척을 중단하고 오히려 매립된 갯벌을 복원하는 정책이 세계적인 추세로 된 지 이미 오래입니다. 우리는 지금 중대한 역사적인 선택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노무현 참여정부와 전북 정치권, 전북 언론, 전북도민에게 호소합니다. 이제 새만금사업은 전북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이대로 추진되다면 오히려 전북의 재앙 아니 우리나라의 재앙, 전 세계적인 재앙으로 귀결될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이성을 가지고 심사숙고해 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우리의 진심어린 마음이 통할 때까지, 새만금 갯벌과 바다에 생명평화가 이루어질 때까지 끝까지 투쟁하고자 합니다. 이제라도 새만금 방조제 물막이 공사 중단시킴은 물론 해수유통을 확대시키고, 기존 방조제를 활용한다면 새만금갯벌과 바다도 살리고 전라북도의 진정한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후손들이 지금의 우리를 현명한 조상으로 기억할 수 있도록 전북도민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합니다.

우리 모두 그 길에 동참할 것을 간곡히 호소드립니다.
우선 새만금 방조제 마지막 2.7km의 물막이 공사를 무조건 강행하는 것을 못 하도록 저지투쟁에 적극 나서야 합니다. 그리고 터진 구간을 교량으로 연결하고 해양생태공원화와 방조제를 활용한 풍력발전단지화 등 생태친화적인 대안들을 찾아 이행한다면, 새만금 갯벌의 뭇생명들도 살고, 어민과 농민, 노동자, 서민도 살며, 전북의 진정한 발전도 가능할 것입니다.

봄은 오고 있지만, 봄이 두렵습니다. 죽임의 굿판이 벌어지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이 두려움이 현실화되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정성을 다하겠습니다. 우리의 투쟁이 새만금 갯벌과 바다의 뭇생명들과 어민생존권을 지켜내고, 죽임의 문화를 살림의 문화로 바꾸는 시금석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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