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땅을 떠나야 하는지 설명해 달라

[윤현식의 내맘대로] 유혈사태 초래한 국가공권력의 불법행위

윤광웅 국방부 장관이 결국 극단의 처방을 내리려고 작정을 한 듯 보인다. 5월 8일, 윤 장관은 군사시설물보호를 위해 투입되어 있는 군에게 보호장구를 지급하는 한편, 철조망 절단이나 초병과 충돌을 일으킨 사람들을 군형법 등 군법으로 다스리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전시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계엄상황이나 위수령 등이 발동된 상황도 아닌 평시에 민간인에 대한 군법적용이 가능한가에 대한 법률적 논쟁이 이루어지고 있다.

한편, 5월 4일 유혈진압과정 및 이후 벌어진 철조망 절단, 집회시위 과정에서 연행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구속이 이루어지고 있다. 비록 법원이 단순가담자에 대해서는 영장을 기각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는 하나 미군기지이전을 둘러싼 갈등구조가 계속된다고 볼 때 구속자는 점점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당한 공권력의 행사”를 “불법적 폭력행위”로 방해하는 현상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을 가지게 되는 것은 5월 4일 이루어진 행정대집행과 군사시설물보호구역 지정이 과연 “정당한 공권력의 행사”였는가 하는 점이다. 군병력 13000명이 동원되고, 수를 알 수 없는 용역깡패들이 투입되었고, 급기야 공병대를 중심으로 하는 군 병력까지 투입된 이 상황에서 과연 그들은 “정당한 공권력의 행사”를 위한 충분한 적법절차를 거쳤는지가 의문으로 제기되는 상황이다.


행정대집행? 그게 뭔데?

우선 행정대집행에 대해 살펴보자. 현행 행정대집행법에 따르면 행정대집행은 “법률에 의하여 직접명령되었거나 또는 법률에 의거한 행정청의 명령에 의한 행위로서 타인이 대신하여 행할 수 있는 행위를 의무자가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 다른 수단으로써 그 이행을 확보하기 곤란하고 또는 그 불이행을 방치함이 심히 공익을 해할 것으로 인정될 때 당해 행정청은 스스로 의무자가 하여야할 행위를 하거나 또는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하게 하여 그 비용을 의무자로부터 징수"하는 것을 말한다(행정대집행법 제2조).

이 규정에 따르면 행정대집행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공법상 의무의 불이행이 있어야 한다. 즉, “법률에 의하여 직접 명령되었거나 또는 법률에 의거한 행정청의 명령에 의한 행위”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둘째, 이 의무는 작위의 의무, 다시 말해 무엇인가를 해야할 의무가 된다. 물론 다른 법률의 특별한 규정에 의해 부작위의무를 작위의무로 전환하거나 간주하도록 한 행위가 있다면 부작위의무의 경우에도 행정대집행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을 바꾸어 말하면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이상 부작위의무위반행위는 대집행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이다. 행정대집행의 세 번째 요건은 이 의무가 행정청 또는 제3자가 본인을 대신하여 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즉, “타인이 대신하여 행할 수 있는 행위”여야 하는 것인데, 바로 이 점에서 일반적으로 작위의무만이 행정대집행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밖에 법규정상 행정대집행의 요건으로 대집행 이외의 다른 방법이 없을 것, 행정대집행이 공익의 목적을 가지고 있을 것 등이 요청된다.

이번에 행정대집행의 대상이 된 의무는 대추분교 및 그 일대에서 집회 농성하고 있는 사람들, 대추리 일대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사람들의 강제퇴거이다. 대추분교의 철거가 목적이 된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대상이 된 사람들의 퇴거는 위에서 살펴본 행정대집행법이 적용되는 대체적 작위의무가 아니다. 퇴거는 제3자가 대신해서 해줄 수 있는 행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천적으로 이번 행정대집행은 그 적용 대상부터가 잘못되어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혹시 행정대집행법이 아닌 다른 법률에서 강제퇴거와 관련된 행정대집행이 가능한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국방부의 행정대집행은 불법행위였다

평택 일대에 미군기지가 건설되는 것과 관련된 법률은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국방·군사에 관한 사업”, “주한미군기지이전에 따른 평택시 등의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 등이 있다. 이들 법률 중 해당지역에서 주민 및 농성자들을 강제퇴거하기 위해 적용될 수 있는 행정대집행과 관련된 특별한 규정이 있는지를 보자.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르면 “국방·군사에 관한 사업”을 위해 토지를 수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국방·군사시설 사업에 관한 법률” 제6조제2항에 따르면 국방·군사시설 사업에 필요한 토지의 수용이나 사용은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주한미군기지이전에 따른 평택시 등의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은 본 법에 규정된 특별한 사항 이외의 사항에 대해서는 “국방·군사시설사업에 관한 법률”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각 법률들의 관계에 따를 때 행정대집행에 대한 특별한 요건을 이 세 법 중 어느 한 법에서 찾을 수 있다면 이번 국방부의 행정대집행은 합법적 행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89조는 토지수용의 결정 및 보상 등의 절차가 완료된 후에도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자에 대해 행정대집행법에 따른 행정대집행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규정 역시 근본적인 행정대집행의 대상은 행정대집행법상의 요건을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고, 더욱이 이번에 경찰진압의 대상이 된 현지 주민들의 경우 보상절차 자체를 거부하고 있었음에 따라 절차의 완료가 이루어진 상황이 아니었다. 더구나 농성하던 사람들의 경우에는 아예 이 규정에 따라 원천적으로 행정대집행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어느 법률의 규정에 의할지라도 이번 행정대집행은 그 집행 대상 자체가 잘못 설정된 행위였다. 점거농성자들의 강제퇴거를 위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결국 직접강제에 의할 수밖에 없는데, 직접강제는 반드시 법률상의 근거규정을 가지고 있을 때만 가능한 조치이다. 왜냐하면 직접강제의 형태는 의무자에 대하여 공권력이 직접 개입해 그들의 신체, 재산에 실력을 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본권에 대한 직접적이면서 강력한 침해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각 법률의 전부를 살펴보아도 직접강제를 규정한 조문은 존재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대상 자체가 행정대집행의 목적이 될 수 없는 것이기에 더 이상 국방부의 위법행위를 논할 필요가 없으나 기왕 진행된 사안이니만큼 그렇다면 국방부가 취한 이번 행위가 어디까지 위법적·불법적이었는지를 살펴보자.

행정대집행법 제2조의 규정에 따르면 행정대집행은 그 외의 다른 방법이 없을 때 취해야할 조치가 된다. 이것을 “보충성의 원칙”이라 한다. 그런데 과연 국방부는 이번 유혈사태를 동반한 행정대집행 이외에 다른 방법을 취할 수 없었던 것인가?

  7일 밤 행정대집행에 항의하며 청와대로 향하던 집회 참가자들을 경찰이 막고 있다.

적법절차도 무시한 국방부

국방부는 평택 일대에 미군기지건설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른 절차를 충분히 거치지 않았다. 본 법률에 규정된 다음의 절차들을 국방부는 제대로 지키지 않았음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즉, “제2장 공익사업의 준비 중 제9조제2항, 제3항, 제10조, 제12조, 제13조, 제3장 협의에 의한 취득 또는 사용 중 제16조, 제17조, 제4장 수용에 의한 취득 또는 사용 중 제21조” 등등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곧 국방부가 그동안 행정대집행법 상 견지해야할 “보충성의 원칙”을 제대로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지난 수 개월 간 대추리 일대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온갖 충돌의 와중에서 국방부는 행정대집행 외에 취할 수 있는 다른 조치들을 충분히 취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법으로 규정된 공청회 개최의 의무의 경우 이해당사자인 주민의 의견이 충분히 수렴될 수 없는 조건 속에서 요식적으로 끝내거나, 대화를 하겠다고 발표한지 불과 수일만에 전격적으로 행정대집행을 결행한 것 등을 감안하면 국방부가 보충성의 원칙을 만족했다고 볼 여지가 없다.

또한 행정대집행의 집행과정의 문제 역시 심각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행정대집행의 실행과정에서 과연 어느 정도까지 행정청이 실력행사를 할 수 있는가가 문제인 것이다. 비록 일군의 집단에서는 부득이한 경우 저항을 배제할 수 있는 실력행사가 인정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원칙적으로 법률의 규정이 없는 한 실력행사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봐야한다.

설령 백보 양보해서 실력행사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당연히 그 실력행사는 필요최소한의 범위에서 멈추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이번 행정대집행에서 보여진 군경용역합동실력행사는 필요최소한은커녕 가공할 물리력의 엄청난 파괴력을 자랑하며 유혈낭자한 실력행사로 귀결되었다. 이상에서 살펴보았듯이 이번 국방부의 행정대집행은 그 행위 자체가 불법행위였다. 법률의 근거도 없이 행정대집행이라는 실력행사를 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시위자는 물론 군경까지 포함해 수많은 부상자를 발생시켰다.

남은 문제는?

군사시설보호구역지정의 건 역시 법률적으로 매우 민감하게 다루어져야할 문제이나 이에 대한 논의는 제외하기로 하자. 군용 철조망을 절단하는 등의 행위를 “자행”하고 군경에 대해 “폭력”을 행사하는 등의 “과격폭력시위자” 또는 “폭도”들에 대한 국방부의 대응이 적절한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제외한다. 그러나 국가에 의해 자행되는 불법·위법적 행위에 대해 국민 또는 시민이 저항하는 것 자체가 “폭력”으로 덧칠되고 “폭도”로 매도되는 현상은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조중동문을 비롯한 보수언론들은 하나같이 시위대에게 두들겨 맞고 있는 군경을 부각시키면서 미군기지이전사업에 반대하는 측을 폭도로 몰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이번 사단이 발생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이며, 주민들의 분노와 시위 참가자들의 의도에 대해서는 함구한다. 그러면서 법을 지키라고 독촉한다.

도대체 누가 법을 어겼는가? 도대체 누가 “폭력”을 행사한 건가? 분명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발생했고 여기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만 한다. 당연히 이 부분에 대해 책임을 져야할 사람들은 대통령과 총리, 국방부 장관과 경찰청장이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들의 행위에 대한 합리적 설명은 하지 않은 채 폭력시위 엄단방침만을 합창하고 있다.

대추리 이장이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밝혔듯이 주민들의 요구는 매우 소박하며 아주 단순하다. 왜 이 땅을 떠나야 하는지 설명을 해달라는 것이다. 이 원초적인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수많은 군인과 경찰을 보내 유혈사태를 조장하고 공포를 조성하는 것이 과연 참여정부의 본질이란 말인가?
덧붙이는 말

윤현식 님은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으로, 참세상 칼럼 '윤현식의 내맘대로'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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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나가던이

    공특법에 의해 토지가 수용되면 토지의 소유권이 국가에게로 넘어가 국가의 소유가 됩니다. 국가의 소유인 땅에 허가 없이 설치된 시설물은 불법시설물이며, 점거자는 불법점거자가 되는 것이지요 .. 따라서 국유재산법의 불법시설물철거규정에 의해서 행정대집행법이 적용됩니다. 딴지를 거는 것은 아니고요 .. 규정은 있다는 말씀입니다. 저도 대추리 강제철거를 반대하는 독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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