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시설보호법은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

[기고] 법치주의의 위기

80년 5월 광주민중항쟁 이후 26년 만에 군이 민간인을 상대로 작전을 수행하는 일이 벌어졌다. 공교롭게도 5월 달에 발생한 이번 사태에 참으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군이 민간인을 상대로 작전을 수행할 수 있었던 근거는 군사보호시설구역의 지정인데 이는 다음과 같이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군사시설보호법에서 말하는 군사시설이란 ‘진지·장애물 기타 군사목적에 직접 공용되는 시설’을 가리킨다(동법 제2조 제1호). 그리고 동법 시행령 제2조(군사시설보호법시행령 일부개정 2003.8.16 대통령령 제18085호)에 의한, “기타 군사목적에 직접 공용되는 시설”이라 함은 ‘군의 주요지휘시설 및 통신시설, 대공방호시설, 전쟁장비 및 물자의 연구·생산 또는 저장시설, 군용비행장 및 비상활주로, 군항 및 군용부두, 군용사격장 및 훈련장’을 말한다.

기타 군사목적에 직접 공용되는 시설을 아무런 제한 없이 무한대로 확대하여 해석하게 되면 지나친 처벌의 확대를 가져올 우려가 있어 적어도 진지 등 시설에 준하는 것이어야 하고 이것이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부합된 해석이라고 할 것이다.

즉 불명확하고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이를 해석하게 되면 군 관련 모든 시설, 이를테면 장병들을 위한 세면실이나 화장실 등도 위 시설에 포함되어 이를 손괴하는 행위도 위 법에 의해 처벌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 직접 공용되는 시설이어야 하므로 아직 계획수립 단계에 있는 군 관련 시설이 위 법에서 특별한 보호의 필요성이 있는 군사시설로서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보기 힘들다.

현재 황새울에 있는 부대의 막사와 포크레인, 철조망 등이 군사시설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는지 개별적으로 검토해본다.

가. 부대 막사

부대의 막사는 전투를 예상하는 군사목적에 공용되는 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군사시설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고, 군사목적에 간접적으로 사용되어질지는 몰라도 직접적으로 공용된다고 볼 수 없다.

나. 포크레인

포크레인 역시 직접 공용되는 것이 아니고, 현재 군사목적이 아닌 장래 군사시설 설치를 위한 장비에 불과하여 군사시설이라고 보기 어려울 것 같다.


다. 토지

행정법에서 말하는 ‘공공’시설이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물적 시설’이라는 요건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행정법의 특별법분야에 속하는 군사행정법에서 말하는 ‘군사’시설 역시 그 최소한의 요건으로서 ‘물적 시설’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단순한 토지를 가리켜 군사 ‘시설’이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라. 철조망

철조망 그 자체는 군사시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철조망 자체가 군사시설이라고 보기 힘들고, 철조망으로 설정된 곳에 군사시설이 없다면 보호되어야 할 군사시설이 없기 때문에 독자적으로 보호되어야 할 군사시설이라고 보기 힘들 것 같다.

따라서 보호되어야 할 군사시설이 없음에도 자의적으로 군사보호시설이라고 설정해 놓고 이를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 군사시설보호법위반으로 단죄하겠다고 하는 것은 죄가 되지 않는 것을 처벌하겠다는 것이어서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

한편 검찰은 시위 연행자에 대한 대거 구속영장을 청구하였는데, 이는 97년 한총련 사건 이후 단일 사건으로는 최대 영장청구사건이 되었는데, 검찰의 구속영장청구는 다분히 정치적 고려가 개입되어 있다.

그러나 구속 여부는 법적 판단에 기해 결정되어야 한다. 우리 법에 정해 놓은 구속사유는 그 주된 것이 도망의 우려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어야 하는 것인데, 연행자들 중 상당수가 대학교 1,2학년들이고 자신들이 한 행위에 대해서 대부분 자백을 한 상태여서 도망할 우려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고 할 것이다.

특히 지자체 선거 후보자나 현직교사 등까지도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하여 영장을 청구한 것을 보면 이는 기지이전 반대 투쟁을 강경 진압하고 국민의 여론을 정권에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정치적 판단이 개입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는 영장청구 대상자를 의도적으로 선별하였다는 느낌마저 든다. 실제로 단순히 현장에 함께 있었다는 것만으로 시위 현장에서 발생한 모든 결과에 대해 시위참석자들이 책임을 져서는 안 된다는 형법의 대원칙인 행위책임의 원칙에 부합한 것이고, 행위에 직접 가담했다는 증거가 있어야만 처벌할 수 있는 것이 증거재판주의이다. 따라서 증거가 없음에도 그날 현장에 있었다는 이유로 체포된 시위대 중 영장이 청구된 사람들은 대부분 시민단체의 간부들이거나 시위전력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연행되거나 구속된 사람들 중에 대추리 주민들은 거의 없다. 이는 기지이전 반대투쟁을 주도하는 사람들을 결국 이후에 계속되는 투쟁의 예봉을 꺾고, 시위에 외부세력들이 주도하고 대추리 주민들은 제외되어 있다고 여론을 호도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다.

결국 군사보호시설구역을 설정하고 군부대를 동원하고 이를 반대하는 시위에 관해 구속영장을 남발하는 현 상황은 죄형법정주의, 행위책임의 원칙, 증거재판주의 및 불구속수사의 원칙 등 법치주의를 구현하는 중요한 원칙에 반하는 것이어서 법치주의의 위기라고 감히 단언하는 것이다.
덧붙이는 말

설창일 님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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