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대추리 들어가서 봐야 돼"

문정현 신부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단식 들어가

문정현 신부는 오늘 정오 경부터 평택미군기지확장에 반대하는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문정현 신부는 이미 3일간 아무 것도 먹지 않은 상태여서 기력이 약해보였다. 아래는 문정현 신부의 말이다.

  "이제 더 이상 갈 데도 없어..."

미군기지 확장한다고 마을에 들어가서 지켜본 게 작년 2월 14일부터지. 그동안 촛불집회, 행사 등 뭐 안 해본 게 없었어. 지금은 깊은 한숨 뿐이다. 견딜 수가 없어...

5월 4일 행정대집행 때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주민들도 충격을 견디기 힘들었다. 행정대집행 때 경찰, 군대의 폭력성... 오죽하면 광주항쟁 이야기가 나왔겠나.

국방부는 1차 대화에서 다 끝났어. 2차 대화 이야기하는데 대화를 하려면 여건을 갖추어야지 않어. 근데 6월 4일날 지질조사를 하는데 이건 제2의 행정대집행이야. 주민들 끌려나고 상처 나고, 노인 두 분은 실신해서 응급실 중환자실로 실려가고... 경찰 수십 대가 들이닥치고, 대화 태도가 안 되어있다.

김지태 위원장 7일 구속시켰는데, 주민 대표 없이, 범대위 문규현 신부 없이 어찌 대화가 되나. 혹시나 역시나, 혹시나 역시나...

주민들은 절망을 넘어 이제 벼랑 끝에 서 있다. 1년 넘도록 갇혀 살던 고통... 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겠어. 할 일이 아무 것도 없어. 김지태 위원장 구속 소식 듣고 밤잠을 한 잠도 못이뤘어. 그래서 주민들이 만류했지만 청와대로 오게 된 거야. 이제 갈 데도 없어.

6월 4일 행정대집행 때 주민들 무얼로도 위로가 안 되더라. 뭔 말을 해도 반응이 없어. 내가 미쳤어. 3일 동안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먼 산만 쳐다보고, 주민들 낯을 볼 수가 없었어. 이래서 안 돼지 해서...

이건 이론 문제가 아니야. 실천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한미관계 불평등한 거 누구나 안다. 효순 미선 때처럼 대추리, 도두리 주민들 다 죽어간다. 글로 표현 못 한다. 가서 봐야 한다. 모두들 대추리 들어가서 봐야 돼. 행동해야 할 시간이야. 지금은 다른 때를 기다리거나 이론을 세우고 할 때가 아니야.

주민들 농사 짓도록 해줘. 양수기 사주고, 노력으로 봉사하고...

  담요 몇 장과 생수 몇 병이 전부다.

  오후 3시 30분 쯤 민가협 회원들이 방문했다. 민가협 한 회원은 "(청와대가) 풍수가 잘못 됐어. 옮기던지 해야지, 다들 들어가기만 하면 이상해져"라며 혀를 찼다.

  시름에 잠긴 문정현 신부 옆으로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가 쓰인 작은 프래카드가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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