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은 끝나고.. 언론 다~ 죽었어!!

26일 전대미문의 싹쓸이 편성 언론 규탄 기자회견

한국의 16강 진출 좌절로 월드컵이 사실상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면서 언론의 공공성 훼손과 다양성 상실의 전모를 보여주었던 전대미문의 월드컵 특집 싹쓸이 편성에 대한 이른바 ‘언론 심판론’이 제기되고 있다.

다산인권센터, 문화연대, 인권운동사랑방 등 6개 문화인권단체는 토고전과 스위스전으로 한창 ‘월드컵’이 주가를 올리던 지난 19일과 23일, 전체 80%를 월드컵 특집방송으로 편성하는가 하면 메인 뉴스 프로그램 30꼭지 중 20여 꼭지를 월드컵 뉴스로 할애했던 방송3사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을 MBC와 SBS 앞에서 진행한 바 있다.


MBC, SBS에 이은 그 세 번째 규탄 기자회견은 26일 오전 11시 공영방송인 KBS 앞에서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를 포함 7개 단체가 모여 진행하였다. ‘월드컵은 끝났고, 언론을 심판할 때’, 반월드컵 문화행동에 있어 마지막 기자회견인 이번 기자회견은 마지막인 만큼 월드컵 관련 광고비 분석 및 해외사례를 통한 규탄발언 등 강도 높은 규탄 발언이 이어졌고, ‘뉴스다운 뉴스’를 보여주겠다는 문화인권단체 활동가들의 ‘대안 뉴스 생중계 퍼포먼스’ 등 다채롭게 진행되었다.

이들은 “월드컵 기간 비이성적 프로그램의 편성으로 사회적 책임을 방기하고 광고수익을 계산하며 현 사회의 문제와 우리의 미래를 ‘돈’으로 바꿔치기 하려는 방송을 심판 할 것”이라며 “방송사는 철저한 자기반성을 통해 시청자들 앞에 머리 숙여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월드컵 국면에서 ‘시민사회’도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했다”

정희준 문화연대 체육문화위원장은 “언론이 사회적 공기로서의 역할과 의제설정을 분명히 해야 하는 역할이 있음에도 시청률과 광고 수입 확대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고 기자회견의 포문을 열었다.

시민사회의 언론 감시의 기능도 미흡했다는 지적도 제기 되었다. 이도경 한국프로듀서연합회 회장은 “방송 등 언론이 눈에 보이는 인기에 영합하여 월드컵 광기에 한국 사회를 밀어 넣었다”며 “이 시점에 시민사회의 목소리도 제기되지 않는 등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박진 다산인권센터 활동가는 무엇보다 월드컵 앞에서 인권은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진 활동가는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는 다국적 스포츠메이커 아디다스와 같은 숨어있는 인권침해 사례를 발굴해 보도해야 할 언론이 이러한 기능을 수행하지 못했다”며 “프랑스 대표팀의 지단이라는 선수가 받는 후원금이 18억인 반면 축구공을 만드는 한 노동자가 한 시간 동안 받는 임금이 500원인 이러한 정보에 주목하지 않고 제공하지 않는 언론들이 어떻게 시청자들에게 월드컵을 즐기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월드컵이 뭐길래

“얼마 전, 환경부와 건설교통부를 통합하겠다는 의견을 내놓은 노무현 대통령이 이제 국가인권위원회와 경찰청을 통합하여 ‘인권경찰부’를 만들겠다고 합니다. ‘좌퐈신자유주의’라는 등 말장난에는 노무현 대통령을 당할 자가 없는 것 같습니다. 시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시민1) 차라리 붉은 악마 더러 해태 타이거즈 서포터즈를 하라고 하든가!
시민2) 지하철 보고 버스 전용차선으로 다니라고 하는게 어때요?



한 달여 전부터 공포에 떨게 했던 2006 독일월드컵 예선전은 예상대로 한미FTA, 평택항쟁 등 많은 사회적 이슈들을 사장시켰는데, 이에 따라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활동가들은 대안뉴스 생중계 퍼포먼스를 통해 그동안 언론이 외면했던, 그리고 16강부터 우승전 까지 앞으로 당분간 침묵당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의제들을 진지하게 때로는 코믹하게 엮어냈다. ‘뉴스가 뉴스다워야 뉴스’, ‘미디어 발광을 멈춰라!’며 발칙한(?) 대안 뉴스를 제시한 그들은 10여분 남짓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한미FTA, 평택소식, KTX 농성현장, 노무현 대통령 말장난 뉴스 등 다채로운 이색 대안 뉴스들을 발굴해 제시하기도 했다.

호주의 ABC는 ‘월드컵 프리존’

전규찬 문화연대 미디어문화센터 소장은 일본, 독일, 프랑스, 호주 등 중복중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민영 방송이 사전 조율해 중계하는 외국 사례를 들고, “공영방송 KBS가 여타 월드컵 출전 국가들의 공영방송에서 찾아보기 힘든 타방송사들과의 월드컵 방송을 중복으로 중계했다”며 “특집 편성 및 스포츠 뉴스화, 시청률 과다 경쟁의 총체적 문제점이 노정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규찬 소장은 “월드컵 특집 프로그램 편성이 외국의 경우 찾아보기 어렵다”며 “호주의 ABC의 경우 타 방송사에 월드컵 독접 중계권을 양보하고 자사에는 월드컵 관련 프로그램을 편성하지 않는 그야말로 ‘월드컵 프리존’을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공영방송 KBS의 분명한 좌표를 찾을 것을 촉구했다.

진흙판의 개싸움처럼 월드컵 보도 경쟁

한편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월드컵 관련 광고비 분석을 내놓았는데, 월드컵이 끝난 후 정확한 매출액과 수익손실이 가능하겠지만 방송3사의 중계권료 및 예상 제작비용이 각 150억에서 170억원으로 이는 예상판매율에 겨우 충당되는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즉, 방송사들이 겨우 본전을 뽑는 장사를 한 셈이다. 혹은 손해를 보거나.

양문석 정책위원이 발표한 광고비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02 한일월드컵 때 판매가능한 월드컵 관련 프로그램 총액(총재원) 2,082억원으로 그 중 66.1%에 해당하는 1,377억원을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독일월드컵의 경우 총재원이 806억원으로 약 60% 수준의 예상 판매율을 전망하고 있는데, 이는 TV 3사 제 비용 충당 수준에 그치는 정도다.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은 “방송3사가 진흙판의 개싸움처럼 월드컵 보도 경쟁에 뛰어들었다”며 “KBS는 급하면 미디어 공공성 이야기를 하면서 정작 공공성이 이런 것이라고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차버렸다”고 비판했다.

지금종 문화연대 사무총장은 “한국이 16강에 진출하지 못할 경우 16조에 해당하는 경제적 손실이 예상된다는 통계가 나왔다”며 “대표팀의 전적에 따라 돈과 직결되는 것이 월드컵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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