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염원은 막을 수 없다

[285리평화행진순례기](3-2) - 수원에서 오산까지

7월 7일 (금), 아침 6시가 못되어 눈이 떠졌다.

‘평화야 걷자’, 3일째인 오늘부터 행진에 결합하기로 한 터라 긴장이 된 모양이다. 빗소리가 뚝뚝 나는 것을 듣고 얼른 TV를 켜서 일기예보를 보니, 오후부터는 날씨가 갠단다. 10시가 좀 못되어 세류역에 도착했다. 바로 옆이 수원비행장, 여기서 기자회견이 있다. 잠시 기다리니까 ‘평화야 걷자’ 깃발을 앞세운 행진단이 보인다. 행진단은 미리 와서 함께 기자회견을 하려는 수원지역 사회단체 회원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수원비행장 앞에 섰다. 오랜기간 단식으로 몸이 아위셨지만 문정현 신부님의 표정은 아주 밝았다.

5일, 청와대 기자회견부터 함께 해오신 문규현 신부님을 비롯해서 변연식, 발래군 단장님도 피곤하실텐데 환한 웃음을 잃지 않으셨다. 기자회견 끝에는 종이비행기를 접어 수원 비행장으로 날려 보내는 상징의식을 진행했다. 우리나라 곳곳을 다녀보면 교통의 요충지마다 미군기지나 미군의 훈련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오늘 우리가 갈 오산에도 주요 미군기지가 있고, 미국은 이를 염두에 두어 평택으로 미군기지를 확장, 이전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미 기자회견을 할 때부터 간간이 햇살이 비추더니 행진을 할 때는 그야말로 뜨거운 햇살이 우리들의 머리 위와 아스팔트에 내리꽂히고 있었다. 그러나 따가운 햇살 때문에 힘든 것보다 더 가슴을 아프게 하는 것이 있다.

국도변에 모내기를 해놓은 논, 그 푸른 들녘에 백로가 거니는 모습과 너무 대조되는 황새울을 떠울리면 저절로 한숨이 나고 화가 치밀러 오른다. 논에 모를 심는 자연스런 일이 공권력이란 이름으로 가로막히는 대한민국의 현실. 생각해보면 다수 국민의 저항과 희생 없이 갖게 된 정의의 역사가 있었던가 싶다. 수원의 한 대형 할인마트 앞에서 도시락을 먹고 다시 행진을 시작하여 오산시에 들어서니 오산지역의 사회단체 회원들이 플랑을 들고 나와 환영해준다.

서로 잘 알지는 못하지만 평택의 평화를 바라는 염원으로 이미 우리 모두는 하나였다. 오늘 우리의 숙소는 오산 이주노동자의 집이다. 숙소에 짐을 내리고 이곳 실무자들께서 준비해주신 진수성찬으로 저녁을 먹고 나서 오늘 촛불집회 때 선보일 조별 장기자랑을 연습했다.

오산역에서 진행한 촛불집회는 시종일관 환한 분위기와 웃음 속에서 진행되었다. 뙤약볕에 걸어가는 것만도 힘이 드는데 앞에서 돌아가며 선무방송을 하는 실무팀, 열심히 오가는 차량과 상점에 선전물을 나눠주는 행진단원, 물이며 간식을 열심히 챙기는 진행팀들의 노고를 보면서 우리의 힘이 미국과 노무현 정권, 국방부에 비해서 약할지는 모르지만 결코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힘과 희망을 결국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니 말이다.

내 개인의 안일보다 전체의 평화를 지키려는 대의에 따라 살아가는 한명 한명의 작은 힘을 결국 거대 미국의 의도에 파열구를 내고야 말 것이다. 내일 행진단은 평택역 촛불집회를 마치고 드디어 대추리로 들어간다. 어쩌면 경찰들이 우리의 행진을 막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평화를 향한 우리의 염원을 막지는 못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염원이 모아져 세계 곳곳에서 전쟁을 일으키고 무고한 생명을 죽이는 미국의 세계 패권전략은 결국 수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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