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명이 넘는 가장들을 길거리로 내몬 아이엠에프가 `가진 자'에게는 오히려 `훈풍'으로 작용하는가? 한때 서울 강남 룸살롱에서는 일부 부유층들이 `이대로!'라는 구호를 외치며 양주를 마셔댔다는 얘기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이엠에프 체제가 우리 사회의 빈부격차를 더 벌려 놓는 씁쓸한 단면이다.
이런 현상은 각종 통계로 뒷받침된다. 한달 소득 55만원 미만인 최하위 가구 3.7%와 495만원 이상 가구 2.4%간의 월평균 소득격차는 지난해 2분기 620만원에서 올 2분기 988만원으로 50% 이상 급격히 확대됐다. 또 금리가 최고 30%까지 치솟던 지난 3월말 5억원 이상의 거액 개인계좌가 1만8천여개에 총예금액이 25조원을 웃돈다. 당시 금리에 비춰 이들 1만8천여명은 못해도 연간 5조원 이상의 이자소득을 벌어들였다. 고금리는 서민들에겐 대출이자 부담을 늘려 놓았다.
소득격차보다 계층간 자산격차는 구제금융 이전부터 훨씬 심해졌다. 한국개발연구원은 9월말 발표한 연구자료에서 지난 95년 자산분배의 불평등이 지니계수로 0.76, 금융자산은 0.65에 이른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95년 임금의 지니계수는 0.26~0.28이다. 지니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이 심하고 0에 가까울수록 반대이며, 0.4를 넘으면 불평등이 심각한 상태로 받아들여진다. 이 연구원 황성현 박사는 “올해초 고금리가 자산격차를 훨씬 확대시켰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빈부격차가 심해지는 원인은 우선 임금격차의 확대에서 찾을 수 있다. 올 들어 8월까지 전 산업 총임금은 전년 동기보다 1.9% 하락했다. 그러나 정액급여는 4.8% 상승한 반면 초과급여는 16.9% 줄었다. 야근·특근수당 등 초과급여는 주로 생산직에 해당된다. 이에 따라 제조업의 경우 사무직은 임금이 2.8% 줄어든 반면 생산직은 6.6% 줄었다.
한국개발연구원 유경준 박사는 “87년 6·29 등을 계기로 직종별, 성별 임금격차가 줄어들다가 93년을 전후해 한계에 이르러 다시 확대조짐을 보이던 상황에서 아이엠에프 체제가 기름을 끼얹은 셈”이라고 말했다. 유 박사는 “올해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임금이 최소한 12% 하락하고 내년 상반기에도 10%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총임금 감소는 임금격차를 더욱 증폭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8월말 실업통계에서 직장을 다니다가 그만둔 전직실업자 가운데 상용직은 21.9%인 반면, 임시직과 일용직이 63%에 이르는 등 실업이 저소득층에 몰리는 것도 소득격차 확대의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
그런데도 조세정책은 부의 재분배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 채 빈부격차를 부추기고 있다. 정부는 불황으로 세수가 줄자 교통세 등 간접세 인상으로 이를 메우고 있다. 또 지난해말 금융소득종합과세를 유보하면서 이자소득세율의 누진적용 대신 이자소득 원천징수세율을 일률 인상했다. 소득에 연계되지 않는 세금이 늘면서 서민층의 세부담이 상대적으로 늘게 돼 통계청 조사에서 전년 대비 세금납부 증가율이 고소득층일수록 낮아지는 기현상마저 나타났다.
한국조세연구원 현진권 박사는 “국가간 자본이동이 자유로운 상황에서 직접세를 더 거두는 방안은 한계가 있으므로 조세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높이기 위해 금융소득종합과세를 반드시 부활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진행중인 구조조정과 노동시장 유연화가 빈부격차를 더 확대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노동시장 유연화로 해고 및 재취업이 용이해진 미국이나 영국의 경우 직장을 옮기면서 대부분이 사용직에서 계약직, 계약직에서 임시직으로 한단계씩 아래로 이동하면서 고소득 전문직종과의 임금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노동자의 하위 10% 대 상위 10% 평균임금 비율은 80년대 후반부터 한국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를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들 선진국에 비해 우리 나라는 사회복지도 매우 취약하다. 삼성경제연구소 한 간부는 “앞으로 다시 경제위기가 온다면 경제적 요인이 아니라 부의 편중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의 폭발로 야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양대 나성린 교수는 “불황기에 경기회복을 위해 국가 정책이 단기적으로 고소득층에 기대게 됨으로써 빈부격차 확대를 부추길 수 있을지 몰라도 매우 짧은 기간에 그쳐야 한다”며 “특히 우리나라처럼 사회복지도 취약한 상태에서는 성장과 분배, 효율과 형평을 동시에 고려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임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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