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저지와 평택투쟁은 미국의 신자유주의 세계재편 속에서 같이 투쟁해야 한다.
창원에서의 마지막 아침 선전전을 마치고 9월 14일, 드디어 예정했던 일정에서 가장 남쪽에 위치한 부산에 도착했다. 어느덧 벌써 7일의 일정이 시작된 것이다.
부산에 도착한 민중역전 전국행진단(행진단)은 오전 11시 부산역전에서 부산민중연대, 부산시민연대, 부산여성단체연합에서 주최한 ‘반인권, 반평화적인 평택강제 철거 중단’ 긴급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오종렬 행진단 단장은 “부산시민여러분, 지금 이 시간에 평택 팽성읍 대추리·도두리 마을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사는 집을 파괴당하고 정든 고향땅에서 쫓겨나고 있다”고 평택의 상황을 설명하고 “이것이 바로 지금 일어나고 있는 국가폭력이다”라며 강제철거를 자행한 노무현정권을 강력히 규탄했다.
이어 김기식 (사)노동자를위한연대 사무처장은 “대한민국에는 대한민국의 땅이 아닌 곳이 있다”며 “미군기지가 그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미국은 물러나지 않는다. 다만 옮겨갈 뿐이다”라며 “평택이 전쟁기지가 아닌 세계평화를 위해 존재할 수 있도록 함께 싸워야 한다”고 평택의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한편,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국방부에 따르면 기지 이전 터에 대한 성토작업을 위해서는 빈집 철거가 시급하다고 하지만, 사실은 마을 곳곳에 남아 있는 빈집들을 철거함으로써 마을 주민들의 동요와 불안감을 극대화하여 주민들 스스로 투쟁의 의지를 접고 마을을 떠나도록 압박하기 위한 것이다”라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마을파괴행위인 강제철거를 중단하고 평화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지역활동가들과의 간담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최용구 민중연대 상임대표는 “평택상황을 보면서 마음이 다급한데, 직접적인 참여도 부족하고 지역투쟁도 힘 있게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송구스럽다”며 “오늘 행진단의 부산방문을 계기로 부산에서도 평택투쟁이 활발하게 벌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하고 행진단을 맞아주었다.
이 간담회에서 행진단은 부산에 있던 미군기지가 평택으로 이전하게 되는 것을 이야기하며 현 시대에 맞춘 미국의 세계 재편 속에서 미군기지의 역할을 신속 기동군으로써 변모하기 위해 평택으로 확장 이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하반기 투쟁의 양대 산맥인 한미FTA 저지와 평택투쟁이 이러한 미국의 세계 재편 속에 놓여 있음을 명확히 하고, 이 두 사안을 공동투쟁으로 11월 총궐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간담회 이후 점심식사를 마친 행진단은 부산지역 활동가들과 함께 거리행진을 시작했다. 거리행진에서는 전날 평가에서 나왔던 “거점선전전을 진행하면서 발언이 노래나 카드섹션 등으로 부산시민들에게 다가갔으면 한다”는 의견에 따라 쉬는 시간을 가지면서 ‘평택으로 가요’, ‘사람들이 살아요’라는 노래를 부르고, 행진을 떠나기 전에 준비했던 카드섹션을 선보였으며 시민들의 호응을 많이 받았다.
거리행진이 모두 끝나고 서면1번지(서면路)에 촛불문화제를 위해 무대를 설치하고 7시에 촛불문화제가 시작되었다. 부산촛불문화제에는 300여명의 시민들이 촛불을 밝혀주었다. 이는 7개 시·도시 중 가장 많은 촛불문화제 참석인원이다.
이 자리에서 윤재형 동의대 학생은 “대추리·도두리 주민들에게 무력 대응으로 일관하는 정부의 모습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며 “우리 주권을 지킬 수 있을 때 지켜야 한다”고 말하고, 촛불문화제를 열어주었다. 이후 남산놀이마당의 공연이 이어졌는데 이는 우리나라의 전통악기인 꽹과리, 북 등을 사용하여 진행했으며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많은 박수를 받았다. 이후 문화제는 오종렬 단장의 개회사, 인제대 몸짓패 무명전사의 ‘평화만들기’, ‘반미출정가’의 노래에 맞춘 문선을 선보였다.
김동윤 통일시대 젊은벗 대표는 “우리는 매일 사느냐, 죽느냐 그리고 평화냐 파괴냐 라는 기로에 서있다”라며 엄혹한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며, “평택문제는 평택민의 문제만으로 봐서는 안 되고 눈에 보이지 않는 폭력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평택투쟁에 대한 소견을 밝혔다.
이후 영상이 상영됐는데 영상은 9월 12일 강제철거가 자행되는 현장에서 찍은 영상으로 ‘평화집회를 여는 모습’, ‘인권운동가들이 자신이 몸을 밧줄로 묶으며 투쟁하는 모습’, ‘평화전망대가 부서지는 모습’, ‘파헤쳐진 농산물의 모습’등이 상영되었다. 영상물이 상여되는 동안 촛불문화제 참석자들은 숙연한 자세로 영상물을 볼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김택균 팽성주민대책위 사무국장은 “오늘이 744일째 촛불행사이며 이는 여기 계신 여러분들이 계셨기에 가능한 것이었다”며 “그러나 좌절하지 않는다. 앞으로 더 큰 힘이 생길 것이다. 대추리·도두리에는 빈집이 없다. 사정이 있어서 마을을 떠나신 분들의 혼이 모두 고스란히 남아있다. 우리는 지지 않을 것이다. 승리할 것이다. 70채가 넘는 집이 무너졌지만 더 큰 희망 잃지 않고 끝까지 싸우겠다”라고 말해 촛불집회에 참석했던 모든 사람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이렇게 행진단의 7일차 일정을 모두 마쳤다. 민주노총사무실에 도착한 행진단은 간단한 평가와 다음날 일정을 공유한 후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