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고 개혁이고 북핵 앞에 장사없었네

[언론동향]북핵 관련 언론보도

전쟁 전야의 한주였다. 북한이 핵실험을 단행한 9일 이후 3일, 세계의 이목이 한반도에 집중되는 동안 한반도의 모든 언론은 이에 호응이라도 하듯 폭우처럼 기사들을 쏟아냈다. 9일부터 11일까지 포털사이트에서 검색되는 북핵 관련 컨텐츠만 무려 2000여개, 보수언론으로 대표되는 조선일보와 개혁언론 한겨레신문은 각각 80여개의 독자적 컨텐츠를 제공했다. 정보제공 및 독자의 알권리 측면이라면 더없이 ‘고마운’ 일이겠지만, ‘호들갑’, ‘흥분’, ‘동요’라는 수식어가 줄곧 따라다닌다면 말이 다르다. 오보로 판명된 일본 한 언론사의 2차 핵실험 보도에 전 세계 언론이 함께 동요했고, 남한의 한 보수언론의 인터넷판에는 ‘서울에 핵폭탄이 터진다면’이라는 가상 시나리오까지 게재되었다니 한반도는 이미 언론을 통한 ‘전쟁 없는 전쟁’을 치른 셈이다.


북한 핵실험 3일째인 11일 예상외로 주식시장에는 변동이 없고, 94년도와 같은 사재기 현상도 없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불안감을 부추기는 언론보도와 추측성 보도 관행이 문제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 국민의 안보불감증’을 지적하는 ‘꿋꿋하고 일관된’ 언론도 있지만.

이쯤 되면 전쟁발발의 원인제공자로서 언론에 대한 비난여론에 대해 단순히 안보불감증 환자로 치부하기에는...

국면전환에 따른 위기 아니다

현재 대두된 북핵 국면의 근본은 지난 2005년 2월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핵무기 보유 및 6자 회담 무기한 중단 선언 이후부터 시작된다. 이후 지난 7월 5일 대포동 미사일 발사, 10월 9일 핵실험 단행까지 북핵 국면은 점차 심화되고 악화되는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 국면 안에서 이번 핵실험은 지난해 북한의 핵무기 보유 주장을 뒷받침하면서 북의 대미 외교의 마지막 카드라는 정치적 의미를 갖는다.

다시 말해 국면 전환에 따른 ‘위기’라기 보다 국면이 점차 심화, 악화되고 있다는 것. 그러나 언론은 ‘재앙’, ‘초긴장’, ‘불안해서 못살겠다’ 식의 안보위기를 조장하면서, 북한의 의도에 대한 추측성 보도를 양산하고 있다.

조선, 대북정책 실패에 초점..한겨레, 이후 국내상황 및 대응에 집중

보도 내용에 있어서도 핵심을 간과하고 있다. 대표적인 보수언론인 조선일보와 개혁언론 한겨레신문의 기사 내용을 살펴보면 사실보도에 있어서 큰 차이는 없지만, 보도의 집중점에서는 확연한 차이를 드러낸다. 우선 노무현 대통령 기자회견 등 정부의 입장 발표 및 국내 상황과 미국, 중국 등 국외 분위기를 비중 있게 다뤘다. 특히 조선일보는 인터넷 특별판까지 구성해 경제, 외신, 국내 등 각 영역에서 기사화했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경우, <노무현 정부 대북정책 ‘오판의 연속’>, <노대통령 ‘조율된 조치’ 강조 배경> 등 이번 북핵 실험의 원인을 집중점으로 맞추고 있는 반면, 한겨레신문은 <핵실험 강행은 군부 영향력?> 등의 기사 외에는 <“대북 포용정책 포기 안돼”>, <“경제 파급효과 최소화” 정부 위기 관리 시험대>, <금융시장 하룻만에 안정..주가 반등, 환율 하락> 등 이후 한반도 정세 변화나 미국 및 남한정부의 대응에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차이는 사설에서 더욱 분명해진다. 조선일보는 노무현 정권의 대북정책의 실패에서 원인을 찾고, 보다 강도 높은 대북제재와 확고한 한미공조를 주문한다. 한겨레신문은 현재의 남북 관계의 전면적 재검토를 우려하며 정부의 안정된 관리와 대화 등 평화적 틀 안에서의 위기극복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동맹국 미국의 핵우산 밖에 없다", "남북 관계를 전면적으로 재검토 시기상조"


조선일보는 9일 이후 11일까지 총 4차례의 사설을 통해, 한겨레신문은 6차례의 사설을 통해 이를 밝히고 있다.

조선일보 10일 사설 <대한민국 지키는 대결단을>에서 “북한의 핵공갈로부터 대한민국의 안전을 지켜줄 수 있는 것은 동맹국 미국의 핵우산 밖에 없다”며 “이 정권 아래서 동맹의 쇠줄은 녹슬 만큼 녹슬고 동맹의 벽은 금 갈 만큼 금 갔다”고 지적했다.

또한 11일 사설 <대통령은 4800만 안위 위해 마음과 귀를 열어야>에서 조선일보는 “노무현 정권의 북핵정책이 북한 핵실험으로 참담한 실패를 맞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잘못된 가정 위에 바탕을 둔 정책을 밀어 붙여 왔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한겨레신문은 10일 사설 <북한의 핵실험 오판>에서 “북한은 도발에 대한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도 “남북 관계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시기상조”라고 냉철하고 현실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또한 11일 사설 <한국의 주도적 구실 끝나지 않았다>에서 한겨레신문은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고 발표한 이후 지금처럼 혼란 없이 상황을 관리할 수 있는 것도 포용정책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한국은 국제 공조에 동참하는 것과는 별개로 대화 가능성을 높이는 독자적 구실을 포기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도한 언론보도의 행태가 이번 북한 핵실험 국면에서 그대로 드러나

그러나 이번 북한의 핵실험이 한미동맹의 대북위협과 맞물린 남한 정부의 대북 정책과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의 합작품이라는 점에서 조선일보와 한겨레신문의 원인진단은 핵심을 빗나갔다.

한반도 민중의 생명을 담보로 한 북한의 핵실험의 책임은 책임대로 묻되, 부시 행정부의 북한에 대한 악의적 무시나, 대북 선제 핵공격 옵션을 유지한 채 진행된 대북 적대 정책 강행 등이 근본적 원인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또한 전략적 유연성 등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미국과의 동맹 아래서 햇볕정책, 포용정책 등 남한의 대북정책도 이번 북한의 핵실험 국면의 원인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조선일보, 한겨레를 포함한 언론들은 제대로 된 원인진단을 내놓지 못한 채, 북핵과 관련한 일방적인 매도를 일삼거나, 추측성 보도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오보까지 나온 상황. 북핵 등 민감한 사안에 있어 관행과도 같은 언론의 과도한 보도 행태가 최근 국면에서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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