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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내전 가능성 지극히 낮아

[한상진의 레바논통신](8) - 레바논 국민 대다수, 헤즈볼라 전폭적 신뢰

독립 이후 평화로운 시기보다 분쟁 시기가 더 길었던 불행의 땅 레바논에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씁니다.

헤즈볼라, 정치군사적 우위 속에 전폭적지지 받아

내외신을 포함한 많은 언론에서 레바논 내전의 가능성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현재 레바논에는 정치적인 갈등은 있지만, 이것이 내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먼저 헤즈볼라의 월등한 무력입니다. 헤즈볼라는 중동지역에서 가장 강한 군사력을 갖고 있고, 지상군 전투력은 세계 최강이라는 이스라엘을 결국 레바논 남부에서 철수시켰습니다. 그리고 이번 여름의 이스라엘 침공 때 이스라엘과 대등하게 싸우는 전투력을 보여주었고, 실질적으로 승리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남부의 한 마을에서는 거의 일개 중대에 달하는 이스라엘 군을 상대로 불과 대여섯 명의 헤즈볼라 요원들이 마을을 지켜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레바논 전체에 유명한 헤즈볼라의 무용담이 되고 있기도 합니다. 이런 헤즈볼라의 막강한 무력에 맞싸울 군사조직이 레바논 내에는 없습니다. 레바논 정부군은 숫자는 헤즈볼라보다 많지만, 사기는 헤즈볼라보다 떨어집니다. 그리고 정부군의 3분의 1가량은 헤즈볼라의 영향력이 직접 미치는 시아파 블록 출신입니다. 또한 헤즈볼라 스스로가 비록 정부에서 사퇴를 하기는 했지만, 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주요 축의 하나입니다. 즉 정파간 내전 뿐 아니라 정부군과 반군의 내전 가능성도 대단히 낮다는 이야기 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는 헤즈볼라가 이번 시위 과정에서 보여주고 있는 대단히 조심스러운 태도에 있습니다. 지난번에도 말씀드렸듯이, 이번 시위는 강한 정부 구성을 위함이지 헤즈볼라가 권력을 장악하기 위함이 아니라는 사실을 계속 강조하면서 시위에서 헤즈볼라 깃발을 사용하지 말 것을 지시할 정도로 세심하게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집회는 대단히 평화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축제분위기 속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집회가 아니라 마치 텐트를 치고 캠핑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그리고 계속되는 전쟁에 대한 반감이 시아파 주민을 포함한 레바논 국민들 사이에 대단하다는 것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헤즈볼라가 이번 집회를 국민의 뜻을 내세우고 있기에 이러한 국민들의 열망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번 집회는 헤즈볼라가 주도하고 있지만, 다른 시아파 그룹과 일부 기독교 그룹까지 동참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들의 지지자 수를 모두 합하면 인구의 절반이 훌쩍 넘어섭니다. 그래서 이번 집회는 정부를 전복하기 위한 집회라기보다는 국민의 뜻을 모아 위기에서 나라를 구할 수 있는 강한 정부를 구성하자는 헤즈볼라의 명분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또한 헤즈볼라가 최근 저항 지지를 위한 국제회의를 개최하면서 국제 연대를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이란의 헤즈볼라나 다른 이슬람 저항세력에서는 보기 힘든 사례입니다. 헤즈볼라가 이런 국제연대를 포기하지 않는 한은 내전의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내전의 원인을 제공한 세력과의 연대를 할 운동 단체나 조직은 없기 때문입니다.

레바논 내전 보다 이스라엘의 재침공 가능성 더 높아

현재 레바논은 외세의 각축장이고 이는 모든 레바논인들이 알고 있고 문제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 정부는 또다시 헤즈볼라의 요구를 외세의 도움을 받아서 극복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즉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반면 헤즈볼라는 국민의 뜻으로 현재 일을 진행시키고 있습니다. 그래서 만약 충돌이 발생한다면 이는 내전이 아닌 외세와의 갈등이 될 것입니다.

많은 레바논 사람은 물론 내전의 재발을 걱정하기도 하지만, 그래서 내전보다는 이스라엘의 재침략을 우려합니다. 이번 전쟁을 통하여 헤즈볼라의 영향력을 오히려 키워주게 된 이스라엘이 헤즈볼라가 집권하게 될 레바논을 그냥 보고만 있는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스라엘은 공공연하게 레바논 재침략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스라엘이 재침략을 한다면 이는 휴전 결의안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으로 이스라엘은 헤즈볼라가 아닌 유엔 잠정군과 싸울 각오까지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즉 한국군이 특전사를 보낸다면 이스라엘과의 전투에서 가장 최전방에 배치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전사와 같은 특수부대를 보낸 나라가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의 재침략을 막기 위한 방법은 국제적인 연대와 압력밖에 없습니다. 오늘도 헤즈볼라의 집회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헤즈볼라가 정부 재구성을 요구해도 국민들이 이를 권력투쟁의 일환으로 보지 않고 지지해 주는 것은 그간 헤즈볼라가 보여줬던 모습들 때문입니다.

헤즈볼라가 민간 시설을 방패로 사용했다는 이스라엘과 국제 인권단체의 주장과는 달리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해 위험한 상황으로 스스로를 몰아넣었다는 사실들이 속속 증언되고 있고, 또한 휴전 직후 이스라엘이 뿌려놓은 집속탄의 폭발 위험을 낮추기 위해 집속탄 주위에 노란색 경화제를 뿌리다가 헤즈볼라 구성원 중 한사람이 사망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베이루트 재건 현장에서 헤즈볼라는 천막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거리에서 살고 있는데 그들만 편안한 사무실에서 일할 수 없다는 것이 그들이 보여주고 있는 실천입니다. 레바논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사회복지사업을 헤즈볼라가 실시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유명한 사실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헤즈볼라 내부에는 부패가 거의 없습니다. 국제 구호단체들마저도 구호사업 협력 파트너로 레바논 정부보다 헤즈볼라를 더 신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헤즈볼라에게 시아파 뿐 아니라 레바논 사람들이 지지를 보내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것입니다.
덧붙이는 말

한상진 활동가 후원계좌 하나은행773-910053-98605, 제일은행250-20-440303, 국민은행063301-04-054340, 농협205035-56-033336 예금주: 김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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