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2년으로 단축, 직선제로 09년 투쟁 준비"

[인터뷰] 기호3번 조희주 위원장 후보

선거운동 시작한지 며칠이 지났다. 그동안 조합원들과 만나면서 무슨 말을 가장 많이 했는가

  이정원 기자

조합원들을 만나면서 느낀 것은 조합원들이 민주노총의 변화를 갈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조합원들은 06년까지의 투쟁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하는 목소리가 많다. 결과적으로 비정규법안과 노사관계로드맵 문제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결과에 대해 조합원들은 절망을 느끼고 있다. 만나는 조합원들에게 07년은 새롭게 거듭나는 노동자계급운동을 펼치고, 변혁적 지향을 명확히 재정립하는 한해로 만들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정책과 노선에서 민주노조운동의 방향을 뚜렷이 제시하고 있다는 설명을 많이 했다.

"후보는 당연히 공개적으로 선출되어야 하는 것“

출마 이유를 듣고 싶다. 후보 선출 과정을 공개적으로 제안하고, 이 과정을 통해 후보로 선출되었다. 이런 방식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는가. 한편에서는 이미 좌파 독자후보노선을 확정하고, 노동자의힘 등에서 후보 다 정해놓고 한 거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는데

기본적으로 어떤 조직에서 선거에 개입하고 후보를 선출하는 것은 나름의 공식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이야기되고 있는 노동자의힘이나 전국활동가조직에서는 이를 조직적으로 결정한 바가 없다. 이 단위들은 이번 민주노총 선거에 개입하지 않는 것을 조직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

민주노총 지도부 후보를 공개적으로 선출하는 것은 좋은 일이었다. 오히려 비공개적으로 선출된 후보들에게 왜 그런 방식을 선택했는지 묻고 싶다. 1번 후보는 정치조직인 전진에서 후보를 선출했고, 2번 후보는 혁신연대와 전국회의가 각자 후보를 정한 후 그 후보가 등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민주노총 선거는 조합원은 물론 간부, 활동가들도 무관심한 모습이다. 공개토론회를 제안하고 후보선출대회를 한 것은 누가 당선되느냐에 앞서 조합원, 간부, 활동가들이 주체로 나설 수 있는 운동 과정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처음 시도여서 대중적 선출대회를 준비하는 데는 약간의 한계가 있었지만, 앞으로 이런 방식이 더 확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선거까지 대체로 범좌파 진영이 연합 후보를 내곤 했지만, 이번에는 좌파 진영에서 두 후보가 각각 나왔다. 연합 후보 논의 과정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우리는 범좌파 진영에게 공개적으로 후보선출대회를 갖자고 제안했다. 12월 28일 개최한 공개토론회에는 범좌파 진영이 모두 참여한 바 있다. 그 자리에서 노선과 정책이 일치되는 부분도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1번 후보 진영은 기술상의 이유를 들어 참여하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1번 후보 진영은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를 공개적이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선출하고 그 결과에 승복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듯했다.

연대와 연합은 노선과 정책을 중심으로 모든 사안에 대해 언제든 열려 있어야 한다. 그리고 노선과 정책은 실천으로 검증되는 것이다. 이번 후보 연합 논의과정에서는 민주노동당과의 관계 설정 문제와 지난 노사관계로드맵 통과 과정 평가 등에서 큰 판단 차이가 존재했다. 이는 단순한 기술상의 이유가 아니라 실천 속에서 검증할 수 있는 다양한 논쟁이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후보 선출 과정에서 끝까지 후보전술을 열어놓고 연대, 연합을 고민했던 것처럼 앞으로도 공개적이고 민주적인 방식을 통해, 열린 논쟁을 통해 다양한 방식의 연대가 가능할 것이라 본다.

"자본의 공세에 무기력하고 혼란스럽게 대응해온 그간 지도부들“

민주노조운동이 자본에게 밀리고 있으며, 더불어 민주노조운동의 위기가 지속되고 있는데, 이 위기의 근본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무기력과 혼란”이라는 단어로 지금 상태를 진단한 것 같은데

  이정원 기자

우리가 말하는 무기력과 혼란은 그냥 추상적인 표현이 아니라, 민주노총 운동 전체의 평가이면서 동시에 기호1,2번 진영에 대한 평가이기도 하다. 어느 조직이든 집행부가 어떤 노선을 가지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집행부가 올바른 투쟁노선을 견지하지 못하면 조합원들은 혼란스러워 하고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다.

이수호-조준호 집행부는 민주노총을 무기력의 대명사로 만들었다. 강승규 비리사건과 이후 무책임한 대처로 평지풍파를 일으켰던 집행부 사퇴 파동, 자본과 정권에 이용당한 노사정위 협상 전술, 인터넷에 올리는 형식적 투쟁지침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그 집행부를 이끌었던 2번 이석행 후보는 민주노총을 무기력하게 만든 데 대한 반성없이 민주노총을 재창립 한다며 출마했다. 한편 우리는 무기력과 더불어 혼란을 극복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이는 이른바 중앙파로 표현되는 운동노선과 실천에 해당한다. 사회적 합의주의는 반대하면서 노사정대표자회의에 들어가는 것은 묵인하고, 민주노동당이 노사관계로드맵 수정안을 사실상 받아들여도 단호히 대처하지 않는 태도, 말로는 지역 중심의 산별노조를 주장하면서도 통합금속노조에서 우파와 연합해 기업별노조의 끈을 부여잡은 태도 등이 대표적 사례다. 끊임없이 혼란돠 동요를 거듭하고 있다.

자본과 정권이 노동자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는데, 현장 통제와 노동운동 관리에 치밀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기호 1,2번에 대한 비판적 이야기가 다소 거칠게 들릴 지 모르나, 지난 실천을 냉철하게 평가하는 것은 앞으로 공세적인 대응을 위해서라도 분명히 할 필요가 있어서이다.

혁신을 위한 3대 전략 중 제일 먼저 '운동노선의 재정립'이 필요하다며 노사정 교섭 전술을 폐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사정 교섭 전술을 폐기해야 한다는 근거는 무엇인가. 이 문제를 전술의 문제라기보다는 운동 노선의 문제로 지적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한편으로는 노선으로서의 교섭은 반대하지만 중층적 교섭전술이 필요하다고 제기하기도 했다. 풀어보자면

98년 노사정위원회 정리해고 잠정합의에 이은 06년 노사정대표자회의의 결과를 보면 노사정 협상 전술이 폐기되어야 하는 이유를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은 자본과 정권이 신자유주의 개악안을 내고, 노사정이 모여 결국 정부가 제시한 것을 어느 정도 수용할 것인가를 놓고 협상한 것 아닌가. 이 연장으로 지난 12월 8일 노사관계로드맵 수정안 논의가 가능했던 것이다. 9.11 노사정 야합안을 정부가 국회에 상정하고 그 중 일부 개악 내용을 완화하는 것을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이 수용하자는 주장은 단지 전술로서의 교섭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합의주의 노선이 발호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이런 주장을 하면 교섭반대론자라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노동자는 투쟁 과정에서 교섭과 투쟁을 거듭한다. 교섭도 투쟁도 모두 중요한 전술이다. 문제는 무엇을 위한 교섭이고 무엇을 위한 투쟁인가이다. 다만 여기에는 중요한 노동자의 원칙이 있다. 당할 게 뻔한 교섭은 거부해야 한다. 노정, 노사정 교섭은 노동자의 이익에 철저히 부합할 때 주도권을 갖고 배치하는 것이다. 전술로서의 교섭은 바로 이런 것이다. 교섭이란 대등한 조건에서 노동자의 요구를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노사정 협상은 이와 거리가 멀다. 정권과 자본이 노동기본권을 개악할 때는 시한을 정해 철회를 요구하고 수용하지 않으면 즉시 투쟁에 나서야 한다. 한편, 중층적 교섭을 주장하는 동지들은 노사정 3자 협상을 축으로 하는 것인지, 자본과 정권의 개악안에 대해서도 노사정 협상을 수용하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

"아래로부터 연대운동 만이 민주노총을 제자리로 돌려놓는다“

모든 후보들이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후보는 “비정규 개악법, 해고 확대법을 현장에서 무력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는데 구체적 방법은 무엇인가.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 방안이나 투쟁방식에 있어서 다른 후보들과의 차이는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정답은 일점돌파 투쟁이다. 98년 정리해고제 법제화 이후 정리해고제가 현장에서 관철되는 과정을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당시 자본과 정권은 현대자동차 정리해고 강행에서 승부를 보려고 했다. 그 때 그 투쟁을 단위사업장의 문제로 보는 것이 아니라 민주노총 차원의 총파업 투쟁으로 제대로 싸웠다면 정리해고제를 실제로 무력화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07년, 비정규 개악법도 마찬가지다. 시행 전부터 기간제 계약해지 등 개악법의 여파가 현장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런 투쟁을 일개 조직의 사안별 투쟁으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민주노총의 전력을 집중시켜 비정규 개악안이 왜 비정규 노동자를 죽이는 법인지 알려내고 현장에서 무력화 시켜내기 위한 실천을 벌여야 한다.

민주노총의 비정규 사업에 있어 지금은 기금을 따로 모은다든지, 별도 사업의 담당자를 둔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진행되고 있다. 비정규 노동자들의 투쟁을 민주노총의 중심에 놓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마치 민주노총 사업과 별개의 다른 사업이 존재하는 듯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재정도 통합하고 사업도 통합해서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 비정규 사업은 민주노총의 특정한 사업이 아니라 전체가 함께 움직이며 대응해야 할 사업임을 분명히 한다.

현재 노동운동의 조직적 과제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산별노조 건설이다. '계급적 산별노조 건설'”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 말의 구체적 의미는 무엇인가. 이와 더불어 지역본부 위상 강화를 말했다. 지역본부 강화의 구체적 상은 무엇이며, 산별노조 건설 과정에서 이는 왜 중요한가

내가 말하는 계급적 산별은 기본적으로 지역 중심의 대산별 노조이다. 현장이 공동화되지 않는 산별이다. 또한 중소영세 비정규직 노동자가 주력이 되는 산별이며, 정치운동으로 나아가는 산별을 의미한다. 노동자의 조직은 기본적으로 아래로부터 연대가 가능하도록 만들고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형태는 아래로부터의 연대를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 아래로부터의 연대는 지역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 과정은 노동자들이 계급성을 만들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한편, 금속산별노조에서 기업지부로 산별노조를 시작하느냐, 지역지부로 시작하느냐가 쟁점이 된 바 있다. 지난 대의원대회에서도 많은 논란과 토론이 있었다. 그러나 한시적이라는 말이 붙긴 했지만 결국 기업지부를 인정하는 것으로 결론나고 말았다. 지금 기업지부를 거론하고 결정난 것은 신자유주의 공세에 맞설 노동자 조직으로서의 산별 건설 정신에 어긋난다. 많은 조합원과 활동가들이 기업주의가 온존한 채 무늬만 산별노조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것도 바로 이것 때문이다.

"09년 투쟁 위해 임기단축하고, 조합원 힘 모으기 위해 08년 말 직선선출“

혁신에 있어서 “직선제가 우선 되어야 한다”라고 밝히고 있는데, 직선제를 추진하기 위한 구체적인 상이 있는가

  이정원 기자

직선제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 않는다는 것은 모두 다 알고 있다. 그러나 직선제를 시작으로 아래로부터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모아내고, 그것을 중심으로 투쟁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초석을 만들 수 있다. 이런 의미로 임원, 대의원 직선제는 반드시 시행되어야 한다. 모두 다 합의하고 있듯이 이번 정기대의원대회에서는 차기 선거를 직선제로 실시한다는 규약개정과 함께 08년 정기대의원대회를 직선대의원으로 구성하는 규약개정도 이뤄야 한다. 이를 논의하기 위해 기호1,2번 위원장-사무총장 후보 진영에 긴급간담회를 제안한다.

직선제는 조직혁신을 위한 방안이기도 하고, 3년 후로 예정되어 있는 복수노조 쟁취와 전임자 임금 쟁취 투쟁을 승리하기 위한 투쟁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09년의 투쟁이다. 직선제를 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09년 투쟁은 지금 상태로는 결코 이길 수 없다. 다시 조직을 정비하고, 아래로부터 조합원들의 투쟁을 모아야 승리할 수 있다.

나는 임기를 단축해서라도 09년 투쟁을 준비할 것이다. 09년 투쟁 승리를 위해서는 직선제를 통해 보다 힘있는 지도부를 건설할 수 있어여 한다.

임기를 단축해서라도 09년 투쟁을 준비한다고 했다. 어떤 의미인지, 구체적 상이 있는지 설명해달라

현장 투쟁력의 복원은 07년 비정규 개악법을 현장에서부터 무력화시키는 힘으로 만들어질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3년 후로 예정되어 있는 복수노조 쟁취와 전임자 임금 투쟁을 대비할 수 없다. 이 투쟁은 단순히 사안을 놓고 하는 투쟁이 아니라 신자유주의 정권과 자본이 노동자를 무력화하는 데 대한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다. 07년 대선에서 현재 여당과 야당 중 누가 집권하더라도 현재의 노동정책의 기조에 큰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이다. 노동운동에 있어 09년 투쟁은 신자유주의 노동정책 분쇄를 분명한 목표로 하는 투쟁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나는 민주노총을 전면적으로 혁신하고, 07년-08년에 걸쳐 자본의 공세에 맞서 아래로부터 일상적이고 치밀한 대응 투쟁을 준비할 생각이다. 임기를 단축할 수 있다 라는 것은 이 시기 민주노총을 진정한 노동자의 조직으로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이렇게 준비하지 않으면 09년 투쟁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고 본다. 08년 12월에 조합원 직선제로 09년 투쟁을 이끌어갈 지도부를 직접 뽑도록 하자는 것이다. 아래로부터 조합원들의 힘으로 뽑힌 지도부가 09년 투쟁을 이끌어간다면 더욱 큰 힘이 발휘될 것이라 본다.

한편 직선 임원 선출을 위한 조합원 투표는 09년 총파업 투쟁 찬반투표 및 조합비 정률제 찬반투표와 병행할 생각이다. 이는 지도부와 조합원의 투쟁결의에서부터 재정까지 모든 면에서 일관된 투쟁체제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도 승리를 장담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07-09년 민주노총이 이러한 기조로 준비하지 못한다면 지금의 민주노총의 상태를 바꾸기는 참으로 어려울 것이다.

선거 기간 어떤 선거운동을 펼칠 것인가. 또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포부를 밝힌다면

이번 선거는 어느 때 보다도 민주노총에게 중요한 시기이다. 왜냐면 민주노총에 있어 길게는 10년, 짧게는 3년 동안의 후퇴와 전술 실패에 대한 평가를 내리고, 이를 통해 민주노총이 새롭게 거듭나는 전환점을 만드는 계기이기 때문이다.

조합원과 대의원을 만나면서 현재의 정세를 정확히 함께 읽어나갈 것이다. 노동자의 삶과 생존과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 그리고 노동운동이 반자본 투쟁을 통해 현장을 지키고 사회 진보에 기여하기 위한 대안적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토론해 나갈 것이다.

당선이 중요하지만 당선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아래로부터 주체를 세우는 과정이 되도록 선본의 모든 활동가들이 함께 할 것이며, 노동운동의 발전을 위한 노선과 정책을 배경으로, 현장 투쟁을 복원하는 과정이 되도록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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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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