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혁신할 것인가

[사무총장 후보 정책질의](1) - 혁신 절실 동의하지만 중심은 달라

민주노총 5기 지도부 선거가 중반을 달리고 있다. <민중언론참세상>에서는 5기 지도부 선거에 출마한 사무총장 후보에게 서면으로 공동 질문을 던졌다.

사무총장 후보 공동 정책 질의문

1. 민주노총이 혁신되어야 한다는 제기는 수 년 동안 지속되고 있다. 민주노총이 혁신되어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이며, 어떤 것이 최우선으로 혁신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선본에서 생각하는 구체적인 혁신의 상은 무엇인가. 더불어 끊임없이 제기되는 민주노총의 도덕성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이 있다면.

2. 비정규 법안과 노사관계로드맵 관련 법안들이 처리되면서 노사정 교섭전술에 대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노사정 교섭 전술에 대한 후보의 입장은 어떠하며, 법안들의 잇따른 통과로 인해 현장에서는 많은 혼란이 빚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자본의 공세에 대해 민주노총이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라 생각하는가.

3. 산별노조 건설 과정이 업종 중심에서 지역 중심으로, 자본의 공세에 맞서 노동자에 단결력을 확대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는 듯하다. 그렇다면 산별시대, 민주노총의 역할은 무엇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4. 07년 대선을 앞두고 진보진영의 준비도 다양한 방식을 진행되고 있는데, 질서재편의 한 측면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진보연대(준)이 출범했다. 민주노총은 그동안 다양한 투쟁에서 규모 면이나 영향력 면에서 연대투쟁의 가장 큰 힘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이후 민주노총의 연대전략은 어떻게 세워져야 할 것인가.

또한 대선 시기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의 관계가 또 한번 주목을 받을 것인데, 현 민주노총은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이에 대한 후보의 생각은 어떠한가.

5. 올해도 미국의 대북정책에 큰 변화가 없다면 한반도 정세가 불안정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의 평화와 반제국주의 투쟁에 있어 민주노총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며, 그 구체적 실천은 어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첫 번째 질문은 '민주노총 혁신'에 대한 질문이다. 민주노총은 그동안 ‘혁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다. 98년 IMF 이후 정리해고제 도입 이후 06년 비정규 관련 법안과 노사관계로드맵 관련 법안이 잇따라 통과되면서 노동운동이 힘 관계에서 수세로 몰리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조운동이 내용과 형식의 모든 면에 있어 혁신되고 새로운 방향이 제시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안팎에서 터져 나왔다.

이에 5기 지도부 선거에 임하는 각 선본 사무총장 후보에게 민주노총이 혁신되어야 하는 근본적 이유와 최우선으로 혁신되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구체적인 혁신의 상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 지를 물었다. 또한 강승규 前 수석부위원장의 비리로 땅에 떨어진 도덕성 문제를 어떻게 복원해야 할지도 물었다. (답변의 양은 A4 반으로 규정했으나, 각 선본에서 강조하고자 하는 것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난다. 각 사무총장 후보가 보내준 그대로를 싣는다.)

기호 1번 김창근 사무총장 후보

"지역중심의 계급적 대산별 운동이 혁신 최우선“

  기호 1번 김창근 사무총장 후보 [출처: 민주노총 선관위]

민주노총의 사업은 조직된 5% 가량의 소속 조합원 이해만 대변하는 조합주의에 치중해서도 안 되며, 반면에 1천5백만 노동자계급을 향한다는 대의명분으로 소속 조합원의 이해 요구를 외면해서도 역시 안 된다. 계급적 원칙과 현실적 토대를 하나로 통일시켜 계급운동을 펼치는 것, 이것이 민주노총의 존재 의미다. 그 존재의미를 되찾겠다는 것이 혁신이겠지만, 누구나 얘기하기 쉬운 비정규직 등 전체 계급의 문제나, 조직 내 민주주의 등을 강조하겠다는 공약은 사실 혁신의 핵심을 얘기하지 않은 것이다.

우리가 왜 소속조합원의 이해와 요구에 발목 잡혀 전체 계급을 향한 운동을 펼치는 것이 더딘지, 그리고 왜 결정과 집행이 따로 노는 퇴행적 민주주의의 모습이 최근에 반복되는지, 바로 그 근본원인을 밝혀 치유하는 것이 바로 혁신이다. 지금까지 민주노총은 기업별노조 시스템이라는 전제하에 지도력을 행사해왔다. 그 조건에서 민주노총이 강력한 지도력을 갖추려면 각 기업별 노조들의 조직력이 강력해 현장조합원의 지지를 끊임없이 이끌어 내야하며, 또한 각 기업별 노조 집행부들이 총연맹의 운동적 노선과 이념에 동의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그러한가. 97년 외환위기 이후 현장조직력이 바닥까지 떨어진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며, 민주노총 소속으로 있는 것 자체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곳도 역시 한두 군데가 아니다. 이런저런 다양한 기업별노조들의 총연합체가 바로 민주노총이니 지도력이 제대로 설 리가 없다. 이 같은 현실이 신자유주의 가속화라는 사회현상이 쉽게 바뀌지 않는 한, 현 민주노총이 서 있는 전제자체를 바꾸는 것 말고는 그 답이 없게 된다. 바로 기업별노조 시스템이 아니라 산별노조 시스템이라는 전제하에 민주노총이 지도력을 행사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적어도 결정과 집행이 따로 놀지 않았던 5년의 금속노조처럼, 전체 노동조합운동이 지역 중심의 계급적 대산별 운동으로 자리매김 하는 것. 이것이 바로 민주노총 혁신의 최우선 과제다.


기호 2번 이용식 사무총장 후보

"혁신,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걸맞는 사람 준비부터“

민주노총이 혁신해야 할 이유는 크게 다섯 가지라고 생각한다.

  기호 2번 이용식 사무총장 후보 [출처: 민주노총 선관위]

첫째, 80만이 함께 투쟁하지 못하고 있는 조직력 투쟁력의 문제이다. 둘째, 860만 비정규 노동자를 조직적으로 대표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이다. 셋째, 조직내 분파적 갈등과 대결이 대중운동의 발전을 가로막는 수준에 이르러 있다는 점이다. 넷째, 95년 출범 당시의 가맹산하조직 체계가 시대발전, 운동발전에 비해 개선 혁신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점이다. 다섯째, 87년 기업별체제를 완전히 극복하지 못하고, 기업별의식, 기업별체제의 관행, 낡은 전략전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문제이다.

이런 상황과 연동해서, 전근대적인 기업별 노사관계를 극복하지 못한 일부 간부들이 자본의 포섭 회유전략에 의해 부도덕한 비리에 연루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총의 혁신은 새로운 시대적 요구, 운동발전의 요구에 걸맞는 사람을 준비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하고, 현장조직력 강화과정과 맞물려야 한다고 판단한다. 간부 비리사건에 대해서는 △전현직 10만 간부를 재교육체계 구축 △강력한 내부 규율과 기풍 확립 △노동운동의 발전전망 수립과 대중적인 교육선전사업 강화 등을 종합적으로 진행하여 민주노조운동을 근본적으로 바로 세우고, 민주노총의 내용적 재창립을 추진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기호 3번 임두혁 사무총장 후보

"노동해방 변혁성을 운동노선으로 구체화하는 것“

민주노총 혁신은 운동노선의 혁신, 조직구조와 운영의 혁신, 투쟁의 혁신이 필요하다.

  기호 3번 임두혁 사무총장 후보 [출처: 민주노총 선관위]

운동노선의 혁신이 제기되는 것은 변혁성이 약화 또는 실종되고 있기 때문이다. 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전노협 운동을 거치면서 계급성, ‘노동해방’, ‘평등세상’ 등 추상적인 방향 또는 구호 수준으로 변혁성을 지향해 왔다. 그러나 이런 변혁성은 민주노총 10년동안 크게 3가지의 영향으로 약화되었다. 하나는 운동 전반에 걸친 민족주의노선 확대로 계급성이 매우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민주노동당의 영향으로 의회주의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신자유주의 하에서 서구 사민주의 운동노선의 재판인 사회적 합의주의가 끈질기게 시도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운동노선의 혁신은 민족주의, 의회주의, 사회적 합의주의를 극복하는 것이 일차적 과제이다.

민족주의, 의회주의, 사회적 합의주의에 반대하는 것만으로 운동노선이 혁신될 수는 없다. ‘노동해방, 평등세상’으로 표현되어 온 변혁성을 운동노선으로 구체화하는 것이 요청된다. 기본적으로는 반자본주의, 사회주의 지향을 민주노총의 강령으로 담아내야 할 것이다. 이는 단순히 강령의 표현을 고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민주노조운동’에 머무르고 있는 간부 활동가들의 정치의식을 발전시켜야 하며, 신자유주의의 폐해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사유화, 경쟁화에 대응하는 사회화, 평등, 연대를 지향하는 대중적 의식각성과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조직구조와 운영의 혁신은 크게 세 가지 방향에서 검토되어야 한다. 하나는 민주노총의 조직발전방향이며, 다른 하나는 조직 내 민주주의 확대강화이며, 나머지 하나는 자주성 문제이다.

복수노조체제 하에서의 자본과 정권의 노동계급 분할지배전략(한국노총, 제3노총), 산별노조체제로의 이행, 운동의 새로운 주체로서의 비정규노동자 조직화 등과 연동하여 민주노조운동의 조직발전전망을 어떻게 세울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한국노총은 양노총 공조전술, 통일운동, 정치운동(민주노동당) 영역에서 어용의 딱지를 채 떼기도 전에 진보, 통일운동 반열에 당당히(?) 끼어들었다. 한국노총 상층부를 중심으로 계속해 온 양노총 공조전술을 폐기하는 것은 물론이고 해체해 들어가야 한다. 그 해체는 기업단위 복수노조를 자율교섭제로 쟁취하여 밑으로부터의 연대강화로 현실화될 것이다.

민주노총의 위기 중 하나는 민주주의의 위기이다. 그 핵심은 조합원 대중이 조직으로부터 멀리 있다는 것이다. 임원, 대의원 직선제가 강조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를 위해 2007년 1월 26일 대의원대회에서 임원, 대의원 직선제 규약개정안이 통과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2008년 정기대의원대회는 직선대의원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임원 직선제는 2009년 투쟁과 연동하여 2008년말까지 실시되어야 한다.

민주노조의 생명인 자주성이 심각하게 약화되었다. 특히 재정의 자주성이 그렇다. 정부보조금에 의지하려는 기운이 끊임없이 준동하고 있다. 그 고리를 끊고, 조합비에 기반한 재정자주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산별노조재편에 따른 각급 조직의 역할변화에 따른 종합적 재정계획을 조합원 대중에게 제출하여 2008년 12월 직선 임원선출시 조합비 정률제안을 붙여 제도화해야 한다.

투쟁의 혁신은 거듭하여 실패해 온 민주노총 총파업을 명실상부한 투쟁으로 만드는 문제이다. 민주노총 총파업 결정을 연맹(산별노조)나 단위노조가 자의적으로 어겨도 아무런 문제가 안 되는 관행을 혁신해야 한다. 이를 위해 총파업 찬반투표를 의미를 분명히 해야 한다. 찬반투표가 단순히 교육선전과정으로 치부되어서는 안된다. 부결되면 총파업이 무산되며, 대신 부결의 책임을 각급조직이 져야하는 것으로 자리매김 되어야 한다. 가결되면 모든 조직이 총파업에 들어가야 한다. 이 경우도 조직력이 어려워 조합원들이 불참할 수도 있겠지만 최소한 조직 집행부가 파업지침을 내리지 않는 관행은 척결되어야 한다.

이상과 같은 총체적 혁신을 위해서 틀어쥐고 가야 할 중심고리를 무엇으로 할 것인가? 우리는 그 고리로 2008년 12월 직선지도부선출(총파업찬반투표, 정률제 결의)을 통한 2009년 총파업투쟁으로 상정했다.

한편, 비리에 대해서는 민주노총이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미연에 방지하기가 어렵다.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자정기능을 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급 조직의 지도력안정이 다소 문제되더라도 관련 집행부가 철저히 집단적으로 책임지는 기풍을 세워야 한다. 그래야만 각급 조직에서 사전에 철저히 검증하고, 문제되는 부분을 스스로 척결하는 노력이 이루어 질 수 있다. 강승규 비리사건 때 이수호 집행부 사퇴를 제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제도적으로는 부패비리척결위원회 같은 것을 만들어야 한다. 독립성을 갖고, 법리적 판단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구성원 2/3는 교수, 변호사 등 전문가로 구성하며, 대의원대회에서 선임되고 3년 임기가 보장되어야 한다.
논설
사진
영상
카툰
판화
기획연재 전체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