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남성중심성 변해야”

[여성할당부위원장 후보 정책비교](1) - 할당제, 제도 뿐 아니라 내용 보충 되도록

민주노총 5기 지도부 선거가 한창 진행 중이다. 각 후보들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유세를 하고 있다. 대의원 간접선거라는 한계 때문인지 민주노총 선거를 둘러싸고 큰 쟁점이 부각되거나 관심이 모여지지 않는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민중언론참세상>에서는 여성할당 부위원장으로 출마한 후보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여성할당 부위원장에는 기호 1번 김은주 후보, 기호 2번 김지희 후보, 기호 3번 진영옥 후보, 기호 4번 정영자 후보 등 4명이 출마했다.

민주노총의 여성할당제는 지난 2001년 7월 13일 대의원대회에서 여성할당제를 규약에 넣는 것이 결정되면서, 민주노총 규약 3장 11조 “민주노총 임원(위원장 및 사무총장은 제외), 중앙의원, 대의원에 대해서는 30%의 여성할당제를 실시한다”가 포함되면서 시작되었다. 이후 2003년 2월 11일 대의원대회에서 시행규정이 확정되면서 본격 시행되었다. 이에 4기 지도부 선거 때부터 민주노총 부위원장 7명의 30%인 3명을 여성할당 부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여성할당 부위원장의 역할은 시행규정에 잘 나와 있다. 시행규정에서는 “여성할당으로 선출 또는 배정된 자는 민주노총 임원, 대의원, 중앙위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동시에 민주노총의 여성관련 사업을 책임 있게 제기하고 실현하기 위한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라고 밝히고 있다. 이에 민주노총 5기 임원선거에 출마한 여성할당 부위원장 후보들에게 앞으로 민주노총의 여성 사업과 남성 중심적 문화를 극복하기 위한 의견을 물었다. 방식은 공동 질문을 서면으로 보냈으며, 이에 대해 후보들이 답변을 보내왔다. 이를 중심으로 각 질문에 대한 후보들의 의견을 싣는다.

  김은주 후보, 김지희 후보, 진영옥 후보, 정영자 후보(왼쪽부터 기호순)

그녀들이 출마한 이유

이들은 왜 여성할당 부위원장으로 출마했을까. 첫 번째 질문으로 던졌다. 그녀들은 한 목소리로 민주노총 노동자들의 투쟁, 그리고 그 속에서의 여성노동자들의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기호 1번 김은주 후보 [출처: 민주노총 선관위]

기호1번 김은주 후보(김은주):민주노총 위기, 그렇기에 지금이 중요한 시기라고 얘기한다. 특히 산별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여성노동의 문제 그 속에서의 차별의 문제, 비정규직 투쟁의 문제는 민주노총이 기존에 남성중심적 진행해왔던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여성노동자는 갈수록 어렵고 더욱 어렵고 힘든 상황에 놓여있다. 이에 새롭게 건설되고 있는 산별노조 시대, 민주노총의 중심을 제대로 잡고, 좀 더 균형 있게 만들어 가고자 출마하게 되었다.

기호2번 김지희 후보(김지희):최저임금 10원을 더 받기 위해 새벽까지 냄비를 두들길 때도, 포항에서 굵은 빗방울을 맞으며 투쟁할 때도, 노동법 개악을 막기 위해 머리카락을 바치던 때도, 산재법 전면개혁을 위해 중단 없이 투쟁할 때도 몸은 힘들지만 어렵고 힘든 사업장에서 투쟁하는 모습에서 희망을 찾았다. 건강하게 일하는 것 자체가 사치로 느껴지는 중소영세사업장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고통은 더욱 커져만 갑니다. 그 고통을 없애고자 여러분과 다시 한 번 투쟁을 시작하려 한다.

기호3번 진영옥 후보(진영옥):고공크레인에 올라 목숨을 내놓고 투쟁하면서도 동지의 건강을 먼저 걱정하는 조합원, 끝도 없는 장기투쟁을 전개하면서도 승리에 대한 신심으로 환하게 미소 짓는 조합원, 40년을 노가다로 일하면서 맺힌 한을 풀기위해서라도 비정규법이 통과되어서는 안 된다고 꼭 이겨달라고 전화하던 건설조합원, 노동자이름으로 한번 맺은 약속은 꼭 지킨다며 총파업을 굳게 약속하던 조합원. 1년 동안 민주노총 80만 조합원이 얼마나 훌륭하고 마음이 깨끗한지 가슴 뜨겁게 느꼈다. 이제 조합원이 주인 되는 민주노총으로 새롭게 일어서야 한다.

기호4번 정영자 후보(정영자):98년 현대자동차 식당여성조합원 정리해고저지 및 복직투쟁에서 노조집행부는 ‘대안 없는 투쟁’이 문제라며 우리를 외면했다. 우리는 단식투쟁, 삭발투쟁, 알몸시위 등 안 해 본 투쟁이 없다. 그렇게 3년간 투쟁을 해서 결국 현장복직을 쟁취했다. 그 속에서 노동자에게는 ‘투쟁만이 살길’ 이라는 것을 배웠다. 여성할당 부위원장으로 출마했다. 그러나 여성할당제는 중소영세사업장비정규 여성노동자들에게 머나먼 남 얘기일 뿐이다. 여성의 고용문제, 육아문제 해결 없이는 한발국도 나갈 수 없다. 민주노총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 해보고 싶다.

그녀들도 차별받았던 여성이다

그녀들도 여성이다. 그녀들도 신자유주의 광풍 속에서, 남성 중심적 한국사회에서, 여성 배제적인 투쟁의 문화 속에서 차별받고 고통스러워했던 여성노동자이다. 그녀들은 여성이란 이유로 승진은커녕 최저 임금도 받을 수 없었으며, 결혼을 했다는 이유로 해고를 당해야 했으며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투쟁한다는 노조에서도 배제되었던 여성노동자다. 그녀들의 이야기는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기호 2번 김지희 후보 [출처: 민주노총 선관위]

김은주:92년도에 한국외국어대학교에 비정규직으로 입사했다. 95년도에 결혼을 했는데, 비정규직은 결혼하면 퇴직해야 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버텼더니 해고를 시키더라. 결국 6개월 간의 복직 투쟁을 했고 결국 복직을 했다. 그리고 정규직화 투쟁을 했다. 8년 동안의 기나긴 투쟁의 결과 2000년에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성과도 얻어냈다. 그리고 정규직 노조에 가입하기 위해 5년을 싸웠다. 그리고 노조에 가입했고 2004년에는 비정규직 전원이 정규직화 되는 성과도 얻어냈다. 나는 여성노동자로서 비정규직 당사자로서 끊임없이 차별받아야 했다.

김지희:나는 중소영세사업장이 대부분인 동부 금속노동자였다. 또한 특수고용노동자라고 불리는 학습지노동자들과 함께 생활하기도 했다. 10여 년 전 야근 특근 다해서 내가 받은 월급은 48만 9천원에 불과했다. 작년에 분회의 투쟁을 지원 나가보니, 기본급 50만 원에 야근수당은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며 임금 인상을 위해 투쟁하고 있는 여성노동자들이 있었다. 이것이 바로 55세 여성 중세영세사업장 노동자의 현실이다. 대부분의 여성은 비정규직보다 못한 최저임금 노동자로 고용과 임금에서 차별을 받는다. 지금도 변화된 것은 없다. 청소업무를 하고 있는 여성연맹 소속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받고 나서 건강권 투쟁을 하겠다고 말합니다. 건강하게 일하는 것이 너무나도 간절한 바람이 된 현실, 이것이 바로 여성비정규직의 현실이고 차별과 설움이라고 생각한다.

진영옥:제주수산고등학교 영어선생으로 재직하면서 선배 여성노동자들의 승진차별이 얼마나 심각한지 경험했다. 공무원은 상위 직급으로 여성승진이 안 된다. 예를 들면 학교에 교사가 50명이고 남자가 1명이면 그 한명이 교장이 된다. 또한 당시 출산휴가 간 여성만 성과급을 주지 않았다. 출산휴가를 인정하지 않는 국가시책 때문이라고 했다. 이 성과급 문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기하면서 1년간 투쟁했다. 결국 국가 규정을 바꿔냈다. 또 한 가지는 여성노동자의 생리휴가와 마찬가지로 여학생들의 생리결석을 출석으로 인정하는 투쟁을 진행했다. 전국의 학생 100여명을 모으고 우리 딸아이 이름으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전정을 냈다. 1년간 투쟁을 통해, 이 또한 결석이 아닌 출석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정영자:‘밥꽃양’ 투쟁으로 알려진 98년 현대자동차 식당여성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나의 투쟁이다. 민주노총 1기 집행부가 노사정위원회 정리해고 잠정합의를 한 결과 정리해고가 현장으로 몰아쳤다. 현대자본은 물론이고 당시 노동조합 김광식 집행부도 식당여성노동자를 희생양으로 삼아 정리해고에 합의했다. 정리해고 이후 복직 투쟁 과정에서도 노동조합 정갑득 집행부는 식당여성노동자는 해고자가 아니라며 방관으로 일관했다. 노동조합조차도 여성노동자들을 차별하고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정리 해고된 여성노동자들은 더 이상 갈 곳이 없었다. 우리는 이런 상황에서 똘똘 뭉쳐 투쟁했다. 그리고 승리했다. 돌아보면 남성 중심적 사회와 노동운동의 문화, 그리고 이로 인한 차별에 대해서는 일차적으로 여성노동자 자신들이 단결하고 투쟁하는 길밖에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민주노총 남성중심성 어떻게 극복하나
후보들, 여성할당제 강화와 반성폭력 교육 강조


한국사회에서 여성노동자로 살아가는 것만큼 그녀들을 힘들게 했던 것은 함께 투쟁하는 동지들 속에도 똑같이 존재하는 차별이었다. 그간 민주노총의 남성 중심적 문화와 사업 풍토는 많은 지적이 있어왔다. 이에 대해 후보들의 의견을 물었다. 후보들은 한 목소리로 민주노총의 구조가 변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할당제 강화를 비롯한 반성폭력 교육의 절실함을 이야기 했다.

  기호 3번 진영옥 후보 [출처: 민주노총 선관위]

김은주:근본적인 원인은 자본주의의 문제다. 자본주의 사회의 성차별 전략이 민주노총에도 그대로 녹아있다. 일단,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전체 노동시장에서 차별은 물론이며, 노동조합에서 드러났던 여성 차별의 구조를 혁신하고자하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이에 여성의 다양한 목소리가 드러나지 못했던 역사가 있었다. 전체 노동자 중에서 여성노동자의 정규직 비율이 낮다. 이런 상황에서 정규직 노동자 중심의 민주노총에서 여성의 목소리는 소수로 전락하고 소외되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여성노동의 문제를 총연맹의 중요한 사업으로 받아 안는 것은 물론이며, 여성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기 위해 할당제를 강화해야 한다.

김지희:민주노총의 조직문화에 강하게 남아 있는 남성중심성은 민주노총만이 가진 특징이 아니다..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뿌리 깊은 봉건적 사고방식과 관행, 그리고 제도의 잔재가 원인이다. 8-90년대 민주노조투쟁은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절한 투쟁이었다. 처절하고 완강한 남성 사업장 중심의 투쟁이 중심이 되다보니 우리 조직 내에 남성 중심성은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여성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조직적 구조가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다. 민주노총 차원의 과감한 결단과 요구가 필요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여성할당제 강화 되어야 한다. 80만 조합원 중 25%에 해당하는 여성노동자들이 존재하지만, 이들은 충분히 조직화되어 있지 못하고 조직내에서 이렇다 할 의미있는 목소리를 내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진영옥: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봉건적 관습과 제도가 그대로 남아있고, 육아와 가사노동을 여성이 전담하는 구조이다. 여성의 사회진출 과정이 짧음으로 인한 한국사회의 구조적인 여성차별의 현실이 민주노총에도 똑같이 반영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실시하고 있는 여성할당제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현재 임원선거에서 여성부위원장을 할당하고 있는 수준을 뛰어 넘어서, 위원장-총장 런닝 메이트에도 여성할당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직선제를 실시하게 되면 전반적인 여성 할당 제도를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정영자:한국사회의 전반이 안고 있는 남성중심 가부장적 문화가 민주노총에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이는 진보와 평등을 지향하는 민주노총이 성 평등 문제를 주된 과제로 받아 안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조직 내의 성차별적 관행을 타파하기 위해 전 조합원에 대한 성 평등 및 반성폭력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각 조직의 단체협약에 성차별 및 성폭력을 척결조항을 쟁취해야 한다. 이것을 선도하기 위해 모범 단협 사례를 발굴하여 확산시켜 내야 할 것이다.

여성할당제의 문제는 어디에
김은주, “제도는 있으나 참여 조건 못 돼”
김지희, “제도적 안착화와 활성화 필요”
진영옥, “교육선전 강화 해야”
정영자, “여성사업 여성으로 축소하는 경향”


후보들은 한 목소리로 여성할당제 강화를 얘기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 민주노총에서 배제되어 있던 여성의 목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한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실제 단위 노조에서는 그저 할당제에 맞춰 여성을 끼워 넣는 것 이상의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이는 제도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조건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대해 후보들은 여성노동자를 조직화하고, 주체화하는 방식의 변화가 근본적으로 필요하다라고 목소리를 모았다.

  기호 4번 정영자 후보 [출처: 민주노총 선관위]

김은주:내 별명이 김할당이었다. 여성할당제를 위해 많이 싸웠었다. 그 당시 여성할당제가 대안이라고 했지만 이것이 다 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당시는 구조적인 문제에 있어 여성 주체 참여 높여내는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에 제기했던 것이다. 그러나 마당은 있는데, 참여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전임자 여성 활동가는 소수이고, 이들이 모든 것을 할 수 있지 않다. 예를 들어 육아, 가사 묶여있는 조건에서 참여만 많이 하라고 독려할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제 양적 확대에서 질적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장 간부의 인식변화 중요하다. 남성들의 인식 전환이 선행되어야 할당제에 실질적인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김지희:우선 여성할당제의 제도적 안착 및 활성화가 필요하다. 그동안 남성 중심적인 조직문화를 극복하기 위해, 그리고 여성간부를 양성하기 위해 강제적으로 시행한 적극적 조치중 하나가 바로 여성할당제이다. 이에 할당제 시행 5년을 평가하고 더욱 강화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을 찾아내야 한다. 또한 산별시대 민주노총의 대수술과정에서 여성부문을 재정비해야 할 것이다.

진영옥:여성할당제는 계속 강화 발전해야 한다고 본다. 유럽처럼 여성의 차별문제가 우리보다 덜한 나라들에서도 여전히 할당제가 유효하며 강화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런 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서, 전사회적으로 양성평등을 확산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할당제에 대해 좋지 않은 의견들이 나오는 것은 교육 선전사업을 강화해서 극복해야 한다. 여성이 나올 수 없는 조건을 극복해야 한다. 다만 현재의 여성할당제는 남성과 똑같이 시간과 에너지를 쏟을 수 있는 상당히 자기 의지가 강한 사람들에게만 한정될 수밖에 없다.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서 실질적으로 더 많은 여성들이 조직내 주인으로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영자:민주노총 역시 한국사회의 다른 조직이나 집단처럼 남성중심 가부장적 조직문화에 젖어 있다. 지금 선거가 진행되고 있지만 여성할당 부위원장제도가 없었다면 여성노동자가 민주노총 임원 되는 게 훨씬 어려울 거다. 여성노동자의 역량강화 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로 불가피한 것이다. 그러나 한계도 많다고 본다. 여성할당제의 취지가 잘못 이해되어 여성 활동가들의 활동을 여성 사업만으로 축소하는 경향이 있다. 저는 개인적으로 여성 사업만을 하는 부위원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한편, 조직문화의 혁신, 교육 강화 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또한 여성을 가정에 얽매이게 만드는 육아, 보육문제에서 해방시키기 위한 투쟁이 대자본, 대정부 투쟁이 전개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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