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개혁이 급류를 타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직접 재벌개혁의 조정자 역활을 맡기로 하면서 빅딜을 포함한 5대그룹의 구조조정계획 확정작 업이 막바지에 진통을 당하고 있는 모습이다. 기존 빅딜안의 일부가 퇴짜당했 는 가 하면 삼성자동차와 대우전자 간의 「그랜드딜」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정부 의 강도높은 구조조정 요구에 직면한대기업들은 계열사의 절반정도를 줄이는 획기 적인 자구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현재로서 각 그룹이 준비하고 있는 구조조정의 내용이 무엇인지, 그리고 국민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재벌개혁의 최종 그림이 어떤 것인지 알수는 없 다. 다만 지금까지의 논의를 종합해 볼때 아직 당초 예상을 웃도는 폭넓은 빅딜과 함께 내년말까지로 잡혀있는 부채비율 200%감 축 목표를 어떻게든 달성하 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계획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핵심적 인 내용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5대그룹 입장에서 상황이 여기까지 온 것은 이제 어떤 형태로든 결말을 지을수 밖에 없는 막다른 골목에 처하게 되었음을 의미 한다. 더이상 머뭇 거 릴 시간이 없는 셈이다. 대기업들로선 안팎으로 밀어닥치고 있는 구조조 정 압 박이 엄청난 고통이라는 것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외환 위기의 원인과 책임이 어디에 있건 재벌문제는이미 국제적인 관심사가 돼 버렸기 때문에 우리경제의 대외신인도또는 신용등급의 상향조정등을 위해서 는 과감 한 수술이 불가피하다는사실을 부인키 어렵다.
과도한 부채에 의한 문어발 확장과 선단식경영등의 한국적 경영관행이 더 이상 지탱할수 없게 된 것도 인 정하지 않을수 없다. 생존위한 결단 내릴 때 그렇다면 어느정도 고통이 따르더라도 재벌 자신과 국가경제가 함께 사는 방향에서 결단이 내리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는결론에 이르게 된다.
국민의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재벌개혁의 속도와 방법에 문제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활용하기에 따라서 는 무한경쟁에 거치장스런 부실기 업 한계기업을 떨어내고 더이상 통용되기 어려운 한국적경영관행과 기업풍토를 과감히 탈바꿈하는 좋은 기회가 될수 있을것이다. 다시 말해 앞으로 가망없는 것, 그 동안 익숙해진 관습과 관행에 대한 미련등을 과감히 버리고 생존을 위한 결단 이 요구되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절대로 양보할수 없는 부문이나 사안에 대해서는 인내심을 가지고 정부를 설득하는 노력이 병행 돼야 할 그러나 당사자인 대기업의 자구노력이 어떻든간에 재벌개혁의 최종적인 그림이 어떻게 될지는 김대통령과 국민정부의 판단과 선택 에 달려있다. 재벌개혁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충분한 논란과 의견개진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사실상 선택만 남아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시말해 정부가 개혁의 수위와 방식을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 재벌개혁의 모양새와 성과는 달라질수 밖에 없다. 가령 당사자의 반발을 율 감축을 강행할 것인지 말 것인지등은 전적으로 정부가 판단하고 결정할 문제인 것이다.
다만 여기서 강조되어야 할 것은 이같은 정책 선택의 결과에 대한 책임도 전적으로 정부에 있다는 점이다. 다른 개혁이나 정책 선택의경우도 마찬가지이지만 재벌개혁 역시 엄청난 부담이 내재된 정책실험임을 부인키 어렵다. 다시말해 개혁에 걸고 있는 소 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거나 사태가 더 악화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이는 과거 중화학 구조조정을 비롯해 정부가 개입 한 일치고 좋은 결과를 얻은적이 별로 없다는 사실에서도 확인된다.
국민정부가 추구하는 재벌정책의 경우 대체로 시대적인 요구를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빅딜의 경우 시장원칙이리는잣대로 보면 분명히 문제가 있는것도 사실이다. 빅딜에 관한한 재벌개혁도 중요하지만 만약 일이 잘못되는 경우 뒷감당을 어떻게 할것인지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요구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5대그룹 구조조정을 계기로 더이상 집안싸움에 국가적 에너지를 소모 하는 양상에 종비부를 찍어야 한다. 재벌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정부와 재계간의 힘겨루기양상과 소모적인 논쟁을 지양하고 보다 미래지향적 이고 발전적인 사안에 우리 모두의 관심을 돌려야 한다. 돌이켜보면 그동안 재벌은 좋건 싫건 외환위기라는 특수상황에서요구되는 마녀역활을 맡아 왔다.
누구든 재벌두들 기기는 당연한 권리처럼 여겨지고 마치 재벌만 처벌하면 위기는 저절로 해결되는 듯한 환상을 심어준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경제위기에 대한 정부와 정치권을 비롯한 다른부분의 책임이 희석 되고 시장경제의 주역인 기업을 매도하는 분위기가 일상화될 우려가 크다 는 점이다. 그러나 기업이 맥을 못추고 경영권이 상시로 위협받는 풍토에서 경제는 희망이 없다. 정부와 재벌의 지혜있는 결론이 나올것을 기대한다.
[출 처] 매일경제신문
[발 행 일] 1998.12.05
[발 행 처] 매일경제신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