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에도 국방예산 그대로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99년도 국방예산안은 13조7천4백90억원으로, 외형상으로는 올해 국방예산 13조 8천억원에 비해 0.4%(5백10억원)가 감소한 규모이다. 내년도 국방예산은 군비 획득에 소요되는 방위력개선비가 4조1천4백3억원으로 전체 국방예산 가운데 30.1%를 차지하고 있고, 인력유지비와 부대운영비 등 운영유지비가 9조 6천87억원으로 69.9%를 차지하고 있다.
99년도 국방예산안은 전체규모가 올해에 비해 0.4% 줄어들었지만 ‘방위력 개선비’로 표현되는 무기구매에 드는 전력증강비는 오히려 올해에 비해 1.5%(6백1억원)가 늘어난 4조 1천4백3억원으로 책정되어 있다. 이 예산은 역대 국방예산의 방위력 개선비로서는 가장 높은 수치이며, 전체 국방비에서 차지하는 30.1% 비율은 94년이래 최고 수치이다. 특히 방위력 개선비 가운데는 작년에 연기되었던 개량형 잠수함(SSU)사업을 비롯해 18개의 신규산업이 예산에 반영되어 있다.

시대착오적 전력증강비

그러나 과연 현재와 같은 경제적 위기상황에서 전력개선비를 증액하면서까지 굳이 군비증강을 계속해야 하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특히 18개에 달하는 신규사업을 이 시점에서 새로 시작해야 하는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북한으로부터의 안보적 위협이 상존하고 있음을 아무리 인정한다 하더라도, 현재 우리의 안보 상황이 다른 부분의 희생을 무릅쓰면서까지 새로운 무기를 구입하는 등의 군비증강을 계속해야만 할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전력증강은 직간접적으로 외국으로부터 무기 및 부품 구입을 수반한다는 점에서 외환 낭비다.
예산소요 군부대가 3차례나 사업 삭제를 건의했고 국방연구원도 효과가 없다고 보고한 소형 정찰헬기 사업에 5백80억여원이 편성된 것을 비롯해, 자체 개발이 가능한데도 합참이 조기 전력화를 명분으로 끼워넣었다는 의혹을 받는 230mm 방사포 도입에 8백90억원, 육 해 공군이 예산확보 차원에서 추진하는 저부가가치사업으로 알려진 항공정비창 건설 등에 1천억원 이상이 배정되었다.
장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정책 및 전략의 수립 없이, 마구잡이식으로 가능한 한 새로운 무기를 확보하고 보자는 식의 전력증강사업은 지양되어야 한다. 무기 구매에 드는 비용을 줄이지 않고는 국방비의 의미 있는 감축이 달성될 수 없다.

구조조정 말로만 끝내려나

내년도 예산안에는 군의 개혁과 구조조정을 통한 노력이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다. 운영유지비를 올해 보다 1.1% 줄었다고는 하지만 그 구체적인 내용을 들어다 보면 개혁의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특히 불필요한 인력 감축과 조정을 통해 군의 정예화와 효율화를 기하려는 노력이 예산안에 반영되어 있지 않다. 우리나라 군 장성수가 필요 이상으로 과다함이 여러차례 지적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군장성의 수가 올해에 비해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국방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육군 중장급 7명과 소장급 17명이 정원을 초과하고 있고 대령급은 무려 76명이나 정원을 넘어서고 있다. 병력 1만명당 장군수를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7명으로 미국의 5명, 프랑스의 4명에 비해 절대적으로 많으며, 전체장교에서 장성이 차지하는 비율도 미국이 0.3%인데 비해 우리의 경우 0.6%로 2배에 달한다.
더구나 영관급 장교는 올해에 비해서도 1백37명이 더 증원되게 예산안에 반영되어 있고, 위관 장교 역시 1백39명이 증원되어서, 전체 장교 수가 올해에 비해 오히려 2백76명이나 늘어났다. 뿐만 아니라 군무원의 정원 역시 전혀 변동이 없고, 단지 일반직에서 1백53명이 감원되었을 뿐이다.
또한 전체 운영유지비가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각급 부대의 운영비는 오히려 늘어나 여전히 방만한 부대 운영이 우려 된다. 부대운영비 기준표에 의하면, 육군본부의 부대운영비가 올해에 비해 1.7% 늘어난 것을 비롯해, 해 공군본부와 군사령부의 부대운영비가 각각 1.6%와 3.5% 증액되어 있다. 군단급 부대의 운영비는 올해에 비해 5.2~5.4% 늘어났으며, 사단급 부대의 운영비는 무려 7.2~7.7%가 증액된 채 예산안에 반영되어 있다.
한편 구조조정을 통해 기능이 유사한 부대 및 기관을 통폐합하겠다는 국방부의 공언에도 불구하고, 99년도 예산안에는 전혀 반영되어 있다. 현재 국방부는 그 산하에만 직할부대로 한미연합사, 국방대학원, 국방조달본부, 국립현충원, 국군의무사령부, 국군서울지구병원, 국군정신교육원, 국방부합동조사단, 국군체육부대, 국방과학수사연구소, 국방정보본부, 국방과학연구소, 한국국방연구원 등 무려 25개를 운영하고 있다.
국방부는 구조조정을 통해서, 국방대학원 국방참모대학 국방정신연구원을 통합하는 등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들을 무기와 정보체계 개발의 2개 기능으로 재편하고, 국군체육부대를 해체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나, 99년도 예산안에는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다.

비리의혹사업 계속 추진

무기도입과정에서 군수비리와 관련해 의혹을 사고 있는 사업들이 의혹에 대한 명확한 해명이나 도입과정의 불투명성이 해소 되지 않은 채, 99년도 국방예산안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최근 들어서만도 국회의 국정감사와 감사원 감사를 통해 무기도입 과정에서의 비리 의혹이 꾸준히 흘러 나왔다. CN235 중형수송기와 UH-60 헬기의 고가도입 의혹을 비롯해, P-3C 대잠초계기 커미션 등 고가 구매 의혹, 백두사업으로 불리는 군 정찰기 도입비리, KF-16 전투기 보상협상 난항, 국방연구원 등 국방부 산하기관 비자금설(인도네시아로부터 도입 추진중인 CN235기의 제작사인 IPTN사가 IMF체제하에 있는 인도네시아 국영기업 가운데 퇴출대상 1위인 부실기업으로 계약금 1원달러가 떼일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UH-60 헬기 고가도입의혹은 대한한공이 국내에서 1백38대를 면허 생산하면서 미국과 이집트에 비해 대당 2백10~2백50만달러씩, 직구입한 귀빈용 헬기는 대당 2백40~2백90만달러씩 비싸게 구입해 4천억원 가량의 국고 손실을 입혔다는 것이다. 또한 대잠초계기 P-3C 고가구매 의혹은 미국 록히드마틴사가 대우측에 커미션을 2천9백75만달러 주기로 하고 실제 4백만달러를 제공하여, 결국 나머지 2천5백75만달러가 원가에 포함되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리의혹이 전혀 해소 되지 않은 채, 이같은 사업들을 내년도에도 계속 추진하는 것으로 예산안이 편성되어 있다.
CN235 중형수송기사업에 7백44억여원을 비롯해, UH-60 헬기 면허생산사업에 2백65억원, P-3C 대잠초계기사업에 2백54억원, 백두금강사업에 8백31억원의 예산이 배정 되었으며, KF-16 전투기 확보를 위한 KFP사업에 3천6백94억원이 편성되어 있다.
99년도 국방예산안은 올해에 비해 0.4% 감소했다는 점에서는 상징적인 의미를 찾을 수는 있으나, 그 구체적인 내용을 분석해 보면 국방개혁을 통한 국방예산의 효율성 제고라는 측면에서는 여전히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과감한 개혁·예산삭감 시급

IMF체제하에서 경제적 재원 마련을 통해 경제적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서도 또 국방개혁을 통한 국방예산의 효율성 제고라는 차원에서도 내년도 국방예산안은 재검토되어야 한다.

첫째, 방위력 개선 사업 가운데 신규사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통해 긴요한 사업이 아니 한 사업의 추진을 연기해야 한다. 둘째, 군의 개혁과 구조조정을 통해 불필요한 인력을 감축하여야 하며, 특히 정원을 초과하고 있는 장성수를 포함해 고급 장교수를 축소 조정해야 할 것이다. 셋째, 유사기능을 지닌 부대와 기관들에 대한 통페합이 이루어져야 한다. 넷째, 미국과 방위비 분담 문제가 재검토되어야 마땅하다. 다섯째, 무기구입 등 군수비리의 근절을 위해서 군수업무의 투명성과 합리성이 제고되어야 한다. 무기체제전문가와 계약전문법률가 등 군수조달을 위한 민간전문위원제를 신설해야 하며, 복식부기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여섯째, 국방예산에 대한 공개가 이루어져 예산 편성과 집행과정의 투명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국방예산은 국가안보에 해가 되지 않는 합리적인 범위내에서 국민에게 공개되어야 한다. 일곱
째, 소수정예과학군의 육성과 같은 장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마스터플랜을 가지고 군 개편을 단행과 방위력개선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 이철기(동국대 국제관계학과 교수·경실련 통일협회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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