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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돌연변이

[강우근의 들꽃이야기](52) - 수수꽃다리

전날 내렸던 빗물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수수꽃다리 꽃잎이 한꺼번에 다 떨어져 버렸다. 그 옆 산철쭉 꽃잎도 뚝뚝 떨어져 시들어가고 있다. 길가에 쭈그리고 앉아 떨어진 꽃잎을 주워 책갈피에다 끼우다 문득 생각이 떠올랐다. 왜 모양이 잘난 것만 주웠을까? 왜 꽃잎이 네 가닥으로 갈라진 '전형적'인 것만 골랐을까? 수수꽃다리 꽃이 세 갈래로 갈라지거나 다섯이나 여섯 갈래로 갈라지면 안 되나? 수수꽃다리 꽃은 꼭 네 갈래로 갈라져야 정상인가? 그 가운데 한 가닥이 좀 크거나 작으면 '전형적'이지 않은 걸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혹 세상을 바라볼 때도 그렇게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닐까? 의심이 가기 시작했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혹 편견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지나 않았을까? 프로크루스테스처럼 '전형적'이란 침대에 맞춰 세상을 재단하지는 않았을까?

수수꽃다리 꽃잎을 헤치면서 세 갈래, 다섯이나 여섯 갈래 꽃잎을 찾아보았다. 뜻밖에도 '돌연변이' 꽃잎이 많았다. 어떤 것은 일곱 갈래로 갈라지기도 했다. 이런 '돌연변이'들이 새로운 가능성이 아닐까? 변이를 통해 변화에 적응할 수 있고 새로운 종이 만들어지지 않는가. 못나 보이고 볼품 없는 것들이 어쩌면 새로운 가능성일 수 있다.

수수꽃다리 꽃잎이 네 갈래로 갈라진다는 편견을 벗어버리니까 여러 갈래 꽃잎이 보이고 재미난 놀이들도 떠올랐다. '더 많이 갈라진 꽃잎 찾기', '세 갈래로 갈라진 꽃잎을 누가 더 많이 주울까?' 따위. 다르다는 것은 역시 재미있다.

수수꽃다리는 흔히 라일락이라 불리는 꽃이다. '베사메무초'라는 노래에 등장하는 리라 꽃도 수수꽃다리다. 보라색 꽃이 뭉쳐 달린 게 수수를 닮아서 그리 불리게 되었을 것이다. 하트 모양 잎사귀는 무척 쓰다. 사랑점을 봐 준다며 잎사귀를 씹게 해서 친구나 연인을 골려 준 이도 더러 있을 것이다. 수수꽃다리가 이 땅에서 자생하는 한국특산식물이라는 것을 굳이 알지 않아도 수수꽃다리는 우리한테 너무나 친근한 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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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근 , 들꽃 , 수수꽃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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