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금리인하와 부동산거래 활성화를 통해 내년도 경제를 조기부양하기로 한데 대해 투기적 거품경제 조장, 빈부격차 확대, 금융불안 재연 등의 각종 부작용을 우려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내년 하반기부터 국회의원 총선거국면에 진입하면 정치논리로 인해 경제논리가 왜곡될 위험성이 큰 것으로 우려돼 통화당국의 무게중심있는 정책운영이 요구되고 있다.
한국은행과 금융계 관계자들은 14일 당정이 지난 12일 회동에서 내년도 시중실세금리를 6%대로 끌어내리고 주택 양도소득세 면제대상을 대폭 확대하며 재정적자를 확대키로 하는 등 대대적 경기부양책을 펼치기로 한 것은 당면한 최대현안인 실업대책 차원에서는 이해가는 일이나 각종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점에서 당국의 신중한 대처를 요구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이미 회사채수익률이 연 8%로 급락한 상황에서 인위적으로 금리를 끌어내리다가는 최근의 증시과열에서 볼 수 있듯 시중자금이 극도로 단기화하고 투기화해 금융시장의 안정을 해칠 위험이 크다”며 “이럴 경우 인플레가 발발하면서 내년 하반기부터 또다시 금리가 오르고 환율이 불안정해질 공산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정부가 강도높은 부양책을 펼치기로 하면서 내년도 소비자물가상승를 목표를 종전의 5%에서 3%로 끌어내린 것은 납득이 안되는 대목”이라며 “올해에는 기업들이 신용경색위기를 맞아 현찰을 확보하기 위해 출혈경쟁을 벌인 까닭에 소비자물가가 예상치보다 적게 올랐으나 신용경색이 풀릴 내년에는 상황이 1백80도 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도 “그린벨트 해제,주택 양도소득세 면제대상 확대,경품한도 폐지 등 정부가 최근 내놓은 일련의 대책을 보면 일정한 인플레와 투기를 묵인하면서라도 내수경기를 조기에 회복시키겠다는 의지가 읽힌다”며 “이럴 경우 약간의 경기회복을 기대할 수는 있겠으나 빈부격차 확대,거품경제 재연,경상수지흑자 축소 등 각종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우리경제가 또다시 거품에 휩싸일 경우 우리경제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외국인투자가들의 환율과 금리, 주가에 대한 본격적 투기공세가 예상된다”며 “제2의 외환·금융위기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거품을 일으키지 않는 차분한 정책집행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경제연구기관 관계자도 “2000년 4월총선을 앞두고 내년 하반기부터 선거국면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표를 의식해 경기회복을 앞당기려는 여당과 정부의 압박에 통화당국이 어떻게 주체적으로 대응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정치권은 속성상 V자형 경기회복을 요구하게 마련”이라며 “통화당국이 이같은 정치논리에 굴복할 경우 우리경제는 U자형 회복은커녕 L자형 장기복합불황에 함몰될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朴太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