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내가 못나서 취직할 수 없는 건가요?”

[사회운동포럼] 말(語)도 안되는 대학구조조정을 말(抹, 없애다)하다

청년 실업인구 100만 시대, 대학 등록금 천만원시대! 이 시대의 대학생들은 더 이상 투쟁의 현장에도 낭만 가득한 캠퍼스에도 없다. 치열한 입시경쟁을 뚫고 대학에 진학하여 그들은 또 다른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모두 도서관으로 향한다.

정부차원에서 구조조정을 시행한지 3년. 그 동안 대학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했다. 캠퍼스 안에는 기업이 지은 건물들이 늘어가고 있고 등록금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환경적인 여건들의 변화 뿐 아닌 학문의 내용은 취업준비도구로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

지난 9월 1일 소통/연대/변혁 사회운동포럼에서는 이러한 문제의 현황을 점검하고 대학주체들과 만남을 통해 문제에 대한 파악과 대응을 논의하는 기조로 마련된 ‘말도 안 되는 대학 구조조정을 말(抹,없애다)하다’의 사회운동 전략과제워크숍이 열렸다.

교수, 학생, 학부모, 노동자, 사회운동활동가 등 다양한 주체들이 모여 진행된 토론은 비오는 토요일 아침에도 불구하고 30명을 훌쩍 넘은 참가자들과 4시간에 걸쳐 진행되었다.

청년실업의 구원투수 대학구조조정은 100만명의 청년 실업자를 구원 하는가

포럼의 사회자인 슈가 학생행동연대 활동가는 현재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신자유주의 대학구조조정의 폐해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고 이 후 이 포럼을 통해 이 같은 현실에 함께 대응 할 수 있는 자리가 되는 바람을 내비치며 포럼을 시작했다.

배태섭 진보교육연구소 사무국장은 그간 포럼의 준비기간 동안 행해진 전국대학생 간담회등의 경과보고를 통해 현재 각 대학들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학구조조정의 현황을 공유했다.

그는 ‘최근 학력위조사건은 우리 사회에서 학력이 사회적 지위를 획득하기 위한 결정적 자원이 되고 있음’ 을 지적하며 대학이 ‘전통적인 지식의 획득과 탐구, 재생산과 유통이 아니 개인이 특정대학의 졸업장을 획득함으로 인해 신분 상승을 꾀하는’ 도구로 전락함에 대한 우려감을 표했다.

신자유주의 대학 재편의 현황과 과제로 진행된 발제는 대학 구조조정 3년째인 현재의 구조조정 현황과 진단을 담고 있었다. 발제는 자본의 위기가 초래한 대학의 위기를 진단하며 극심한 취업난은 일자리의 전체적 감소가 원인임에도 불구하고 각 대학들이 여전히 학생들에게 지나친 취업경쟁을 강조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또 한 자본의 투기와 착취가 미화된 지식기반사회의 환상을 지적하며 신자유주의적 교육정책이 소수의 연구중심의 엘리트 대학을 통해 고급 지식노동자를 선별하고 나머지 대학들은 산학협력의 이름으로 학교기업, 맞춤형 인력양성을 통해 유연화 된 노동력을 생산하며 취업률을 높이는 천편일률적인 ‘특성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발제에 따르면 신자유주의 대학재편의 양적축소를 통해 현재 8쌍의 국립대학간의 통폐합이 확정되었으며, 이의 대부분은 지역 거점 종합대학에 인근의 산업대나 전문대가 흡수 통합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렇듯 정부가 다루기 손쉬운 국립대학만 없애면서 국립,사립간의 비정상적 구조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사립대의 수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양적인 변화 외에도 수직적 위계서열화의 모습도 드러나고 있다. 정부는 선택과 집중의 대학 지원 방식을 통해 지원액이 큰, 굵직한 사업들을 대부분 현 대학 서열 순위에 맞게 지원하며, 로스쿨과 의치학전문대학원등의 전문대학원 역시 이미 상위권 대학에 지정되었거나 지정 될 것으로 예상되는 바 수도권 대학의 팽창뿐만이 아니라 서열체제의 강화를 야기하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지방대 및 전문대는 저렴한 노동력 양성소로 재편되고 있다. 정부는 NURI사업을 통해 겉으로니 지역이 필요로 하는 인재 양성, 지방대학 특성화, 지역 성장동력 창출을 목표로 하지만 2004년부터 7,200억이 넘게 지원된 천문학적인 금액들은 실제로 학생들의 취업 준비에 사용되고 있다. 학생들은 전문적인 기술 습득이 아니 자기소개서 잘 쓰는 법, 모의면접, 한 달도 채 되지 않는 단기어학연수 등 극히 지엽적이고 기술적인 훈련을 받고 있다.

대학의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은 ‘자율’로 포장된 대학의 기업화와 또는 기업의 직접적이 지배에 놓이게 되는 대학, 교원노동의 유연화를 야기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배태섭 진보교육연구소 사무국장은 단순한 대하내부의 변화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시스템의 근본적인 구조들의 변화가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고대 출교학생 서명운동의 저조한 참여에서 드러난 대학의 내부적 파편화를 지적하고 이 문제에 대해 학생뿐만 아니라 전 사회적으로 함께 고민되어야 함을 제안하고 이는 경쟁부터 시작하는 대학내부의 재편 뿐 만아니라 노동시장의 안정화를 함께 고민되어야 함을 이야기했다.

" 1년 국립대 지원액 1조 칠천900억. 일본 교토대학의 일 년 예산과 같다”

이태기 공무원노조민영화저지특위부위원장은 저조한 국립대 지원을 꼬집었다. 그는 “신자유주의의 구조조정은 철저한 시장논리에 따라 자본의 경쟁력 강화의 목표이다. 주체가 인식하지 못하고 소통과 연대 없이 구조정이 진행되어 철두철미한 구조조정에 당할 수 밖에 없다. 정말로 대학의 경쟁력이 없어 구조조정이 강화되느냐? 그건 아니다"라고 역설하며 "일본을 비롯한 세계각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대학구조조정은 대학이 돈이 되는, 교육이 돈이 된다는 인식에서 출발 한 것"임을 강조하고 신자유주의적 대학재편에 대응하는 사회운동이 필요함을 말했다.

이에 교수노조의 홍성학교수는 대학의 신자유주의적 대학구조조정의 비윤리적인 측면들을 제기하고 교육의 질과 교원 노동력의 유연화에 대한 지적을 했다. 그는 교원은 기간제임에도 불구하고 계약직으로 취급하는 현실에서 질 좋은 교육이 이루어질 수 없음을 지적하였다. 현재 우리나라는 고등학생의 80% 이상이 대학에 진학하고 있으나 교수 일인당 학생수는 25명에서 40명까지이다.

이와 관련하여 홍성학 교수는 한국의 대학교육이 질보다 양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지적하고 독일의 사례를 예로 제시하였다.

“독일은 대학에 진학할 때 교수의 평가에 따라 진학한다. 이것이 학문이다. 특성화가 되기 위해서는 교수의 학문부터 특성화가 되어야 한다. 독일에서 학생들은 교수를 따라 대학이동이 가능하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등록금에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 새로운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대학의 서열을 없애야 한다”

현재 김태균 민중학부모회의 준비위원회의 상임대표는 양적인 구조조정뿐만 아니라 대학교육의 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함을 지적하고 대학의 서열화를 가장 시급한 문제로 지적했다.

초중등교육을 흔들고 있는 대학교육의 서열화는 한국 교육 전반의 문제 측면에서 논의가 되어야 함을 제안했다. 그는 “교육의 질의 문제로 친자본주의적 학문으로의 재편이 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인간을 착취하고 이윤을 극대화 할 것이냐에 대한 학문들. 이 같은 학문배우는” 현홍을 개탄하며, 발제문에서 제안된 양질의 일자리에 대한 요구투쟁이 아닌 입시철폐와 대학평준화를 전면으로 내세워야 함을 강조했다.

그러나 김병국 전국대학생교육대책위 활동가는 대학주체들이 과연 입시철폐와 대학 평준화에서 공감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하 우려를 나타내며 교육부의 구조조정에 대응할 수 있는 명백한 대안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실제 대학 사회에서 대학의 구조조정을 어떻게 풀것인가에 대한 논의자리의 필요성들을 제안하며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대학의 상들을 명확하게 정립해야 함을 역설했다.

이에 이태기 공무원노조 위원장 역시 교육부의 정책에 대한 대안이 부재한 교육운동의 한계를 동감하고 교육운동 전반을 총체적으로 논의할 단위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토론회에 참가한 나영 문화연대 활동가는 학력이 노동력의 판단기준이 되기 때문에 발생한 학력 과잉 현상을 지적하며 대학평준화 이 후의 대학 모습은 과도한 경쟁체제를 없애고 과잉되어 있는 대학을 없애고 전문적인 인력 양성과 전문적 지식 습득의 모습으로 이루어져야함을 강조했다.

3시간을 훌쩍 넘기는 열띤 토론에 참가한 참가자들 중 동국대 학생회장은 현재 이 문제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의 부재를 지적하며 “ 학내활동에서 학우들은 어떻게 만날 것이나에 대한 고민이 든다. 어떻게 이야기 할 것인가, 어떻게 풀어 낼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다” 라고 어려움을 이야기 하자 문수연 학생행동연대 활동가 역시 “학생들이 신자유주의적 정책에 철저하게 물들여가는 상황에서 우리가 이것을 어떻게 이야기 할 것인가? 이 정책들의 거짓이고 환상이라는 것에 대한 실체 파헤치기를 못하고 있다. 자치권들에 대한 탄압들로 인한 저항의 기반이 무너진 이후 저항의 기반을 다져야 함” 을 강조하고 이 후 활동에 대한 논의를 제안했다.

이에 이태기 공무원노조 위원장 역시 “대학생들의 움직임을 일으킬 수 있을 만한 꼭지들을 찾고. 소통하고 연대하여 변혁할 수 있어야 한다” 를 강조했다.

“소통, 연대 그리고 변혁으로”

장장 4시간에 걸친 토론은 신자유주의적 대학 구조조정에 대한 현황진단과 문제점들의 인식을 공유하고 이후 대응을 논의하며 마무리가 되었다. 대응의 목표에서 조금은 상이한 측면들도 있었으나 토론에 참가한 서른 명의 참가자들의 대다수가 앞으로 이 같은 논의의 장을 통한 대학의 말도 안 되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대응활동에 대한 소통을 나눌 수 있기를 희망하고 기대했다.

이후 각 주체들 별로 제안된 실천과제들은 학교별로 산학협력 실태, 구조조정의 실태를을 조사하고 공식 발표된 취업률의 거품을 걷어내 취업이데올로기를 벗어나는 작업들이 제안되었고, 진보적 대학의 상을 제시하여 사회적 논의를 확산을 제안하며 워크숍은 마무리됐다.
덧붙이는 말

이 기사를 제공해 준 정소연 님은 '문화연대'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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