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측 '실리' 크다

[남북정상회담] '2007남북정상선언' 해설

8개항 합의내용에 획기적인 결과는 없으며, 의제와 쟁점 합의 수준에서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다만 전체적으로 볼 때 북은 평화, 통일 등에서 6.15공동선언의 기조를 유지하는 수준에서 원칙을 확인했고, 남은 남북경협과 남북경제공동체 맥락에서 실질적인 내용을 끌어내 '실리'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선언의 제목도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으로 '평화번영'에 무게가 실렸으며, 8개항에 있어서도 손에 잡히는 구체적인 합의 내용은 경협과 교류 부분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양 정상은 오늘 오후 1시 8개항으로 구성된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선언)에 서명했다.

8개항은 ① 6.15 공동선언 적극 구현 ②상호 존중과 신뢰의 남북관계로 전환 ③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국방장관회담 개최) ④6자회담의 2.13 합의 이행 협력, 평화체제 구축과 종전선언 논의 실현 노력 ⑤남북 경협의 확대·발전,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부총리급 경제협력공동위원회 개최) ⑥사회문화분야 교류협력의 발전 ⑦남북간 인도적 사업 협력 ⑧국제무대에서의 공동 노력 등이다.

먼저 선언 전문에는 8개항을 담은 기조가 반영됐다. 무엇보다 6.15선언의 정신을 재확인하고 남북간 세 가지 과제를 허심탄회하게 협의했다고 밝혔다.

선언은 "남북관계발전과 한반도 평화, 민족공동의 번영과 통일을 실현하는데 따른 제반 문제들을 허심탄회하게 협의"했다고 쓰고, "6.15 공동선언에 기초하여 남북관계를 확대.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8개항의 내용을 담았다고 정리됐다.

구체적인 합의 내용은 경협, 교류 분야 두드러져

제1항(남과 북은 6.15 공동선언을 고수하고 적극 구현해 나간다.)에서는 "우리민족끼리 정신에 따라 통일문제를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며 민족의 존엄과 이익을 중시하고 모든 것을 이에 지향"시킨다고 정리, 6.15선언 제1항(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을 계승했다.

'우리민족끼리'와 '민족의 존엄과 이익'을 강조한 것은 북의 주장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북의 ‘우리민족끼리’ 주장과 관련 노무현 대통령은 "국익을 위해 민족공조와 국제공조를 병행 추진하고 있으며 이러한 우리의 노력에 의해 남북관계 진전을 물론 6자회담 및 북미, 북일관계 개선에 기여했음을 설명"했다고 알려졌다.

한편 남과 북은 이를 위해 6월 15일을 기념하는 방안을 강구하기로 해 추후 국경일 지정 등의 후속조치가 예상된다.

제2항(남과 북은 사상과 제도의 차이를 초월하여 남북관계를 상호존중과 신뢰 관계로 확고히 전환시켜 나가기로 하였다.)은 통일 지향과 남북관계 확대.발전 내용을 반영했다.

남과 북은 내부 문제에 간섭하지 않고, 화해와 협력, 통일에 부합되게 남북관계 문제를 해결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또한 "남북관계를 통일 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하여 각기 법률적.제도적 장치들을 정비"하고, "양측 의회 등 각 분야의 대화와 접촉을 적극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제2항은 지난 7년간의 남북관계 경험에 비추어 남북관계를 한단계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상호 존중과 신뢰관계를 확립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반영했다.

또한 해설자료에 "국가보안법과 참관지 문제 등 법률적, 제도적 장치개선 문제는 남북간 사안의 특성상 남북간 상호신뢰를 통해 접근"한다는 내용으로 미루어, 북의 주장을 추상적인 수준에서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양측 의회의 접촉은 1985년 4월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의장 양형섭 명의로 남북국회회담 개최가 제의된 이래 '예비접촉 2회(85.7-85.9), '준비접촉' 10회(88.9-90.1) 등 총 12회 개최되었으나, 본회담이 열리지는 않았다. 2000년 이후 남이 회담 개최 제의를 했으나 북에서 반응이 없었으며, 이번 정상회담 기간 중 정치분야 특별수행원 간담회에서 논의되었다.

그러나 2항과 관련, 통일방안이나 통일 논의를 하기 위한 기구 구성 등의 내용은 반영되지 않아 '통일'과 관련한 진전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제3항(남과 북은 군사적 적대관계를 종식시키고 한반도에서 긴장완화와 평화를 보장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하였다.)은 군사적 신뢰 문제를 다룬 것으로, 남북 상호 적대시 하지 않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하자는 원칙을 담았다.

제3항에서는 특히 "한반도에서 어떤 전쟁도 반대하며 불가침의무를 확고히 준수하기로" 해 항구적인 평화의 의지를 반영했다. 서해에서의 우발적 충돌방지를 위한 공동어로수역과 평화수역 지정 방안을 마련하고, 각종 협력사업에 대한 군사적 보장조치를 위해 금년 11월 중 남측 국방부 장관과 북측 인민무력부 부장간 회담을 평양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논란이 예상된 북방한계선 문제는 남의 요구를 수용하는 형식으로 정리된 것으로 보인다. 해설자료에는 "서해 해상경계선 문제 등 군사문제를 군사적 방식이 아닌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하며 이를 군사적으로 보장함으로써 서해를 군사대치구역에서 평화협력벨트로 전환하는 문제도 논의"했다고 정리되었다.

제5항에서 NLL 등 군사문제를 군사적 방식이 아닌 경제적 공동이익 관점에서 접근하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서해 '군사안보벨트'를 '평화번영벨트'로 전환한다는 내용과 맥이 닿아있다.

제4항(남과 북은 현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하였다.)은 평화체제 논의와 관련 3자 또는 4자 정상회담을 명시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남과 북이 한반도 핵문제 해결을 위해 6자회담 '9.19공동성명'과 '2.13합의'가 순조롭게 이행되도록 공동의 노력을 한다는 내용이다.

9월 27일부터 30일까지 열린 제6차 6자회담에서 중간단계 조치가 이루어지고,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 의지를 확인함으로써, 남북관계 진전과 북핵문제 해결의 '선순환적 구도'를 강화하는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6자회담에서 UEP(농축우라늄프로그램)과 플루토늄 양이 명시되지 않았고,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 문제는 북의 조치에 병렬적으로 상응해 처리한다는 조건이 달려 있다. 이처럼 2.13합의의 중간단계 조치가 미완성인 상태인데다, 종전선언 등은 남북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성급하게 단정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선언 내용만으로는 일각에서 기대했던 김정일 위원장의 '비핵화 천명'도 부각되지 않은 채 일반적으로만 서술되었다.

제5항(남과 북은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의 번영을 위해 경제협력사업을 공리공영과 유무상통의 원칙에서 적극 활성화하고 지속적으로 확대 발전시켜 나가기로 하였다.)은 남북경제공동체와 남북경협의 발전에 대한 남의 공세적인 제안이 대체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우선 경제협력을 위한 투자 장려, 기반시설 확충, 자원 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민족내부협력사업의 특수성에 맞게 각종 우대조건과 특혜를 우선적으로 부여"한다고 되어 있다. 또한 해주지역과 주변해역을 포괄하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 설정, 경제특구건설과 해주항 활용, 민간선박의 해주직항로 통과, 한강하구 공동이용 등을 적시했다.

또한 개성공단 1단계 건설 완공과 2단계 개발에 착수하고, 문산-봉동간 철도화물수송, 통행.통신.통관 문제를 비롯한 제반 제도적 보장조치들을 조속히 완비하기로 했다.

아울러 개성-신의주 철도와 개성-평양 고속도로를 공동으로 이용하기 위한 개보수 문제를 협의.추진하고 안변과 남포에 조선협력단지 건설, 농업.보건의료.환경보호 등 여러 분야에서의 협력사업을 진행한다는 내용이다.

남과 북은 이를 위해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를 부총리급 '남북경제협력공동위원회'로 격상한다.

한편 합의한 제반의 경협사업에 대해 군사보장을 하고, 후속조치를 통해 남북간 소통과 상호 이해를 증진, 기업이 안심하고 투자 및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을 조성한다는 설명이다.

제5항과 관련해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말한 '차분하고 실용적인' 실리가 대체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별수행원 대기업대표 간담회에서 북측이 "남북경협 확대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이제는 경협의 수준이 한 차원 높아져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또한 "현재 1차 산업과 임가공 중심의 경제협력을 생산적인 투자협력 단계로 올려야 하며, 민족 공동번영과 이익을 고려해 투자 규모를 결정해야 한다"며 대기업의 전향적인 대북투자도 요청했다.

이처럼 제5항에서 합의된 경협 사업이 다각도로 추진될 경우 남북경제공동체 구상은 본격적인 물꼬를 트게 될 전망이다.

제6항(남과 북은 민족의 유구한 역사와 우수한 문화를 빛내기 위해 역사, 언어, 교육, 과학기술, 문화예술, 체육 등 사회문화 분야의 교류와 협력을 발전시켜 나가기로 하였다.)은 특히 백두산 과광을 위한 백두산-서울 직항로 개설, 2008년 북경 올림픽경기 남북응원단의 경의선 열차 참가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됐다.

현재 중국을 경유해 백두산을 관광하는 남측의 숫자가 년 10만 명 규모로, 이를 흡수할 경우 남북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설명이다.

제7항(남과 북은 인도주의 협력사업을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은 이산가족 상봉 확대와 영상편지 교환 사업, 금강산면회소 추진 등을 담았다.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사무소는 올해 11월에 완공되고, 내년 3월이면 이산가족면회소도 완공될 예정이다.

제8항(남과 북은 국제무대에서 민족의 이익과 해외 동포들의 권리와 이익을 위한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하였다.)은 국제협력을 위한 항목으로 향후 여수박람회 개최, 북한의 국제금융 기구 가입, 북미 북일 관계개선 등을 위한 남북협력 등이 구체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남북 총리회담, 정상회담 수시로 갖기로

한편 남과 북은 8개항의 이행을 위해 남북총리회담을 개최하기로 하고, 제1차 회의를 금년 11월 중 서울에서 갖기로 하였다. 아울러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정상들이 수시로 만나 현안 문제들을 협의하기로 하였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 남북관계 발전의 원동력”이라며 “남북관계가 국가간 관계가 아니라는 점에서 정례화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 없다는 북측 입장을 받아들여 수시로 만나자는 용어로 합의했지만 이는 사실상 정상회담의 정례화에 합의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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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 노무현 , 선언 , 잠북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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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나가다

    참세상에 올 때는 '남측'이 아니라 '노동자'의 관점을 듣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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