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선거가 언제 정책선거였던 적이 있었겠냐마는, 이번 선거는 특별히 더 심각하다. 정책, 공약, 비전 등의 낱말은 선거의 한켠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오직 ‘BBK’라는 영어 알파벳만이 선거판을 지배하고 있다. 한미FTA, 비정규직 차별 등 한국사회의 당면한 현안이자 근본적인 구조개편을 의미하는 이슈에 대해 말하는 후보는 소수에 불과하다. 몇 %의 경제성장, 몇백만 개의 일자리를 말하는 후보는 있지만, 우리들 중 그 누구도 그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심지어 자신이 내 건 공약조차 지키지 않는(노무현 정권을 보라!) 한국의 선거 현실에서 우리는 왜 정책을 말하려 하는가? 한 마디로 말해 “이 와중에 웬 문화정책”인가. 이는 각 후보진영에 대한 정책제안이기도 하지만, 이 보다는 우리들 자신에 대한 ‘공약’이라는 의미가 강하다. 문화적 권리의 증진과 문화적 삶을 확대하기 위한 문화정책의 현안과 전망을 구체화하고, 이후 문화운동의 과제로 삼겠다는 다짐, 즉 ‘공약’인 것이다.
[이 와중에 문화정책]은 ① 문화일반, ② 예술, ③ 청소년-문화교육, ④ 미디어, ⑤ 체육 등 총 5회에 걸쳐 연재될 계획이다. 이번에 제안되는 문화정책 과제를 통해 문화정책의 현안과 과제를 확인함과 동시에 공공적이고 민주적인 문화정책의 필요성까지도 논의될 수 있기를 바란다.-[기획연재를 시작하며]
아무도 찾지 않는 바람 부는 정치판에 이름 모를 잡초야~
아무도 찾지 않는 바람 부는 정치판에 이름 모를 잡초만 같은 것이 문화정책이다. 여론지지율 2위의 후보와합종하며 “5와 12를 합쳤으니 17대 대통령이 될 수밖에 없다”고 공식 후보께서 덧셈으로 당락을 점치는 대선일진데, 어떻게 이 희극적 정치에 정책이, 그것도 문화정책이 웬 말이겠냔 말이다. 하지만 우리, 정녕 표현하지 않고 살 수 있는가, 감성에 시멘트를 바를 수 있겠는가? 정치뉴스에 이맛살이 구겨져도 결국 우리가 보고 있는 건 문화제도로 운영되는 미디어다.
문화정책은 삶의 방식, 의사소통을 둘러싼 제도를 다룬다. 노동이 인간 필연의 영역이라면 문화는 자유의 영역이다. 그러나 그 자유의 영역은 필연의 영역처럼 제도에 의해 권력자의 자유로 팔릴 수도 있고 온전히 주체의 자유로 점유할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인간으로 살기 위해 이 자유의 영역을, 문화적 권리로 요구한다.
그러나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라는 말이 지난 10년을 풍미했음에도 불구하고 문화적 권리는 오리무중이다. 그 동안 문화를 중시하자고 했던 것은 문화예술의 창조성이 상품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한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었을 뿐이기 때문이다. 경제주의에 치우친 산업화와 개발은 문화사업과 산업을 증대하였지만 한편으로는 문화공공성과 다양성 후퇴를 초래하여 문화적 빈곤화와 양극화를 낳은 셈이다.
2006년 문화산업백서에 따르면 국내 문화산업(출판, 만화, 음악, 게임, 영화, 애니메이션, 방송, 광고, 캐릭터, 디지털 교육 및 정보 등 10개 분야) 매출액은 전년 대비 7.8% 증가한 53조9481억원으로 경제성장률(4.2%)의 2배 가까이 성장했다고 하는데, 민중의 삶은 어둡기만 하다. ‘2006년 문화향수실태조사’에 따르면 “텔레비전을 보거나 쉰다”는 전형적인 여가활용 형태의 가시적인 변화는 드러나지 않았으며, 영화와 문학행사 참여를 제외하면 국민의 문화 활동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 문화예술인 실태조사’에서도 외부의 창작활동규제에 대한 문화예술인의 만족도는 이전(2003년) 조사 결과보다 11.1%가 줄어든 45.2%로 나타났다. 특히 주5일 근무제 실시 이후 소득 최상위 10%와 하위 10% 계층간 교양,오락비 지출 격차가 무려 10배 이상 벌어졌다고 한다. 문화산업은 빠르게 규모를 키워왔지만 창작활동에 대한 사회적 억압 및 문화의 빈곤화는 심화됐다고 볼 수 있다.
산업과 개발주의에 압도된 정책 과정에 문화권이란 고명만 얹은 꼴이었을 뿐
사실 문화적 빈곤을 정부 또한 가만히 보고만 있던 건 아니다. 문화정책 운영의 주요 문제로 문화양극화를 운운하며, 문화예술교육 활성화 정책, 문화기반시설 조성 정책, 문화관광 바우처 도입 등 문화적 권리 증진을 위한 사업들을 입안, 확대하여 왔고 2006년에는 문화헌장을 발표하며 문화적 권리를 기본 권리로 채택,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임무를 재차 확인한 바 있다. 그러나 문화관광부의 문화정책은 C-Korea, 서비스산업종합계획 등 핵심 사업, 조직 개편, 소관 법률 제개정 등 모두에서 산업과 개발주의에 압도된 정책 과정에 문화권이란 고명만 얹은 꼴이었을 뿐이다.
문화의 빈곤, 문화의 양극화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현재까지 보인 신자유주의 경제중심의 문화정책을 넘어 문화공공성과 다양성에 기초한 기조 차원의 전환이 요청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는 문화적 권리 증진을 위한 정공법으로 문화권에 기초한 국가 문화정책 기조 전환을 요구하며 생활하는 개인 주체를 둘러싼 학교, 작업장, 지역사회 등 생활문화 권역에 기초한 문화 환경의 개선을 첫 번째 공약으로 제안한다.
생활문화권에 기초한 문화정책의 수립
학교, 작업장, 지역사회 등 생활문화권에 기초한 문화정책의 수립은 문화정책이 현재까지의 문화제도나 문화시설이라는 고전적 울타리를 걷어내고 생활하는 주체를 만나야 한다는 요구이다. 이를테면 ‘문화기반시설 활성화’라는 문화정책을 아무리 외쳐보았자 노동하는 주체의 조건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노동자의 문화 환경이나 텅 빈 문화시설의 이용도는 꿈쩍도 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추상적 주체로서의 국민 일반이 아닌 노동자, 청소년 등 구체적 주체의 생활 세계에 기초한 문화적 권리를 증진할 수 있는 정책 방향과 설계가 요구된다. 일례로 노동자의 문화적 권리 증진을 위해서는 노동자와 문화기관의 동선을 연결하고 작업장의 문화 환경에 문화부처가 개입할 수 있는 정책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방향에서 우리는 학교, 작업장, 지역사회 등 생활문화정책 지원을 위한 통합적 비전 수립 및 지원체계 마련, 문화적 소수자 지원 체계 마련, 문화기반시설 확충 및 활성화, 표현의 자유 증진을 위한 문화정책 마련과 국가인권위원회 문화권 의제 강화를 제안한다.
문화적 공동체 재형성
이와 함께 주요 공약으로는 지역문화 전반을 기획조정하고 지원할 수 있는 지역문화지원체계 수립과 함께 표현의 자유 전면 보장을 위한 국가보안법 폐지·집시법 전면 개정, 인터넷 내용등급제 폐지 및 인터넷 상 표현의 자유 보장, 파업의 형사처벌·민사책임 면책 보장, 기타 형법 등 제반 문화 관련 악법 개혁을, 마지막으로 실질적인 규제 및 처벌조항을 포함하는 문화영향평가제도 도입 등을 제안한다.
문화적 권리에 기초해 정책을 계획하고 지역 차원의 내생적 줄기를 형성하며 다시 문화적 관점에 기초한 평가를 통해 문화적 공동체를 재형성해내자는 것이며,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속에서 새로이 강화되는 표현의 자유 족쇄를 걷어내자는 것이다.
문화양극화를 운운하면서도 산업화와 개발주의에 열 올리는 문화관광부를 제자리로 돌려놓을 자가 유력한 후보 중 있을까 만은 인간답게 살기 위해 필요한 건 문화적 삶과 이를 권리로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 설계이다. 민중의 생활 세계에 기초하여 고전적인 문화정책을 재구성하는 일은 문화권이란 지표로 생활 세계를 가로지르는 운동이어야 하며, 우리의 실천으로부터 요구되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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