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철 변호사(전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가 제기한 삼성 비자금 조성 관련 의혹들이 하나 둘 사실로 밝혀지고 있어 주목된다.
금융당국은 김 변호사 명의로 계설된 우리은행과 굿모닝신한증권 등에 대해 현장검사를 진행한 결과 개설된 4개의 계좌 모두 불법 개설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금융당국, "우리은행.신한증권, 실명법과 혐의거래보고의무 위반 확인"
홍영만 금융감독위원회 홍보관리관은 12일 "삼성비자금계좌로 거론된 우리은행 3개 계좌 및 굿모닝신한증권 1개 계좌 모두 계좌 개설 시 금융실명법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4개 계좌 모두 주민등록증 등 실명확인증표 사본은 보관을 하고 있었지만, 계좌 개설시 김 변호사가 금융회사를 방문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또 우리은행과 굿모닝신한증권이 금융실명법 외에도 특정금융거래보거법 상 혐의거래 보고의무도 위반한 사실을 확인했다.
특정금융거래보고법이 규정하고 있는 '혐의거래 보고의무'는 자금세탁이 의심되는 2천만 원 이상 거래나 5천만 원 이상의 고액현금거래에 대해서 금융기관이 금융정보분석원에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지난 달 1일 재경부 국정감사에서 재경부 금융정보분석원장에게 삼성그룹에 대한 혐의거래 보고가 있었는지 보고할 것을 요구했으나, 이철환 금융정보분석원장은 관련법의 비밀조항을 들어 거부한 바 있다.
"공모 등의 부분은 금융당국 검사영역 아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달 26일부터 7일까지 우리은행과 굿모닝신한증권에 대해서 관련자 조사, 관련 장표 및 서류점검 등의 현장검사를 벌였다.
이번 현장검사와 관련해 홍 홍보관리관은 "CCTV 자료 확인과 담당 직원 조사를 통해 김용철 씨가 내방한 사실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홍 홍보관리관은 김 변호사 아닌 누가 계좌를 개설했고, 해당 직원 외에 어느 정도 선에서 '공모'가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홍 홍보관리관은 "누가 지시를 했다는 것은 본인이 입을 열지 않는 한 우리로서는 알 수 없는 것이고, 공모 등의 부분은 우리의 검사 영역을 벗어나는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각종 심의가 될 것이기 때문에 공모여부를 단언하기는 어려운 단계"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은행과 굿모닝신한증권의 담당직원 모두 금융실명법 위반은 시인하면서도 어떤 동기로 또 누구로부터 주민등록증을 받고 계좌를 개설했는지 등 구체적 경위에 대해서는 진술을 회피하고 있다"며 "실명확인 위반의 동기 및 방법, 불법 차명계좌 여부, 은행직원의 공모 여부 등이 수사당국에 의해 규명될 수 있도록 금감원은 이번 검사결과 및 관련자료 일체를 검찰에 통보할 계획"이라고 공을 검찰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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