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정치놀이터 '미끄럼틀'이 오픈했다. 문화연대는 '미끄럼틀'에 대해 "급진적 행복을 찾아 상상력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라고 소개했다. 민중언론참세상은 '미끄럼틀' 중 '한장의 정치'를 기획 연재한다. '한장의 정치'는 "새로운 사회, 급진적 정책을 상상하고 공론화하기 위한 정책칼럼"으로 "만화가, 미술작가, 활동가, 교사, 평론가, 교수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회운동과 함께해온 이들이 상상하는 정책칼럼이 게재될 예정"이다.[편집자주]
“떠나요~ 둘이서 모든 것 훌훌 버리고 ~ 제주도 푸른 밤 그 별 아래...”
제주는 미치도록 아름답다. 그래서 유네스코는 지난 6월 제주섬을 전쟁과 재해, 모든 파괴행위로부터 세계 인류가 소중히 보호해야 할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제주는, 그리고 그 섬사람들은 지금 많이 아프다. 이미 오랫동안 아파왔다.
더 많은 부를 축적하기 위해 온갖 쇠붙이로 무장한 집단들의 눈에는 섬의 아름다움과 섬사람들의 삶보다는 중국과 한반도, 일본을 연결하는 섬의 위치가 더 눈에 들어온다.
섬이 고려에 복속된 이후, 몽고는 남송과 일본을 정벌하기 위한 전초기지로 섬을 직할령으로 삼았고, 조선시대에는 동남아와 중국으로 향하던 왜구의 중간 보급기지로 끊임없는 침탈을 당해왔다.
태평양전쟁 막바지에 일본은 미군의 공격을 1945년 9월 10일로 예상했다. 일본은 '결7호작전'을 통해 남방해역의 길목인 제주도를 본토사수의 최후 보루로 삼고 주민들을 동원해 군사요새화하는 한편 정예병력 7만명을 주둔시켰다.
만약 8월 15일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면 수많은 섬사람들은 전쟁의 끔찍한 참화속에 오끼나와 사람들처럼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다.
중앙정부-국가는 섬사람들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역사속에서 그들 역시 억압과 수탈을 일삼은 외세, 학살자였을 뿐이다.
몽고가 멸하자 고려는 최영과 주민수에 버금가는 25,000명의 병사를 보내 100여년간 몽고와 섞여 살아온 섬사람들을 학살했다. "칼과 방패가 바다를 뒤덮고 간과 뇌가 땅을 가렸다"고 전해지는 대학살을 국가는 ‘목호의 난’으로, 반원민족자주항쟁의 역사로 기념할 뿐이다.
조선왕조 역시 제주를 변방의 유배지로 취급했고, 섬사람들은 갖은 진상과 부역에 시달려야만 했다. 견디다 못해 다른 지방으로 도망가는 일이 빈번해지자 국가는 1629년 출륙금지령을 내렸고, 1830년까지 200년동안 섬사람들은 천형의 세월을 견뎌야만 했다.
해방후 4.3 대학살은 섬사람들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과 상처를 남겼다. 수백년동안 억압과 수탈, 학살로 점철된 고난의 삶을 견뎌온 제주사람들에게 평화는 무엇보다 소중하다. 평화는 섬의 생명이다. 그래서 국가는 4.3 당시 반인도적 범죄에 대해 대통령이 사과하고 제주를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그 국가가 다시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제주섬을 기억하기 싫은 과거의 아픈 역사속으로 밀어넣으려 하고 있다. 섬의 남쪽끝 강정마을에 온갖 신형무기 종합세트인 이지스함과 잠수함, 대형수송함 등을 갖춘 해군전략기지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제주해군기지문제는 지난 3월 중국 관영통신인 신화사의 우려섞인 보도를 시작으로 벌써부터 주변국가의 경계와 주목을 받고 있다. 동북아의 평화는 커녕 군비경쟁과 분쟁의 섬으로 만들뿐이다.
이뿐만 아니라 해군기지문제는 수백년동안 이어 온 섬공동체를 파괴하고 있다. 찬반갈등으로 친인척이 제사를 따로 지내고, 동창회와 친목계, 아이들의 동심마저 파괴하고 있다.
섬사람들은 남들보다 배불리 먹고 살기를 바라지 않는다. 온갖 고난속에서도 그래왔던 것처럼 공동체가 함께 오순도순 평화롭게 살고 싶을 뿐이다.
국가여! 국가여! 제발 이제 이들을, 이 섬을 그냥 내버려둬라. 그동안 아플만큼 충분히 아팠다. 그리하여 섬에는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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