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사유화는 누구의 배를 불리나?

[1.26세계행동의날] 사회적인 상수도를 만들기 위해

세계 사회운동 진영의 전략적 소통 공간으로 성장한 세계사회포럼(WSF). 2009년 아마존 대회를 앞두고 2008년에는 1월 26일 '세계행동의 날'을 기점으로 각국에서 분산 개최될 예정이다.

'민중언론 참세상'은 2008년 세계사회포럼, 1.26세계행동의 날 행사와 관련한 국내외 소식과 기고 글들을 집중이슈로 묶었다. 지난 8일 한국에서도 '2008년 세계사회포럼(WSF) 1.26 세계행동의 날'을 준비할 (한국) 조직위원회가 공식 출범했고, 22일 부터 26일까지 진행될 행사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민중언론 참세상'은 1.26 조직위원회와 공동 기획을 통해 세계행동의 날을 함께한다.
-[편집자 주]

물 사유화에 매달려온 정부

정부는 2001년 9월 수도법 제19조 3항을 개정하면서 상수도 사업을 대통령령에 의해 한국수자원공사에 민간위탁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다. 2005년에는 수도법 17조 3항을 개정하여 민간의 참여를 확대하는 본조를 신설하였고, 2006년 6월에 수도법 시행령 제22조 4항을 개정하여 상수도 사업에 민간 참여를 대폭 확대할 수 있도록 허용하였다. 2006년 2월에는 ‘물 산업 육성방안’을 발표하여 상하수도 사유화의 길을 넓혔다.

2007년 7월에 정부는 ‘물 산업 육성 5개년 세부추진 계획’을 발표하였고 2008년까지 ‘(가칭) 물 산업 지원법’을 제정할 계획이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들은 공공재로서의 물을 상품으로 규정하여 물기업들에게 넘기는 것으로서, 공사화, 사유화, 민간위탁 등이 핵심이며 이를 바탕으로 해외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간 총 9조 6천억 여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소요할 계획이다.

결국 한국 정부는 1단계로 164개 지자체가 공급하는 상수도 가운데 특·광역시 상수도는 공사화하고 그 외 지자체 상수도는 민간위탁하며, 2단계로 공기업, 초국적기업, 국내재벌 간에 경쟁을 시키며, 3단계로 2016년 20조원 규모로 키울 물 시장을 소수 기업에 독과점 시키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상수도가 갖고 있는 문제점을 사유화(사유화)를 통해서 해결할 수는 없으며 오히려 문제를 더 악화시킬 것이다.

  <참고> 시·도별 물 사유화 저지 및 추진 현황(전국164개소 중)

한국 상수도의 문제점

우리나라 상수도가 갖고 있는 문제점을 간략히 언급하면 다음과 같다.

1) 수돗물 수질에 대한 불신 - 수돗물 직접 음용은 2%에 불과 (수돗물시민회의 2004년 조사)

2) 지역별 상수도 공급 불균형 심각
- 농어촌 지역의 소외 : 특·광역시는 상수도 보급률이 98.9%이지만 면단위의 농어촌지역은 37.7%에 불과
- 수돗물 수질도 양극화 : 농어촌 지역 간이상수도 수질 악화
- 수도요금 격차 심각 : 2005년 특·광역시·도 중에서 대전광역시는 수돗물생산원가가 487원, 평균단가는 486.4원이었는데, 강원도는 생산원가가 1,069.3원, 평균단가는 637.8원. 영월은 1,077원, 과천은 303.6원.

3) 노동자와 시민의 참여·통제 미흡 - 지자체별 수돗물평가위원회 유명무실. 수도요금 결정에서 소외

4) 상수도에 대한 투자를 외면하는 정부와 지자체 - 지방재정 총 규모는 1990년 22.9조 원에서 2005년 107조 원으로 4.7배나 증가. 지방자치단체의 가용재원 규모는 2003년 82조 원에서 2006년 100.6조 원으로 증가. 그러나 수도예산은 이에 턱없이 못 미침.

5) 수도시설 중복·과잉투자로 시설가동률 저조 - 지방상수도 가동률은 2004년 현재 54.7%, 광역상수도 가동률은 44%

6) 유수율 제고사업 평가 미흡 - 수자원공사가 유수율 제고사업 이름으로 민간위탁 실시하지만 유수율 수치는 검침 시차, 수도관내 압력 등 다양한 요인으로 변화 가능

물 사유화가 초래할 재앙

첫째, 광범위한 요금 인상이다. 민간기업의 참여를 유도하려면 생산원가를 보상해야할 뿐만 아니라 여기에다 적정 이윤까지 보장을 해야 하므로 대폭적인 요금인상은 불을 보듯 뻔하다. 통상 정부는 공공부문 개혁을 통해 공공서비스 요금을 인하하겠다는 약속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물 산업 육성방안’에서는 요금 인상을 명확히 했다. 이는 사적자본을 확실히 끌어들여 상수도부문을 사유화하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 아시아,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등에서도 사유화는 대부분 요금 폭등을 가져왔다.

둘째, 소수기업이 물공급을 독점하게 된다. 정부는 구조개편을 통해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고 하지만 정부 정책이 관철된 결과 생기는 물기업들 또한 모두 지역독점일 뿐이다. 즉 동일한 소비자를 상대로 두 개 이상의 기업이 서비스경쟁을 하는 ‘시장내 경쟁’이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일단 수탁을 통한 운영권을 획득하면 20-30년간 독점적 운영을 할 수 있는 것이고, 사유화된 기업을 인수하면 계속해서 독점적인 지위를 누릴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지역 독점체들은 요금인상 이후 일정한 수익성이 보장될 경우 내외 거대자본의 인수합병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다. 프랑스의 경우 베올리아(비방디)와 온데오(수에즈)가 전체 물 시장의 85%를 장악하고 있다.

셋째, 반복될 초국적 자본의 진출과 철수가 반복된다. 정부의 사유화정책은 각종 투자협정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통해 초국적 기업에게도 동등한 기회를 부여할 것이다. 이미 초국적 기업들은 하수도 부문에 진출해 있고, 인천의 경우 베올리아가 유수율 개선사업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해 있는 상태이다. 초국적 물기업이 많은 유럽과 한-EU(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면 유럽의 거대 초국적 물기업의 한국시장 진출은 보다 활발해 질 것이다.

그러나 사유화된 수도에 대한 민중의 저항, 경제적 위기 상황, 정치적 불안정 등으로 인해 초국적 물기업은 철수할 수도 있다. 남미 등에서 이미 많은 초국적 기업이 철수한 바 있다. 철수 이후에는 정부나 지자체가 다시 물공급을 떠맡아야 하며, 초국적기업에 대해 막대한 손해배상까지 지불해야 할 수도 있다.

넷째, 정부가 추진하는 세계적인 물 전문기업 육성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중국,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개도국 시장에서 이윤을 얻기 위해 세계적인 물기업을 육성하자고 한다. 그런데 세계적인 물기업을 육성한다고 상하수도 서비스가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일례로 세계적인 물기업이 있는 프랑스의 경우 물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매우 높다. 요금도 높고 유수율도 74%대로 한국보다 낮다.

또한 세계적 물기업을 육성한다고 정부가 말하는 대로 많은 수익을 내는 것도 아니다. 최근 초국적 물기업들은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필리핀 등에서 철수하였다. 충분한 수익을 못 얻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익을 내자면 물 값을 대폭 올려야 하는데 이는 해당 국가의 민중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온다.

다섯째, 물에 대한 투자가 떨어질 것이다. 유수율 제고를 위한 노후관망 교체 및 보급률 확대를 위한 투자 등 한국의 수도사업은 아직도 투자를 활발히 진행해야 할 상황이다. 그러나 이윤논리를 앞세우는 민간기업들은 수탁사업에 있어서 노후관망 교체를 위한 투자를 가능한 한 늦출 것이고, 비용은 많이 들고 수입이 적은 상수도 미보급 지역에 대한 투자 역시 게을리 할 것이다. 다른 나라 사례에서도 상수도사업의 사유화에서 애초에 약속한 투자증대가 지켜지지 않았다.

여섯째, 상수도 노동자들의 고용이 불안해지고 노동조건이 악화될 것이다. 사유화는 비용을 최소화하고 이윤을 늘리기 위해 명예퇴직 등을 통한 해고, 아웃소싱, 배치전환, 임금억제, 비정규직화 등을 시행할 것이다. 이는 사유화 이전에도 이루어질 것인데 현재 서울시 상수도본부의 구조조정 사태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해외사례를 보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는 상수도가 사유화되면서 노동자에 대한 정리해고도 심각해져서 1,000여명이 해고되었다. 또한 노동환경 역시 열악해졌고 노동자의 권리도 약해졌으며 임금 역시 삭감되었다.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수에즈가 물 관리를 넘겨받은 후, 물 관련 노동자 7,600명 중 4,000명이 명예퇴직을 당하기도 했다. 수천 개에 이르는 새로운 일자리는 단기 계약직이었다.

일곱째, 수질 악화의 우려도 크다. 새로운 민간기업들이 이윤원리에 지배를 받기 때문에 환경기준이 후퇴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1997년 영국 정부의 수도감시단이 수에즈의 자회사인 노섬브리안워터가 잉글랜드와 웨일즈에서 최악의 사업운영을 보여주었다고 발표했는데, 주요 원인이 수질악화였다. 필리핀이나 남아공에서는 콜레라 같은 수인성 전염병이 창궐하기도 했다.

여덟째, 부패 가능성도 증가한다. 민간 물기업에서 부패를 방지할 수 있는 견제 기능이 사라질 것이다. 이는 운영권을 따내기 위한 경쟁부터 그럴 것이다. 계약은 대개 비밀리에 진행되고 세부사항은 계약 체결 이후에도 알져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은 공무원이나 규제자에 대한 매수 가능성을 높일 것이다.

아홉째, 시민과 지역공동체의 통제가 불가능해진다. 사유화되면 민간 자본이 시민과 지역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수단이 거의 없어질 것이다. 민간 자본에 대해 불만족스러워도 운영권을 회수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들게 될 것이다. 또한 물기업이 초국적 자본에게 사유화될 경우 이들을 위해 봉사하는 각종 투자협정에서의 법률구제수단들이 있어서 이 경우는 더욱 힘들다.

물 사유화에 대한 공공적 대안이 필요하다

우선 인권으로서의 물 기본권을 정립해야 한다. 물은 인권이다.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는 권리, 차별받지 않고 물을 향유할 수 있는 권리는 인간의 기본권이다. 나아가 인권으로서의 물, 물 자원을 보존하여 지속가능하게 지켜나가는 것은 인간의 권리이자 의무이다. 국가와 사회는 물을 깨끗하고 안전하게 보편적으로 공급해야 할 의무를 갖는다.

따라서 보편적인 필수 공공서비스로서 물을 시민의 기본권으로 정립해야 한다. 예컨대 이탈리아 물운동포럼은 40만명의 서명으로 물을 재국유화하는 법안을 발의하였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물은 인권이다. △1인당 50리터가 무료로 제공되어야 한다. △수도시설 재산은 공공의 법률에 규제되는 기관을 통해 전적으로 공공이 관리해야 한다. △지역 공동체와 시민들이 공공의 물 관리에 참여해야 한다. △물에 대한 접근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위한 연대와 국제적 협력을 위한 국가기금이 창설되어야 한다.

둘째, 상수도의 전국적 단일화와 요금 체제 단일화가 이뤄져야 한다. 상수도 사업은 전국적 단일화를 추구해야 하며 이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의 재정과 관리·운영 체계를 우선 단일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지방 상수도 차원에서 행정 구역별이 아닌 수계를 고려한 운영과 관리의 통합, 지방상수도와 광역 상수도의 연계와 통합적 관리 등을 우선 추진해야 한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요금 체제도 단일화해야 한다. 상수도 종사자들의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한 적절한 교육 훈련 등의 과정은 공적인 절차와 과정을 통해 충분히 해소될 수 있다. 상수도 사업은 공적 형태를 전제로 하면서 상수도 사업의 발전과 물 자원 보존, 물 공공성을 지켜낼 수 있는 올바른 구조를 모색해야 한다.

셋째, 공적인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정부나 지자체가 예산 문제를 들어 어쩔 수 없이 민간위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중앙 정부 차원의 예산 지원과 재정 통합으로 공적인 투자와 지원을 우선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민간위탁을 하더라도 운영대가는 지급해야 하고, 미급수 지역에 대한 신규 보급, 장기 투자 등의 비용 역시 동일하게 들어간다. 물 산업 육성방안에서 말하는 수조 원의 재정투자를 사기업들에게 할 것이 아니라 현재 현실적으로 열악한 지방상수도 재정에 투자되어야 할 것이다.

넷째, 노동권을 보장해야 한다. 사유화나 민간위탁의 핵심은 구조조정이고 효율화이며 효율화의 핵심은 노동비용 절감이다. 그러나 노동의 질을 떨어뜨려서 좋은 상수도를 만들어낼 수는 없다. 상수도가 시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현재의 문제점을 공공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핵심 주체인 상수도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보장하고 상수도 운영에 대한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전문화와 숙련이 필요한 직무에 대해서는 적정 대우를 하고 교육 훈련의 기회를 충분히 마련해야 한다.

다섯째, 민주적 운영 구조 창출 및 노동자와 지역 주민의 통제가 절실하다. 공공 분야에서 공적·사회적 소유구조는 공공성 확보의 가장 큰 전제이다. 공적 소유가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가 차원의 규제기구가 존재한다 할지라도 상업주의적 운영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주민과 노동자들의 참여와 통제를 통해 상수도 산업의 올바른 발전 방향이 설정되고 사회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와 시민의 연대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1.26 세계행동의 날 - 세계민중과 함께 물 사유화 저지하자

정부가 추진하는 물 사유화 계획은 물을 이윤논리에 따라 상품화시켜 자본의 돈벌이 대상으로 만들려는 것이다. 모든 것을 팔아 치우려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정책으로 이제 물까지 자본의 수중으로 넘기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간 공공부문 사유화, 사유화 정책이 전 세계적으로 초래한 파괴적인 결과에서 보듯이 이는 민중의 대안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물은 90% 이상이 공공적으로 공급되고 있다. 정부는 사유화를 즉각 중단하고 공공적이고 사회적인 상수도 만들기에 나서야 할 것이다.

물, 전력, 가스 등 필수 공공서비스 사유화를 중단시키고 사회적인 소유와 운영으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운동은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다. waterjustice, reclaiming-public-water 메일링리스트 등을 통해서 활발한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 예컨대 이번 세계행동에 즈음해서 Maud Barlow('블루골드'의 저자)는 단체들과 함께 물에 관한 UN협약을 제정하자는 캠페인을, 이탈리아에서는 세계물협회(World Water Council)의 세계물포럼 개최 중지 캠페인을, 영국의 World Development Movement와 네덜란드의 TNI(Transnational Institute)는 공공-공공부문 협력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그 동안 마산, 전주, 당진, 진천, 나주, 남원 등 많은 지역에서 상수도 민간위탁 저지 투쟁이 활발하게 벌어졌고 지금도 투쟁하고 있다. 상수도 민간위탁, 공사화를 중단시키고 물에 대한 민중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투쟁에는 공무원 노동자 뿐만 아니라 환경단체, 시민사회단체, 지역 주민조직 등 다양한 단위들이 함께하고 있다.

2008년에는 지자체 상수도 민간위탁과 공사화 저지 투쟁과 더불어 ‘물 산업 지원법’을 둘러싼 투쟁이 예고되고 있다. '물 사유화 저지·사회공공성 강화 공동행동'은 모든 노동자 민중과 함께 생명이자 인권인 물을 지키기 위해 투쟁할 것이다.
덧붙이는 말

전소희 님은 물사유화저지 공동행동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 글은 물사유화저지․사회공공성 강화 공동행동 연구팀이 작성한 '정부의 물산업육성 정책 비판과 상수도 공공성을 위한 연구보고서'(전국공무원노조 발간, 2007년 12월)에 담긴 내용을 발췌, 요약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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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회포럼 , 물사유화 , 1.26 , 세계행동의날 , wsf , 물 , 한국수자원공사 , 물시장 , 독과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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