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설의 강물

[작가들 운하를 말하다](3) 實用이를 찾아서

  달래강 풍경 [출처: 토란잎]

실용이란 놈을 찾으러 문경새재부터 달래강까지 숨차게 뛰어다녔다.
실용아 어딨니 실용아! 나보다 300살은 더 먹은 주목에게도 물어보고
새재를 넘는 사람들 굽어보다 일제 때, 송진 강제 공출하느라
몸에 깊은 칼을 맞은 조령 적송에게도 물어보았다.
관문에서 어묵을 파는 아저씨한테도 물어보고 백두대간에서 풍찬 노숙하기를
집인 양 하던 산사람에게도 물어보았다.

달래강의 다슬기에게도, 얼음장 밑에 숨은 꺽지에게도
무르팍이나 적시고 말 수심의, 종이배나 띄웠음 적당할
강물에게도 물어보았다. 한결같이 안다는 답이 없었다.
섬진강가에서 잔뼈가 굵은 쌍칼 형님께도 물어보았다.
그 강도 댐을 막으니 물길이 탁하고 물이 줄어 옛날에 비하면 어림도 없더라고
강가의 숫염소처럼 순한 풀을 씹을 뿐이셨으나,
그의 머리에도 단단한 뿔이 돋고 있었다. 여차하면 들이받을 듯,

묵언으로 살고 흐르는 것들은 실용이니 참여니 국민이니 독재니
전에도 살았던 것들이고, 저 잡것들이 지저귀 차기 전에도
순명대로 흐르고 살았던 것들이어서 그런지
숨 가쁘게 달려가는 것들을 너그럽게 바라볼 뿐이었다.
모래톱은 어떻게 말했던가.
수백만 년 풍화를 겪으며 알알이 밀려 온 모래톱은
실용이란 놈이 모래무지처럼 제 품에 숨은 적도,
품어준 적도 없더라고 하였다.
여차하면 시멘트에 제 몸을 섞어주지 않을 듯하였다.
그래, 모래는 낱낱이 흩어짐으로 산하를 도와줘야 하리라

벙어리 삼룡이도 아니고 유령이 實用이!
연암, 다산이 생환하신다면
곡학아세의 표본들을 수원화성 기중기에 달아 삼박 오일 간 북어처럼
말려 때려줄 놈이로다 하실 것을 직감하면서
대답 없는 실용이를 찾아 부르고 불러보았다.

혹 그는 짝퉁 이순신이었던가
-짐에게는 하루 12척의 바지선을 운송할 수 있는 운하가 필요합니다.
내가 사랑하는 업자들과 토호들의 이익과 정권 유지를 위하여
능히 반대를 위한 반대를 물리칠 수 있습니다-

졸지에 물리쳐야 할 왜적인 양 오인 표적된 우리는
실용이를 찾아 족치러 날밤을 새며 쫓아다녔으나 빌어먹을
탄금대에 빠져죽었는지 남한강에 쓸려갔는지 찾을 수 없었다.

단언컨대 아무리 실용적으로 실리적으로 생각해봐도
실용이는 들어간 만큼 돈을 되돌려줄 자도,
만인을 강물에 띄워 평온히 유람시킬 자도,
물이 썩으면 그 모든 강물을 갈아줄 자도,
똥물을 더불어 마셔줄 자도 아니었으며,
국내산 생수가 떨어지면 에비앙 생수, 바이칼 호수를 공수해 들이킬 자들,
그리하여 실용이는 이 나라 이 산하가 제 것이 아닌 것들.
내가 얼핏 본 실용이는 전봇대 뽑힌 자리에 여전히 전봇대가 있는 줄 알고
'개발'을 높이 들어 조건반사 하듯 오줌이나 갈기는 것들.

자신의 멀쩡한 내장을 스스로 파헤쳐 건강하게 살아가는 몸이 어디 있단 말인가!
고작 20년도 못 살 인간의 망상을 비웃으며 강물은 흘러가고
은유가 아니라 직설로 직설로 욕지기를 뱉으며 흘러가고
서정과 정치는 딴 몸이 아니라 꾸짖으며 흘러가고
눈 털어낸 솔잎은 더욱 푸르게 허공을 찔렀다.
그리하여 강물은 곡선이었고 비명은 직설이었다.

운하 예정지 르포 글을 시작한다. '한국작가회의', 현실주의 작가네트워크 '리얼리스트100, '문화연대' 등은 한반도 운하 예정지를 답사하며 운하 건설로 훼손될 주변의 문화와 자연을 시와 산문으로 표현한다.

이러한 작업을 바탕으로 국민들에게 운하 건설의 폐해와 환경.문화 훼손을 알려내고자 하며 1월 23일 오전 11시에 문화연대 강당에서 답사 출정식을 가졌다.

운하 건설의 타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와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은 각각 자동차와 자전거로 경부운하 예정지를 답사하였으며, 그 결과물을 책으로 만들어 출판기념회까지 열었다. 그러나 너무 멀리, 너무 빠른 속도로 대부분의 구간을 지나친 추친 측의 답사는 현장의 사실과는 달랐다는 지적이다.

‘리얼리스트 100’과 문화연대는 보다 가까이서 강 주변을 답사하며 운하 예정지에 남아있는 아름다운 문화와 자연,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르포 형식으로 풀어내게로 했다. 자동차와 자전거로는 볼 수 없는 우리 강의 진짜 모습과 그 강에 기댄 생명들의 삶을 담아낸 글들이 될 것이다.

참여 작가는 한국작가회의 회원이면서 현실주의 작가네트워크 ‘리얼리스트 100’의 회원인 김하돈 (『마음도 쉬어가는 고개를 찾아서』) 작가를 중심으로 소설가 안재성(『장편소설 파업』, 『경성트로이카』, 『이현상 평전』), 소설가 윤동수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 소설가 이인휘 (『활화산』, 『내생의 적들』, 『날개달린 물고기』), 시인 박일환(『시집 푸른 삼각뿔』), 시인 문동만 등이다.

작가들은 운하예정지를 답사하며 시와 산문을 써서 발표할 예정이며, 이 작업은 김하돈 작가를 중심으로 작가회의 회원들과 ‘리얼리스트100’ 회원들이 각 지역에서 결합하는 형식으로 함께 글을 연재하게 된다.

이 기획연재는 인터넷신문 프레시안과 오마이뉴스, 민중언론 참세상에 동시게재된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바란다.
덧붙이는 말

문동만 시인 약력

시인. 충남 보령 출생. 1994년 <삶 사회 그리고 문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나는 작은 행복도 두렵다』가 있다. <일과시> 동인과 현실주의 작가 네트워크 <리얼리스트100>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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