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30개월 막겠다".. 또 '꼼수론' 부상

[기자의눈] 대통령님, 귀를 열려면 좀 제대로 여시죠

확실히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으로 성난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한 듯 했다. 그러나 끝내 이명박 대통령은 스스로도 인정한 '재협상'이라는 전국민적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대신 이 대통령은 이미 알려진 대로 30개월령 이상 쇠고기를 미국 수출업자들이 자율적으로 규제하고, 이를 미국 정부로부터 보장받는 '민간자율규제' 방식을 추가 협상 목표로 하고 있음을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은 19일 특별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재협상 불가' 입장과 관련해 "국익을 지키고, 미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토로했다.

이 대통령 "미국이 보장하면, 믿어야 한다"

이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문을 읽은 뒤 이어진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민간자율규제'의 실효성 문제와 관련해 "미국 정부가 보장한다면, 그것은 믿어야 한다"며 "반대로 우리 정부가 약속하면, 외국 정부도 믿어야 한다"는 말로 일축했다.

한편, 이날 이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는 '연령 제한'과 함께 광우병 위험성 논란의 또 다른 핵심 사항인 광우병특정위험물질(SRM) 등 부위 제한 문제는 언급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현재 미국에서 추가 협상을 벌이고 있는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협상에서 '선방'한다손 치더라도, 30개월 이하 쇠고기의 내장 등 SRM의 국내 반입은 피할 수 없게 됐다.

현재 국내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는 전문가들은 소의 연령과 상관없이 내장 전체와 뇌, 눈, 척수, 머리뼈, 등배신경절 등을 SRM으로 규정하고, 모두 제거해야만 최소한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에는 30개월 이하 쇠고기의 경우 편도와 소장 끝 부분만을 제거하면 수입이 된다.

그러나 '재협상'이 국민적 요구임을 스스로 인정한 이 대통령은 이날 SRM 문제와 관련해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고 비껴갔다.

또 이 대통령은 광우병이 발생해도 수입 중단 조치를 취할 수 없고, 미 도축장에 대해 승인 및 취소 권한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해 검역주권 논란이 일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과정에서도 이 대통령은 안전성 문제와 관련해 "미국 정부를 믿어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MB, 재협상 뭔 말인지 몰러?'

이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국민 여러분께서는 미국과의 재협상을 요구했다"며 "그런데 정부는 재협상의 어려움만 설명하려고 했고, 이런 태도가 국민 여러분께 정부가 국민의 뜻을 따르지 않는 것으로 비친 것 같다"고 고해성사를 했지만, 아직 국민들이 요구하는 '재협상'의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듯 하다.

박승흡 민주노동당 대변인의 입을 빌어 '재협상' 요구의 핵심을 정리하면 이렇다. "30개월령 이하의 쇠고기 수입과 SRM의 완벽한 제거, 검역주권 등 최소 3가지 조건 명문화" 등이다.

이 대통령이 재협상에 대한 국민적 요구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사이, "대통령은 쇠고기 문제에 대해 소위 '30개월 프레임'을 던지는 대국민 속임수로서 쇠고기 정국을 돌파하고자 한다"는 또 다른 '꼼수론'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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