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동자들이 고소득자라고요?”

[택배노동자의 진실 ①] 회사가 지불해야 할 것도 노동자가 지불하는 현실

국토해양부 “화물연대 소속 차주들 비용 포함 월 410만원”
대한통운 택배 노동자 “비용 빼면 한달 150도 힘들어”


화물연대 소속 대한통운 노동자들이 자신들을 고소득자로 이야기하고 있는 국토해양부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6일 국토해양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화물연대 소속 차주들은 정규직 급여(월 250만원)가 영업 계약시 수입(비용 포함 월 410만원)보다 적고, 1년짜리 임시직이라며 제안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현재 대전에서 고 박종태 열사 추모대책위를 꾸리고 투쟁중인 대한통운 노동자들은 “몰라도 너무 모르고 삽질하는 소리”라고 비웃었다. 이들은 “우리가 한 달 평균 400만원을 번다고? 비용 포함 내역을 까고도 내가 200만원을 번다면 말을 안 한다”며 자신들의 수수료 내역서를 펼쳐들고 꼼꼼히 지적했다.

유류비, 지입비, 휴대폰, 차량 유지비 등 다 합치니 140만원. “그나마 적은 편”

대한통운 택배는 지난 1월 김성룡 씨의 한 달 수입을 900만원 이상인 고소득자로 기록했다. 하지만 서류를 꼼꼼히 따져보면 김 씨 손에 들어오는 월 소득은 150만원 안팎. 이마저도 설 연휴가 있는 대목이라 가능했단다.

김 씨는 “이거 총액만 봐서는 내가 돈 엄청 버는걸로 나오는데 여기 내 이름 옆에 괄호치고 노만근 씨 이름 있죠? 내 차에 노만근, 차연호 씨가 같이 일해요”라며 서류를 짚었다. 다른 이들도 역시 마찬가지다. 최형동 씨 역시 500만원 이상을 벌었다고 나왔지만, 김영우 씨와 김종근 씨가 함께 일한 금액을 합쳐 놓은 것이다.

  서류상으로는 모든 수입이 김성룡 씨의 수입으로 표기되어 있지만, 한 차에 3명의 노동자가 일을 한 후 각자 분배하다보면 김 씨의 손에 남는 것은 300만원. 이 중 유류비와 세금, 휴대폰 값, 차량 유지비 등이 지출되면 150만원 안팎이 남는다. [출처: 미디어충청]

  “이거 총액만 봐서는 내가 돈 엄청 버는걸로 나오는데 여기 내 이름 옆에 괄호치고 노만근 씨 이름 있죠? 내 차에 노만근, 차연호 씨가 같이 일해요” [출처: 미디어충청]

함께 있던 노만근 씨는 “한 달 기름 값 50만원, 차가 중고라서 소모품에 들이는 돈이 15만원, PDA 17만원, 지입료 10만원, 휴대폰 12만원, 총 104만원 정도 들었네”라며 “그나마 나는 배달 지역이 작아서 좀 나은거지. 보험료가 140만원이라서 보험료를 내는 달에는 한 달 월급이 통째 들어가”라고 덧붙였다.

“중고 휴대폰에 프로그램 하나 깔고 스캔 장비 부착하더니 70만원에 팔아”
차량에 대한통운 로고 도색도, 작업복도 모두 노동자가


  "2007년 1월에 출시된 휴대폰을 대한통운은 프로그램과 스캔도구를 장착해 무조건 70만원에 사라고 했다." [출처: 미디어충청]
노동자들은 “대한통운이 우리에게 3~4년 전에 나온 휴대폰에 프로그램과 스캔 장비를 장착해 70만원에 팔았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대한통운 로고가 박힌 조끼와 바지, 차량 도색 까지도 온전히 노동자들의 몫이었다. 노동자들은 대한통운의 방침대로 "홍보를 위해 내 돈으로 도색까지 하고, 휴대폰 대리점에서도 잘 팔지 않는 구식 휴대폰(PDA 용)을 70만원에 샀다"며 "비용은 다 우리가 낸다"고 설명했다.

대개 대한통운 택배노동자들은 일을 시작하면서 차량구입과 도색, PDA에 평균 1,500만원 이상을 투자한다. 그나마 “중고차량이라 싼 거지, 새 차면 2,000만원에서 2,500만원정도” 든다.

“대한통운은 옷 한 벌 주지도 않으면서 무조건 회사 로고가 박힌 옷을 입으라고 아침 조회시간마다 귀가 따갑도록 말하고, 그래도 회사 복을 안 사 입으면 들들 볶으면서 사게 만든다. 다른 업체들은 알아서 업체가 지급하지만 대한통운은 무조건 노동자가 내야한다. 이런 경우는 듣도 보도 못한 일”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이들은 “우리보고 대한통운 직원이 아니라면서 왜 회사 로고가 박힌 옷을 사 입게 하고, 명찰을 달도록 하겠냐. 우리가 대한통운 소속이라서 그런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신들의 수수료 장부를 펼쳐 들면서 박스 포장을 하는 테이프, 휴대폰 요금, 옷 값, 각종 패널티 등을 손가락으로 짚으며, “자질구레한 것부터 해서 원래는 회사가 책임져야 하는 오배송, 반품, 유류비 등을 모두 수수료에서 공제하는데, 언론에는 우리가 돈을 많이 버는 걸로 말한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천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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