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는 택배 서비스에 대한 불만. 2007년 (사)대전소비자시민모임이 발표한 ‘택배 서비스 관련 의식조사’에서는 대전지역 시민 1500명 중 77.5%가 택배 서비스에 불만이 있다고 답했다. 불만 이유로는 지연 배송이 33.9%로 가장 많았으며, 책임전가 등 분쟁 발생(28.2%), 물품 파손 및 분실(23.3%), 택배직원 불친절(14.6%)이 꼽혔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대한통운 택배노동자들은 “한정된 인원과 적은 단가사이에서 물량이 늘어날수록 서비스 질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운전면허증과 차량을 소유하고 있으면, 노력에 따라 보수를 받을 수 있다고 들어서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은 택배 일을 시작한 게 후회스럽기까지 하다”며 소비자들이 지적한 문제들에 대해서 하나하나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물량은 많은데 인원은 적고, 게다가 간선차량이 늦으면 배송 전체가 늦어진다
택배노동자들은 “간선차량이 제 시간에 오지 않으면 전체 배송이 늦어진다”는 점을 지적했다. 물량과 물량을 터미널로 모아오는 차량이 아침 9시까지는 각 지역 사업소로 들어와야 하지만, 실제 들어오는 시간은 일정치 않다고 밝혔다. 이들은 “오전 10시나 늦으면 11시경에 들어오는데, 그렇게 되면 우리가 아침 8시부터 사업소에서 기다리고 있다 해도 물품을 배송 못한다. 기다리고 있는 우리 역시 죽을 맛”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대한통운 대전터미널에서 지역별로 분류된 물품이 사업소에서 다시 구역별로 나눈 후, 분류된 물품을 배달사원이 일일이 스캔 작업을 해야만 고객에게 배달된다”며 “대략 한 시간에서 두 시간정도 일을 한 후 고객에게 전화를 걸거나 문자를 남기는데, 간선차량이 늦게 도착할수록 배달시간도 늦어진다”고 말했다.
“전화연락 하지만 소비자가 없을 땐 난감, 소비자에겐 욕먹고 회사에선 수수료 감면”
“얼마 전에 택배를 받은 적이 있다. 택배비도 내가 다 냈는데, 내가 없다고 다른 곳에 맡겨놨다. 그리고 택배 내용에 보면 핸드폰 번호랑 다 써 있으니 문자하나만보내주면 되는 것인데, 왜 그것도 그렇게 못하는지 모르겠다.”
물건을 주문할 때 꼭 쓰게 되는 요구사항중 하나가 바로 ‘사전 연락 바람.’ “물론 택배를 배달하면서 전화 연락이나 문자를 꼭 하려고 한다. 물량이 많은 날은 그런 것조차 생각 못하고 가긴 했다”고 토로하는 노동자들. 이들은 “물량이 많은 날은 바빠서 못하기도 하지만 휴대폰 요금을 감당하기 힘든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2월 김성룡 씨의 PDA 사용료는 17,705원. 그러나 휴대폰 통화료를 포함한 그의 요금은 15만원을 훌쩍 넘었다. 김 씨는 “대한통운이 고객서비스를 위해 PDA 지급했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중고 휴대폰에 프로그램 깔고 스캔장비 부착해서 우리에게 70만원에 팔은 것”이라며 “처음엔 사용료를 대한통운이 내주는 줄 알았는데 기본 사용료는 수수료에서 감면하고, 통화 사용료는 우리가 개인적으로 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대영 씨는 “고객이 없어서 슈퍼에 맡긴다고 전화했는데 나중에 입에 담지도 못할 욕을 들은 경험은 여기 모두가 있을 것”이라며 “심지어 택배기사들이 가면 쌀 좀 베란다로 옮겨놔라, 가구는 어느방 어느 위치에 놓고 가라고 하는데 우리가 머슴이냐”고 물었다.
김 씨는 “이미 PDA에 배송 시간이 찍혀 있어서 한 곳에 오래 머물면 다른 고객들이 클레임을 건다. 시간에 늦었다고 온갖 욕 다 듣고, 대한통운은 패널티로 한 건당 920원인 수수료에서 800원을 까는데 죽어나는 건 우리”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택배노동자들은 “차량과 명함, 입고 있는 조끼와 차량에도 대한통운의 이름과 로고를 사용하고 있지만, 이것마저도 모두 우리 돈으로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택배사업은 날로 번창, 택배 노동자들은 날로 쪽박
특히 낮은 단가가 문제가 되었다. 평균 주6일 하루 13시간 이상 매일 아침 6시30분이면 출근해서 밤 10까지 기본적으로 일을 한다는 노동자들. 배송과 픽업, 물품 분류 등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지만 추가적인 수당은 없다. 더구나 이들은 사업자에게 소속된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는 특수노동자라서 유류비나 보험료, 통신비 등 일체의 비용뿐만 아니라, 업무수행 중 발생한 사고 역시 개인이 부담하고 있다. 택배노동자들은 “병원비는 안 준다 쳐도 아파서 일을 못하는데 배달을 못한 만큼 수수료를 삭감하는 건 너무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더구나 “업계는 성장하고 있지만 수수료는 뒷걸음질”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 택배시장을 정확하게 조사하고 분석한 데이터가 없지만, 업계에서는 2007년 국내 택배시장 규모를 약 1조8,9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예상했다. 또 최근 5년 간 연평균 성장수치인 10∼15%를 적용 2008년에는 2조 원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렇게 업계가 성장하는 사이 배송수수료는 오히려 뒷걸음질을 쳤다는 것. 특히 “무료배송과 물품 무게에 상관없이 무조건 2,500원을 부르짖는 업계 간의 단가 싸움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결국, 택배 서비스 질이 좋아지려면 택배노동자에 대한 대우가 나아져야“
택배노동자들은 “5~6년 전에 하루 100번 물건을 배달해서 150만원을 벌었다면, 지금은 그 두배로 일해야 150만원을 손에 쥔다는 얘기”라며 “수수료는 자꾸 낮아지는데 어느 누가 여기 일을 하겠냐? 설사 일을 한 대도 이렇게 힘든 일인 줄 알았으면 안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임금도 낮고 대우도 낮은데 서비스가 좋기를 바란다는 건 놀부 심보 아니냐”며 “대우가 나아지지 않는 한 해결 방법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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