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일도 힘들지만

[이수호의 잠행詩간](13)

꽃이 지듯 훌훌 그렇게
벗어버리지 못하고
꽃잎
눈처럼 날리던 그곳에서
울고 또 울었네
그 밤
하얀 꽃그늘 깊게 흔들리고
달빛에 지는 꽃잎
눈물도 하얗게, 하얗게 떨어지고 있었네
정말 힘들어요
얼마나 더 버틸지 모르겠어요
남는 일도 힘들지만
떠나는 일은 더 힘들다는 너
아, 떨어져 날리는 꽃잎 받아 안고
몸부림치며 뒹구는 계곡
돌단풍꽃 하얗게 피어
바위마다 시퍼렇게 멍이 들고
꽃이 지듯 훌훌 그렇게
벗어버리지 못하고
꽃잎
눈처럼 날리던 그곳에서
울고 또 울었네

*쌍용자동차 농성공장에 비조합원이 투입되고 있다. 노동자들끼리 멱살을 잡고 싸운다. 너무 비열하고 비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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