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사건 발생 열흘이 지났지만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기는 커녕 의문점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사고 발생 전후 군의 대처 과정을 보면 초병 상황기록도 엉망이고 군 통신망도 허술하고, 합참의장과 비상연락망이 두절되는 등 규정을 무시하고 기강이 흐트러진 정황이 한둘이 아니다. 사고 발생 시각의 조작 가능성, 함미 발견이 늦어진 이유, 천안함이 평소 다니지 않았던 수심이 낮은 해역에 있었던 이유, 부실한 군 당국의 초기 대응, 속초함 발포 이유, 생존자 접촉 봉쇄, 북한개입설, 교신일지 공개 등 어떠한 의혹도 명쾌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
일반 국민들은 대충 사건의 윤곽을 짐작하고 있는데, 청와대는 원론만 내세우고 있고 군은 신중론을 되풀이하고 있다. 정말 신중한 측면도 있지만 무능하기도 하고 말 못할 이유가 있는 것도 확실해 보인다. 군 당국이 밝힌 것 중 변하지 않은 것은 ‘생존자 58명, 실종자 46명’ 뿐이다. 그 외에는 입만 열면 거짓말과 말을 뒤집기 일쑤다. 지금도 수시로 말을 바꾸면서 우왕좌왕하는 것은 사건의 방향을 어떻게 끌고 갈 지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만큼 머릿속이 복잡한 모양이다.
결국 천안함 침몰 사건은 영구미제사건으로 남게 됐다. 앞으로 시간이 어느 정도 소요될지 모르지만 침몰 원인이 밝혀진다고 해도 더 이상 현 정권의 진실성에 신뢰를 보낼 수 없기 때문에 사건의 진실과 관계없이 의혹만 남은 사건이 된 것이다.
분명한 것은 실종자들을 반드시 구조하겠다는 의지 박약의 생명 경시 풍조는 확실해 보인다. 오히려 실종자들의 수색작업을 쌍끌이 저인망 어선에게 요청했지만 이들 중 ‘금양98호’가 캄보디아 화물선과 충돌하여 침몰, 9명 전원이 사망 또는 실종하는 비극적인 상황을 연출하였다.
심각한 문제는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사건의 진실이 북을 향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당초 함내 군기사고 은폐설, 아군 오폭설, 북한 기습설 등 온갖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지만, 이제는 어뢰 및 기뢰 폭발설에 초점을 맞춰 북한 개입설에 대한 의지를 점점 높여 가고 있다.
냉전과 열전사이
청와대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줄곧 신중함과 냉정함을 유지했다. 지나칠 정도로. 오히려 이명박은 “북한이 개입했다고 할 수 없다”고 하면서 “있는 그대로 보고하고 발표해야 한다”고 군에 지시했다. 북한 연루설에 대해서 분명한 선을 그은 것이다.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언급은 한반도를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미국도 북한의 개입에 따른 것으로 추정할 근거는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가장 많은 양질의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청와대와 미 행정부가 동일한 입장을 표명했다는 것은 북한과 무관하거나 최소한 개입의 여지가 매우 낮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이러한 흐름들이 서서히 바뀌고 있다. 애초 신중론을 펴던 정부 당국은 사고원인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한 상태에서 외부 요인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가고 있고 이에 맞춰 보수언론도 북한 연계설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처음의 다양한 가능성에서 북한 개입설로 좁혀 오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다급해졌다는 얘기다.
청와대가 신중하게 대응한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첫째, 조중동 등 보수언론에 의해 초기부터 진행된 북풍한설 바람이 세차게 몰아치면서 벌써 일부 대중들은 북한의 개입론을 굳게 믿고 있는 눈치다. 청와대의 입장에서는 손 안대고 코 푼 격으로 이미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이다. 둘째, 사건의 정황을 아무리 놓고 봐도 북에 의한 흔적을 찾기에는 부담이 크기 때문에 굳이 그쪽으로 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특히 현재의 남북관계를 고려한다면 위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일부 언론보도에 의하면 군이 대통령을 기망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군의 속성상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비해 이명박 정권과의 코드를 고려하면 기망했을 가능성보다는 묵인 내지 ‘짜고 치는 고스톱’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청와대의 신중론에 대해 보수세력들은 북한의 공격을 기정사실화하면서 무력 대응 주장으로 이명박 정권을 압박하고 나섰다. 과거 북한의 도발을 명분으로 남한의 민주주의를 갉아먹은 ‘협박의 정치’에 다시 한번 시동을 건 것이다. 그러자 청와대와 정부의 대응 흐름이 바뀌었다. ‘카더라’ 통신에 의해 한반도 운명이 갈림길에 놓이게 되었다.
냉전의 찌꺼기를 먹고사는 보수세력에게 북한은 가장 좋은 먹잇감이다. 대중들의 안보 불감증을 해소하면서 반공정신으로 총무장시키고 백전불굴의 투지로 똘똘 뭉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사실과 관계없이 북한을 때리는 그 순간 말초신경에서 밀려오는 쾌감과 흥분을 느낄 것이다. 어떠한 구체적인 정황이나 근거가 없어도 ‘아님 말고 식’의 한탕주의는 북한뿐만 아니라 남한의 진보세력에게도 맹목적 적대감을 만든다. 정말 천박하다.
정부가 북한 책임론을 전면에 내세워 정치적 위기를 탈출하려 한다는 의혹도 적지 않다. 만약 그들이 의도한 대로 성공한다면 ‘대형 악재’의 비판 여론을 북한 쪽으로 돌리고 국력을 모아야 한다는 논리가 과연 설득력을 가질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현재의 위기에서 더 커다란 위기로 확대 재생산되어 정권이 단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나라가 민중을 위한 나라가 아니라고 해도 역사의 도도한 흐름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첨언. 한주호 준위 빈소에 한나라당의 공성진, 나경원의원의 기념촬영에 대해서 여론이 비판적이다. 이에 대해 공성진은 “빈소 기념촬영은 역사 기록”이라는 궤변을 늘었다. 진정 당신의 말이 진심이라면, 우리는 당신의 기념촬영 행태를 역사의 기록으로 남겨 놓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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