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더블 딥”은 어디에서 오는가?

출구없는 위기로 빠져드는 자본주의 세계경제

미국경제가 계속해서 흔들리고 있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로부터 출발한 세계자본주의의 위기가 유럽의 재정위기로 확산되더니 다시 미국으로 위기가 넘쳐나고 있는 양상이다. 이제 미국발 더블딥은 기정사실이 되고 있다.

미국상무부가 지난달 30일에 공포한 수치에 따르면 올 2분기 미국의 경제는 연간이윤률에 따라 계산할 때 2.4%로 연속 2분기 동안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미국의 경제평균성장률은 겨우 3%에 불과해 역대 경기회복주기에서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대규모 재정 및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경제는 여전히 밑바닥을 치고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일까? 아니, 미국 경제는 회복될 수 있는가?

막대한 재정적자

대규모 경기부양 정책은 경기회복을 추동하는 한편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악역도 뒤따르게 마련이다.

미국 연방정부의 2010회계연도 재정적자가 1조342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의회예산국(CBO)이 19일 전망했다. CBO는 또 올해 10월부터 시작되는 2011회계연도의 재정적자는 1조660억 달러로 내다봤다. 재정적자 규모가 미국 국내총생산(GDP)에 10%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이다.

거액의 재정적자는 재정의 장기지속가능성을 위협할 수도 있는데 이는 경기회복에서 봉착한 핵심적 위험이 되고 있다. 정부부문의 거액의 융자욕구는 이윤률을 인상시킬 있고 개인욕구에 퇴출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동시에 정부의 거액의 부채압력은 잠재한 채무불이행 위험도 동반하고 있다.

거액의 재정적자는 또 달러를 평가절하하는 압력을 행사하게 된다. 만약 달러가 평가절하될 경우 단기적으로는 수출에는 유리할 수 있지만 미국의 관련자산의 흡인력에는 막대한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

무력한 정책

문제는 미국 정부가 막대한 경기부양정책을 써도 경기가 호전될 전망을 보이지 않으면서 정책자체의 무력감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미국정계와 경제분야에서 논쟁의 초점은 정부가 새로운 경기부양책을 실시해야 하는가 아닌가 하는 점이다. FRB도 연일 추가 부양책을 시사하고는 있지만 립 서비스만 계속되고 있고 정작 재정부담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IMF도 미국의 경기회복에 희망을 걸면서 여전한 정책적 지지에 의존하고 있다. 경기 하락 전망이 뚜렷한 상황에서 장기적인 재정 부담 및 금융분야가 막대한 도전에 봉착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정책당국에 요구되는 것은 (크루그만 표현대로) “과감하고 결단성 있는 행동”으로 정책적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국가채무의 무거운 압력 하에 오바마 행정부의 그 어떤 지출도 모두 국회에서 엄청난 저항에 직면하고 있다.

그래서 결국 오바마 행정부가 취하고 있는 태도는 추가부양에 대한 ‘의지 표명’과 각국과 협상 중인 FTA에 대한 공격적인 재협상으로 미국내의 고용률을 재고시켜 나가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높은 실업률

미국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실업률이다. 즉, “고용없는 회복”은 미국 경기회복 과정에서 뚜렷한 특징으로 되고 있다. 지난 8월 10일에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은 미국 경제에 대한 생산과 고용 회복 속도가 “지난 몇 달 동안에 감속했다(has slowed)”며 한층 신중한 견해를 나타냈다.

지난달 미국 실업률은 9.5%에 달했다. 10대 청소년 실업률은 올여름 26%로 60년만에 최악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부문 고용자수도 소폭증가에 그쳤다. 노동부 고용통계에서는 실업률이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으로 나타나 있고, 소비성향조사에서 미 국민이 당분간 개인소비를 확대한다는 기대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실업률이 높아지고 있는 것만이 아니라 실업자들의 절반 가까이가 실직한 기간이 반년을 넘어가고 있다. 추가 고용이 없다는 얘기다. 장기적인 실업은 실업자들 자신은 물론 가정도 어렵게 만들고 이들 작업 기능에도 손해를 입힌다. 아울러 이들의 취업전망에 대해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구조적 실업이라는 난제에 직면하고 있다.

침체된 부동산시장

미국 정부에서 경제회복을 위해 대규모 부양책에 힘입어 최근 금융과 자동차업종 등에서는 어느 정도 호전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금융위기의 진원지가 된 부동산시장은 아무리 몸부림쳐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의 금융위기는 미국의 부동산시장 거품현상에서 비롯되었다. 이 분야는 지금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는 직접적으로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한다. 즉, 소비수요를 감소시키고 있다.

비록 미국경제가 회복 국면에 들어선다하더라도 부동산시장의 악화로 말미암은 “더블 딥” 위험은 상존해 있다.

불확정성

무엇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일종의 “심리학”처럼 작동한다. 많은 사람들이 물가가 오를 것이라 생각하면 물가가 오르고, 위기가 올 것이라 믿으면 위기가 온다. 불황에서 벗어나려면 사람들의 “심리”를 잡아야 하지만 현 상화에서 경기전망에 대한 기대감을 충족시켜 줄 만한 것이 거의 아무것도 없다.

위에서 본대로 거액의 재정적자와 정책에 대한 무력감, 높은 실업률, 부동산시장의 침체로 인해 경기회복에 대한 전망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에 대한 신뢰가 아닌 시장실패에 대한 예상이 더 높게 나오고 있다. 경기전망이 불확정적인 상황에서 소비와 투자가 어렵게 이루어진다. 기업들은 쉽사리 인원확충과 생산확대를 하려하지 않는다.

미국경제는 지금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의 말대로 “상당히 이상할 정도의 불확정성”에 봉착해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미국의 경기회복은 무척 느리고 전망 역시 밝지 못하다면서 경제성장이 하락할 위험이 늘고 있다고 인정했다.

처방을 찾지 못하는 “더블 딥” 공포

미국 경제의 “더블 딥” 위기로 증시가 매일 출렁이고 있다. 이 같은 위기가 더욱 심각해 보이는 것은 경기 악화를 촉발할만한 ‘사건’이 없어도 미국 경제는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는데 있다.

2008년 금융위기가 촉발된 것은 서브프라임 부실 문제와 직접적으로는 리만 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인한 투자은행의 줄도산 위기로부터 시작되었다. 연이어 발생한 아일랜드와 두바이의 경제위기도 지나친 국가 금융화에 따라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해석될 수 있었다. 또, 올해 초 그리스와 포르투갈 등 남부유럽을 시작으로 세계를 강타한 소버린 리스크는 문자 그대로 “국가채무”에 있다.

하지만 최근 발생하고 있는 미국발 리스크는 뚜렷한 이유가 없다. 정확히 말하면 미국 경기가 회복전망이 없다는 것이 위기의 핵심적인 이유가 되고 있다. 작은 변화에도 ‘더블 딥’의 공포가 순식간에 전 세계로 확산된다.

문제가 되는 것이 부동산, 재정, 금융 같은 부분적인 이유가 아니라 전체적이고 구조적이라는 얘기다. 사람으로 따지자면, 어디 한 두 군데가 아파서 힘들고 병이 든게 아니라 몸 전체로 체력이 회복되지 못할 만큼 약화되어 시름시름 앓고 있는 것이다. 체력을 회복하는 것외에 달리 처방이 나올 수도 없지만 여전히 몸조차 가눌 수 없는 상황이다.

자본주의 세계경제와 미국 경제의 체력은 이처럼 소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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