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서울정상회의, ‘환율 전쟁’ 비상

환율문제가 껄끄러운 의장국, 한국

환율 전쟁, 국제적으로 확산

환율 문제로 각국의 대결이 확대되는 가운데, G20서울회의 의제로 환율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는 주장도 확산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수퍼엔고로 지난 15일 2조엔을 쏟아 부은데 이어 지속적인 환율 개입의사를 밝히고 있고, 미국은 중국의 위안화 절상을 요구하며 환율 갈등이 무역보복으로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브라질까지 가세해 환율 방어를 공개적으로 천명하고 나섰다.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은 27일 각국이 수출의 급등을 노리고 자국 통화를 인상하려고 한다며 “환율 전쟁”이 시작되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브라질도 달러 매수 등을 통한 추가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적극적인 환율방어를 시사했다.

또한, 일본을 비롯해 한국, 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이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있고, 싱가포르와 콜롬비아도 자국 화폐절상을 용인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등 아시아와 중남미 국가를 중심으로 환율 개입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현재 “환율 전쟁”이 시작되었는지 여부는 시각에 따라 차이가 난다. 그럼에도 환율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는데 이견이 없다. 특히 환율 분쟁이 무역 분쟁으로 비화되는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IMF 전 총재였던 자크 드 라로지에르는 28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통화 정책은 수출 증가를 유도하기 위해 수출 상대국의 경제에 타격을 주는 ‘근린궁핍화정책’으로 이어질 것이며 매우 위험하다”고 밝혔다.

IMF, 미국, 브라질 “G20 서울회의서 환율 문제 다뤄야”

위안화 절상에 목을 메고 있는 미국은 지난 주 열린 미 하원 청문회에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이 중국 위안화 환율 문제 등을 G20 서울회의에서 다루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2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스트로스칸 IMF 총재는 “환율 전쟁이 전 세계 경기 하강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 며 “다음달 8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IMF·세계은행 연차총회와 G20 서울정상회의에서 환율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28일(현지시간) 메이렐레스 브라질 중앙은행 총재는 11월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환율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메이렐레스 총재는 “각 나라들이 환율 문제에 대한 자체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겠지만 G20과 같은 협의체 수준에서도 논의가 필요하다”며 “G20 회의서 다뤄야할 중요한 의제”라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의 딜레마, 안할 수없고 하자니 판깨지고...

하지만 의장국인 한국정부는 환율문제만은 끝까지 피해가자는 분위기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3일 파리에서 로이터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환율 문제에 관한 일반적인 해결방법이나 환율이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논의할 수 있겠지만 특정 국가의 환율에 관해 논의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 장관의 이 발언은 특히 미국과 중국 간의 환율 분쟁이 G20 회의에서 다뤄질 경우 파행으로 갈 수 있다는 우려로 보인다. 미.중간에 수년간 다퉈왔던 문제고 두 나라 정상간에도 환율 문제를 양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 상황에서 각국간 환율문제가 거론된다면 경제위기 공조를 목표로 한 G20의 의미조차 찾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사공일 서울 G20정상회의 준비위원장은 28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G20 국제 심포지엄’에서 “G20 정상회의 참가국들의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11월 서울 정상회의가 열릴 때쯤이면 환율 문제와 관련해 상당한 타협점을 찾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사공일 위원장은 그러나 어떤 방식으로 타협점을 찾을 것인지는 밝히지 않고, G20을 준비하는 사전 논의 과정에서 그렇게 되지 않겠냐는 기대섞인 희망을 내비친 것이라 특별한 의미는 없다. 그러나 의장국인 한국 정부가 환율 문제를 대하는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발언이었다. 의장국인 한국 정부로서는 이 문제가 사전에 원만히 매듭지어지기만을 바랄 뿐이다.

출구전략 안 보이는 “환율 전쟁”

하지만 2008년 위기 이후 지금까지 계속 갈등을 빚어 온 위안화 절상 문제가 몇 달만에 갑자기 해결될 리도 없고, 환율 방어를 선언하고 나선 국가들이 더 늘고 있는 상황이라 G20 서울회의 전에 타협점을 찾을 것이라는 기대는 지나치다.

보다 더 큰 문제는 시간이 지난다고 해결될 것 같지 않고, 앞으로도 구체적인 해결방안이 보이지 않는다는데 있다.

미국은 정부가 개입하지 말고 시장이 움직이는대로 그대로 놔두라는 입장이다. 스트로스칸 IMF 총재도 환율문제는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칸 총재는 앞선 간담회에서 “일반적으로 정부의 환율 개입은 지속적인 효과가 없다는 것을 역사가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칸 총재는 “문제의 핵심은 이것(정부의 환율개입)이 국제적인 상황에 어떤 해결책을 제공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대답은 ‘NO’이며, 이것은 분명히 국제적인 해결책은 아니다”고 밝혔다.

기축통화인 달러를 발행하는 미국으로서는 외환시장에 그대로 내맡겨도 기축통화의 지위만 잃지 않으면 큰 상관은 없다. 그러나 다른 나라는 사정이 다르다. 10여년전 외환위기를 겪은 우리나라만하더라도 당장 환율이 뛰기 시작하면 국민들의 불안감이 확산된다. 때문에 대부분의 나라에서 외환관리와 그에 따른 환율 문제는 매우 중요하게 사고되고 특히 수출비중이 높은 나라들일수록 더 민감하게 대응한다.

더군다나 경제위기 시에 환율 문제에 정부가 개입하지 말라고 하면 이 약속을 지킬 수 있는 상황이 못된다. 그리고 외환시장의 특성상 정부가 개입을 시작하면 효과를 볼 때까지 가야한다.

그렇다고 ‘고정환율제’와 같은 방식이 제안될 가능성도 없어, ‘환율 개입의 룰’을 정하는 문제가 말처럼 쉽지 않다.

어차피 G20은 미국을 중심으로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임의로 짜여진 틀이다. 처음 시작할 때는 모두 한마음으로 금리를 낮췄다. 서로 돈도 꿔주고 보증도 서줬지만, 속시원히 경제위기가 해결된 것이 아니라 더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1월 G20 서울 정상회의에 임하는 각국 정부는 ‘화장실을 나올 때의 심정’일 것이다.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이제부터는 기싸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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