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전쟁, ‘토빈세’도 무력화되나

브라질, 금융거래세 두배 인상하고 핫머니에 중과세

여전히 논란 중인 ‘토빈세(Tobin Tax)’

경제위기가 확산되자 세계각국에서 토빈세(금융거래세) 도입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토빈세는 투기적인 금융거래를 막기 위해 외환거래에 세금을 매기는 것을 말한다.

특히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토빈세 도입에 대한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1일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60개국 각료회의에서 10월 21일 ‘유엔 새천년개발목표 정상회의’에서 외환거래세 도입을 정식 제안하기로 합의했다. 이 합의에는 프랑스, 일본, 영국 등이 참여했다.

또한 이 문제는 11월 G20 서울정상회의에서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6월 토론토 G20 정상회의에서도 새 자본 규제방안이 논의됐지만 미국과 유럽이 이견을 보여 11월 서울 G20 정상회의로 논의를 넘긴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일본의 외환시장 개입으로 촉발된 환율전쟁에서 토빈세마저 무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보다 강력한 형태의 자본 통제가 검토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브라질, 금융거래세(토빈세) 세율 두 배 인상

브라질 정부는 지난해 10월 외국인 주식거래에도 세금을 부여하는 금융거래세를 도입했다. 사실상 토빈세를 도입한 것이다. 당시 브라질 정부는 헤알화 가치가 지나치게 평가절상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 금융거래세를 확대하기로 하고 고정수익상품과 주식을 포함시켰다.

그런데, 미국이 저금리를 바탕으로 달러 약세를 지속시켜 나가자 미국 외에 다른 국가 통화 특히, 일본 엔화와 브라질 헤알화의 가치가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나갔다. G20 국가 중 브라질이 유일하게 금융거래세가 있지만 올해 들어 신흥국 중 통화가치가 가장 가파르게 상승했다. 헤알화는 올해 2.93%가 상승했다.

그러자 브라질 정부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최근들어 환율시장에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히고 나섰다.

지난달 27일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은 각국이 수출의 급등을 노리고 자국 통화를 인상하려고 한다며 “환율 전쟁”이 시작되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브라질도 달러 매수 등을 통한 추가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적극적인 환율방어를 시사했다.

그럼에도 헤알화 가치는 떨어지지 않았고 투기성 핫머니 유입이 우려되는 상황까지 오게 되었다. 결국 브라질 정부는 4일(현지시간) 환율 방어를 위해 외환 유입에 대한 금융거래세(IOF) 세율을 두 배 인상하기로 했다.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 달러화의 지나친 유입을 막기 위해 5일부터 투기성 단기자본 유입에 대해 부과하는 금융거래세(IOF) 세율을 현재의 2%에서 4%로 올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만테가 장관은 이번 조치가 헤알화 가치의 과도한 절상을 막고 브라질 수출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달러화 대비 헤알화 환율은 0.65% 오른 달러당 1.692헤알에 마감됐다.

토빈세, 금융통제에 근본적인 한계 보여

그나마 금융거래세라도 있어서 브라질은 행복하다고 볼 수도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국제적인 비난을 무릅쓰고 외환시장에 정부가 개입했지만 슈퍼엔고는 멈추지 않고 있다. 같은 날 일본은 결국 기준금리를 제로금리로 복귀하고, 35조엔(470조원)에 달하는 채권 매입 기금 등 추가 금융완화 조치를 발표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미국이 달러 공급을 확대한다는 방침이 발표되면 어찌될지 모르는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러나 문제는 브라질의 금융거래세 인상조치도 실효성이 의심된다는 점이다. 2009년 브라질의 토빈세 도입에도 불구하고 지난 1년동안 헤알화 가치는 끊임없이 상승했고 투기자본 유입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세율을 인상한다고 하더라도 미국이 저금리와 달러 약세를 지속시키고 통화의 양적팽창 조치를 계속 이어갈 경우 이것도 무력화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세율인상->달러화 팽창->헤알화 가치상승->투기자본 유입->세율인상이라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외환은 많이 들어와도 걱정이고 안 들어와도 걱정이다. 외환 유출입을 전면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면 적정 세율을 놓고 끊임없이 줄다리기를 해야 한다.

국제적인 상황을 놓고 보면 더 암담하다. 토빈세가 언제 도입될지도 불투명하고 개별적으로 각국별로 도입된다면 그 효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합의 가능한 토빈세의 범위를 가늠하기란 사막에서 바늘찾기만큼 어렵다. 브라질에서 세율은 4%에 달하지만 그나마 최근 국제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세율은 0.5%에 불과하다.

이처럼 토빈세는 도입하기도 어렵지만 특히 개별 국가차원에서 금융거래세 도입은 근본적으로 환 투기나 외환 불균형 문제를 치유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 토빈세로는 외환의 ‘거래량’을 축소시킬 수는 있으나, ‘화폐량’을 축소시키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미국이 아닌 한 변동환율제 아래에서 달러의 양을 조절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본주의 세계경제 위기가 초래한 상황은 토빈세보다도 더 강력한 금융통제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누가 할 수 있을 것인가? 더구나 환율전쟁이 무역전쟁으로 발전하며 세계 각국이 공황탈출에 일전을 불사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는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태그

브라질 , 토빈세 , 환율전쟁 , 금융거래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홍석만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