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개선은 MB 정부의 대북정책 변화가 관건

[진보논평] 북한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권의 진정성도 확인돼야

남북관계가 기로에 놓여있다. 현 정부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단절될 것만 같았던 남북대화가 내일 8일 군사실무회담을 개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물론 군사회담이 남북 관계 개선의 단초를 마련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그리 낙관적이지 못하다. 그것은 이번 대화가 남북의 주체적인 의지의 발로가 아니라 미국과 중국 등 주변 강대국들의 촉구와 압박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미국은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 카드로 인해서 더 이상 북핵 문제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한반도가 전쟁직전까지 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이는 중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한국 측의 의사를 무시하고 북한과 대화를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북핵 문제 해결의 시급성과 한반도 긴장 완화의 필요성 때문에 이명박 정권에게 남북대화를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역시 동일한 맥락에서 북측에게 남북대화를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이명박 정권은 북한의 ‘천안함·연평도 사건 사과’를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대화를 늦추려는 모습이다. 여전히 이명박 정부는 북한의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한 사과가 전제되지 않는 한 남북관계 진전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난 연말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업무보고 후 브리핑에서 “남북이 대화가 필요하지만, 핵심적인 현안을 제대로 다룰 수 있는 건설적인 대화가 돼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라도 북한의 책임성, 진정성이 보일 때 남북대화에 나설 수 있지 않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일 신년 방송좌담회에서 북한의 진정성을 더 지켜보겠다면서 필요하면 정상회담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진정성을 더 지켜보겠다”는 데 방점이 찍힌 것으로, 북한의 변화를 남북대화의 전제로 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처럼 남북이 일단 대화 재개의 물꼬를 튼 데는 미·중의 압박과 북한의 적극성, 이에 대한 정부의 수용이 연쇄적 배경으로 작용했다. 먼저 한반도 정세의 평화적 관리라는 미·중의 이해가 일치하면서 남북대화의 필요성을 양국이 추동한 게 바탕이 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당초 미·중 정상회담 의제에 포함되는 것도 반대했던 중국이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에 대한 우려까지 표명한 것은 북한을 움직이는 동력이 됐다는 풀이도 나온다.

역시 중요한 것은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대화가 가능하다는 메시지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권은 미·중 간 전략적 타협으로 조만간 6자회담이 재개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알기 때문에 한국이 발목을 잡지 않았다는 명분을 축적하고 있다. 북한과 대화를 시작해야 하는 미국의 대화 요구에 소극적으로 절충한 것이 남북 군사예비회담인 것이다.

그래서 북한의 의회 회담에 대해서는 진정성을 이유로 제의를 일축했던 것이다. 이명박 정권이 북한의 진정성을 운운하고 있지만 과연 이명박 정권이 강조하는 진정성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가 없다. 북한이 붕괴될 것이라는 잘못된 판단 속에서 대북 강경책으로 인한 군사적 긴장과 북한 핵능력 향상 등의 역효과가 그들이 말하는 진정성인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 악화되고 3남인 김정은에게 권력을 승계하면 북한체제가 혼란을 겪게 되고, 나아가 점점 체제의 취약성이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나게 돼서 개방하거나 붕괴될 것이라는 자신감은 어디에서 연유하는가?

이명박 정권의 예측과 판단은 틀렸다. 그들의 죽일 놈의 자신감과 오판이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북한의 핵능력을 향상시키는 역효과를 가져온 것이다. 어디에서도 북한이 붕괴에 직면했다는 증거는 찾아볼 수 없다. 김정일은 여전히 건강하며 권력 승계도 아직까지는 순조로운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도, 이명박 정권의 기다리는 전략도 실패했음이 증명된 것이다. 오히려 대북 압박정책은 개선되던 남북관계를 60년 전 냉전 상황으로 되돌려 버렸다. 이대로 가다가는 현상 유지는커녕 제2, 제3의 연평도 사건이나 국지전, 전면전 위험만 불러올 가능성을 품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 마다 정책이 바뀌는 것은 이해하지만 지속가능한 정책과 변경 가능한 정책은 구별이 필요하다. 물론 대북정책도 바뀔 수 있지만 한반도의 미래를 고려한다면 북한의 붕괴를 목표로 하는 대북정책은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는 북한의 변화가 필수적이다. 진정 이명박 정권이 북한의 변화와 한반도의 평화를 원한다면 일방적 관계가 아닌 쌍방향적 관계를 모색해야 한다. 북한이 확실하게 대화국면으로 대남 정책을 전환한 것이 불분명하지만 대화를 할 수밖에 없는 조건임에는 틀림없다. 북의 진정성을 요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진정성을 진심으로 보여야 한다. 그것은 인내심을 갖고 대화와 협력을 통해 꾸준히 만나는 것이다. 무엇보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근본적으로 변화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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