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 지구에 푸른 빛을 찾아주는 방법

[신간안내] 『래디컬 에콜로지』(캐롤린 머천트 저, 허남혁 옮김, 이후, 2011)

21세기는 패러다임의 대전환 시대이다. 근대 자본주의 시대의 노동 패러다임이 위기를 맞이하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게 되었다. 그중 가장 핵심적인 패러다임은 생태와 여성 그리고 지역으로 정리 가능하다. 그런데 세 가지 패러다임 모두 만만치가 않다. 이 중 생태주의가 최근 일본의 후쿠시마에서 발생한 재앙으로 인해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후쿠시마의 재앙은 인류문명과 인간이성의 오만에 대해서 경종을 울린 거대한 사건으로서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다.

대표적인 생태학 입문서

이와 관련하여 출판계에 생태 및 원자력에 관련된 책이 무수히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중 『래디컬 에콜로지』는 지난 2001년에 처음 발간되고 10년 만에 개정판으로 출간되어 시선을 끌고 있다. 저자인 미국의 진보적 에코페미니스트 캐롤린 머천트는 급진 생태론을 사상과 실천에 따라 알기 쉽도록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머천트는 급진 생태론의 문제의식에 입각하여 근본 생태론, 영성 생태론, 사회 생태론이 각각 무엇인지 소개, 분석, 비판한다.

나아가 각각의 생태론에 따라 전 세계의 환경 운동 단체들이 어떻게 전개되고, 어떤 딜레마를 가지고 있으며 바람직한 활동을 위해 필요한 대안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뿐만 아니라 각 장마다 주제와 연결된 읽을거리를 소개하여 관심을 유도하고 국내의 환경 문헌, 환경 운동 단체, 주요 인명들에 대한 정보도 아끼지 않았다. 『래디컬 에콜로지』는 환경문제의 근본적인 해법들을 정리하는 명쾌한 입문서로서 여러 생태론의 사상과 운동을 종합적으로 소개하는 국내에서 대표적인 생태론 입문서라 할 수 있다.

진보적 생태론의 최선봉, 급진 생태론

『래디컬 에콜로지』에서 소개하는 ‘급진 생태론’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만 주목하는 기존 생태론의 한계를 지적하고 인간 사회의 윤리와 규범, 사회질서를 다시 분석하자는 입장이다.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생태계의 변화뿐만 아니라, 환경 파괴의 원인을 제공하는 정치적 경제적 제도에 도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직면하고 있는 환경문제가 상호 의존적인 것처럼 다양하게 펼쳐지는 급진적 생태 운동 속에서 이론과 실천은 서로 연결되며, 정보를 제공하는 불가분의 관계를 맺는다. 생태 위기는 사회와 자연(생산과 생태)의 모순, 사회 내부(생산과 재생산)의 모순에 따른 것이며, 이러한 위기는 생산, 재생산, 의식의 변화를 동반하는 전 지구적인 생태 혁명을 통해서만 극복될 수 있다. 따라서 급진 생태론은 진보적 생태론 가운데서도 최선봉에 위치하고 있다.

과거와 달라진 환경문제

이번 개정판에서는 그동안 달라진 환경문제의 간극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2장에서 추가된 생명공학은 기계론적 세계관이 낳은 가장 최근의 자식으로 여러 환경 논의에서 주요한 쟁점을 이루는 대표적인 문제다. 생명공학은 각 종의 DNA 속에 코드화되어 있는 정보들을 조작하여 자연계에서 새로운 종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화학물질과 유전자변형생물체의 인체 및 생태계 도입이 가져오는 생태적 문제가 점점 더 복잡해지고 불확실한 까닭에, 유기체적 세계관을 인식하고 있는 환경과학자들과 생명공학자들은 새로운 생물체의 자연 방출이 자연계에서 가져올 예기치 못한 결과를 경고하고 있다. 따라서 생명공학이 던지는 윤리적 문제들을 지적하며 이에 대한 대안적 정책 원리인 사전 예방의 원칙을 소개한다.

3장에서는 동반자 윤리와 다문화적 윤리를 추가해 이론과 실천을 연결시켜 주는 고리로서의 환경 윤리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 새로운 윤리는 환경을 악화시키지 않으면서 절실한 필요를 충족시키고 안전을 제공하며 삶의 질을 증진하는 새로운 문화적, 경제적 형태를 찾는 노력 속에서 인간과 환경과의 연관성을 눈에 보이게 만들어 줄 것이다.

7장에서는 주류 환경 운동이 담당하지 못했던 문제와 한계를 지적하며 이를 극복하려는 환경 정의 운동을 이야기한다. 주류 환경 운동은 주로 백인들의 것이었다. 환경 운동에 있어서는 대표적 단체라 할지라도 사소한 채용 문제에서부터 중요한 정책 문제에 이르기까지 인종이나 재산에 따른 차별이 존재한다. 이에 대해 환경 정의는 도시 환경 속에서 유색인종과 저소득층 주민들이 직면하고 있는 사안들에 저항하려는 노력을 보여 준다.

세계화 시대에 생태론이 나아갈 길

이번 개정판에서 특히 집중적으로 추가된 부분은 바로 세계화와 반세계화 운동에 관한 내용이다. 1장의 세계화와 세계화의 근원에서는 오늘날의 환경 위기 현황을 다루었다. 자본주의의 세계화는 민주적으로 확립된 정부의 환경 규제와 노동법마저 회피할 만큼 그 능력을 더욱 증대시키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전 지구적 생태 위기는 악화되고 있다.

9장의 반세계화 운동에서는 우리나라 이경해 열사의 입장을 조명하며 지속 가능한 발전에 대해 고민한다. 환경적 성과가 기업 세계화로 인해 훼손되면서 풀뿌리 환경 운동 또한 세계화되었으며, 이 모두가 다양한 접근을 통해 사회적 부정의와 전 지구적 생태 위기에 대처하는 희망이라 말한다.

지금은 우리스스로도 어색해하는 반세계화 담론이 저항뿐만 아니라 대안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대안세계화라고 명명해도 좋을 것 같다. 여전히 머천트는 21세기에도 계속되는 환경문제에 대해 그 대응을 계속하면서 인류의 새로운 미래를 제시해 주고 있다.

목 차

서론 - 급진 생태론이란 무엇인가?

Ⅰ부 문제들

1장 전 지구적 생태 위기
2장 과학과 세계관
3장 환경 윤리와 정치적 갈등

Ⅱ부 사상

4장 근본 생태론
5장 영성 생태론
6장 사회 생태론

Ⅲ부 운동

7장 녹색 정치
8장 에코페미니즘
9장 반세계화와 지속 가능성

결론 - 급진적 생태 운동

태그

에코페미니스트 , 급진적 생태론 , 진보적 생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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