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지만 익숙한 등록금 투쟁

[진보논평] 왜 등록금 인상에 책임있는 자들과 연대하나?

대학생들의 반값 등록금 투쟁에 호응하여 지난 6월 10일 청계광장에 대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시민들이 2만 명이나 모여 촛불을 들었다. 그리고 6월 17일에는 약 2,000명의 시민과 학생들이 함께했다.

  6.10 집회

그런데 뭔가가 이상하다. 왜 학생들은 “반값 등록금 실현하라”와 “대통령은 사과하라”만 외치는 걸까? 무상보육은 2007년 이명박의 공약이었고, 반값등록금은 2006년 지방선거 때 한나라당의 공약이었다. 당시 여당이던 열린우리당(현 민주당)은 이러한 한나라당의 공약을 현실성없는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했다. 그리고 자신들이 집권했던 시절에 등록금이 두 배나 올랐던 바로 그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이 연단에 올라 다음 선거 때 표를 주라고 한다. 여기에 민주노동당 대표는 자신들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무상교육까지 팽개치고 반값등록금의 실현을 위해 야4당 야합을 호소한다. 참으로 황당하기 그지없다.

오늘 아침 신문에 “4대강에 22조원을 쏟아 부으면서 결식아동, 비정규직, 쪽방 할머니 등에게 ‘예산이 없다’고 뻔뻔스러운 거짓말을 내뱉고 있다”며, “감세 중단, 기초생활보호제도의 사각지대 해소, 야당의 무상급식 무상보육 수용, 공기업과 대기업의 청년의무고용할당제 도입, 대학 개혁을 통한 등록금 인하와 학자금 대출 이자 절반 이하로 삭감하겠다”고 주장한 것은 유감스럽게도 손학규 대표가 아니라 한나라당 당대표 출마자인 친박근혜 계의 유승민 의원의 공약이다.

주장만으로 보면 민주당이나 민주노동당보다 훨씬 낫다. 선거 때만 되면 여야를 막론하고 온갖 복지를 공약하고 어느 당이 집권해도 천국이 올 것 같지만, 민중과 서민의 삶의 고통은 조금도 변하지 않는다. 이것이 지난 10여 년간 허구적 민주주주의 탈을 쓰고 진행된 신자유주의 체제가 증명한 필연이고 교훈이다.

한번 따져보자! 등록금 폭등이 왜 일어났는가? 자본의 천국을 만들기 위해 국가와 자본이 (일자리 등) 노동과 (복지를 포함한) 민중의 삶에 대해 철면피하게 공격하는 신자유주의 정책 때문이 아니었던가? 대학을 안 나오면 아예 아무런 미래의 희망도 없기 때문에 고졸자의 82%가 대학을 가야만 하는 현실, 대학을 나와도 절반이 넘는 청년들이 적당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현실 때문에 너도나도 대학에 가야만 하고, 국가가 책임을 방기하는 동안 사학들이 학생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보고 철면피하게 수탈하기 때문이 아닌가?

이렇게 볼 때 온갖 구조조정과 비정규직과 파견제를 양산한 자본의 일자리에 대한 공격이 문제의 근원이다. 따라서 당연히 ‘비정규직 철폐’나 ‘청년실업의 해결’ 등 일자리 문제가 슬로건으로 들어가야만 한다. 비싼 등록금 때문에 공부하는 시간보다 편의점과 피시방에서 알바하는 시간이 더 많은 이 시대의 대학생들은 예비노동자가 아니라 이미 저임금에 수탈당하는 노동자들이다. 왜 이들의 목소리가 구호화 되지 않는가? 재능학습지 노동자들, 유성기업의 노동자들, 한진중공업의 노동자들... 그들은 대학생들이 피하고 싶은 미래가 아니라 오늘 당장 대학생들과 함께 자본이라는 공동의 적 앞에서 억압당하고 수탈당하는 동지이다. 왜 그들과의 연대가 없는가? 지금 서울대에서 벌어지는 법인화 반대투쟁은 같은 학생들의 투쟁이 아닌가? 왜 등록금 반대 집회에서는 그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가?

왜 같은 학생들끼리의 단결은 없으면서 등록금 문제의 원흉들이 연단에 올라 표를 달라고 호소하는 기가 막힌 상황이 연출되는가? 촛불항쟁 때 행여라도 투쟁이 확산될까봐 문화제를 밤늦게까지 질질 끌고, ‘고시철회 협상무효’의 구호만 지긋지긋하게 강요하면서 의료민영화 반대나 공기업사유화 반대는 외쳐보지도 못하게 했던 바로 그 세력들이 일말의 반성도 없이 집회를 주도하는 것은 또 무슨 까닭인가? 너무나 이상한 현실이고, 적에게 억압당하기 이전에 대중의 투쟁이 관리 당하던 바로 그 익숙한 현실이 또 다시 반복되고 있다. 이것은 희극이 아니라 비극이다.

자본주의하에서의 어떠한 복지나 성과도 대중의 투쟁의 성과였지, 주권자를 유권자로만 바라보는 정상배들과의 야합으로 혹은 제도내 뚜쟁이들의 거래로 이루어진 것은 없다. 진정으로 이 투쟁을 이기고 싶거든 투쟁을 관리하려 말고 대중이 자기들의 고통에 대해서 말하게 해야 한다. 온갖 정상배와 뚜쟁이들과의 야합을 중지하고, 동료학우들과 단결하고 노동과 연대하여, 투쟁을 심화하고 슬로건을 확장하기 위해 애써야 한다.

등록금 폐지, 법인화 반대, 사학의 국공립화, 청년실업의 해소, 비정규직의 철폐, 최저임금 인상, 생활임금 보장, 노동에 대한 공격중지가 바로 우리가 함께 외쳐야 할 슬로건이 아니겠는가? 단결과 연대에 기반한 대중의 직접행동으로 함께 나가야 할 때다.


* 박석삼 님은 진보전략회의 회원이며, “2008 촛불항쟁-배반당한 개미떼들의 꿈”의 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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