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사유화의 댓가..."첫 번째 신자유주의 실험실 최대 위기"

칠레 학생시위 과정과 사회적 문맥

[편집자 주]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위한 세계의 첫번째 실험실"이 최대 위기에 빠졌다. 2일에는 칠레 경찰총장도 옷을 벗었다. 지난 26일 학생시위에 참여한 16세 청소년을 죽게 한 폭력 진압 때문이다. 강력하게 전개되고 있는 학생시위를 무마하고 주류를 지키려는 보수적 피녜라 정부의 손에선 땀이 난다. 그러나 학생시위는 이미 교육분야 뿐만 아니라 사회 곳곳의 모순들을 감아내며 무수한 약자들과 연대의 손을 굳게 잡았다. 집권세력 최대 위기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칠레에서 성장한 독립언론인 로베르토 나바리티(Roberto Navarrete)는 영국의 독립언론 <레드 페퍼> 8/9월호에서 칠레 학생시위는 "칠레의 신자유주의 합의를 뒤흔들고 있다"며 저항의 문맥을 짚었다. 그의 분석을 통해 신자유주의에 의한 칠레 현실의 모순 그리고 이를 전면 거부하며 전사회적인 저항을 만들어낸 학생시위의 과정을 살펴본다.

[출처: http://www.redpepper.org.uk/chile%E2%80%99s-winter-awakening/]


5월 중고등학생들의 시위, ‘펭귄들의 행진’

칠레에서 최근 벌어지고 있는 학생 시위 장면들을 보며 나는 데자뷰를 느꼈다. 칠레 수도 산티아고는 안데스 산맥에 둘러싸여 있다. 겨울에 차가운 대기가 지상에 오염을 일으키면 산티아고는 세계에서 가장 오염된 도시 중의 하나가 된다. 나는 칠레서 학생으로 살때 경찰이 평화로운 학생 시위에 대해 대응하는 강한 최루탄과 물대포가 공해와 뒤섞인 이 질식하게 하는 공기를 기억한다.

이같은 독성의 대기는 이제 폭넓게 사유화된 교육제도에 대한 구조 개혁을 요구하며 최근 거리로 나온 학생 세대를 향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의 이번 억압은 여러 해 동안 서서히 끓어왔고 거리에서 폭발한 이 불만자들을 억압하는 데 충분치 않아 보인다. 사회 운동은 넓게 활성화됐고 현실 정치의 전환이 칠레에서 가능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진다.

고등학생들 7백개 학교 점거

최근 반란은 국가에 의해 지원되는 교육을 위한 중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의 요구에서 출발했다. 5월 이래로 약 7백개의 학교가 고등학생들에 의해 점거됐고 거의 매일 유례 없는 거리 시위가 펼쳐졌다. 8월 중순에는 50만명의 학생들과 그들의 가정이 산티아고의 한 공원에서 시위를 열었다.

학생들은 또한 칠레 사회의 다른 부분과 그들의 투쟁을 연결해왔다. 공원에서의 시위 1주일 후, 학생들은 칠레노동조합연맹에 의해 조직된 전국총파업과 함께 했으며 다시 50만명이 산티아고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그들이 맞서고 있는 교육제도는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제도 중의 하나이다. 학생들의 50% 미만은 재정이 고갈된 가장 낮은 질의 국립 학교에 다닌다. 대학 교육은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비싸며, 가정수입을 고려한다면 세계에서 가장 비싼 곳 중의 하나이다. 고등교육 비용의 약 84%가 학생과 그들의 가정이 지불하며, 나머지 16%만을 국가가 지원한다. 예를 들면, 칠레의 주요 대학인 칠레대학은 학교예산의 단지 14%만을 국가로부터 받는다.

2006년 이러한 제도를 개혁하고자 하는 시도들이 있었다. 수천의 고등학생들이 이른바 ‘펭귄’(교복에 대한 별칭) 혁명으로 알려진 거리시위에 나섰다. 그들이 피노체트 독재 아래 만들어진 교육법에 대한 약간의 개혁 조치들을 얻고자 하는 동안, 보다 근본적인 개혁안들에 대한 그들의 기대는 기만됐다. 이윤을 추구하며 사유화된 교육을 유지하는데 막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중도보수적인 소수의 정치가들이 정부와 의회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신자유주의의 기원들

그러나 이제 칠레의 저항은 교육에 대한 불만족을 넘어섰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최근 경제 모델의 기원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1973년 9월 11일, 민주적으로 선출된 살바도르 아옌데 사회주의 정부는 미국이 지원한 군대를 이끈 피노체트에 의해 전복됐다. 쿠데타라고 규정되는 이 정권 아래, 칠레는 우익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칠레 학생들이자 ‘시카고 보이’라고 불리는 이들에 의해 근본적인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을 위한 세계의 첫번째 실험실이 된다. 이러한 정책들은 보건, 교육, 공공서비스 그리고 (칠레 경제의 대들보인) 구리 광산 등 국가자산에 대한 전체적인 사유화를 추진했다. 이는 부를 몇몇의 손에 집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했고 국가는 대륙에서 가장 덜 불평등한 나라 중 하나에서 가장 불평등한 나라 중 하나로 바뀌었다.

1980년대 중반 대중시위가 전개되고 드디어 피노체트 독재를 끝낸 1988년 국민투표가 개최되기 전까지 17년이 걸렸다. 하지만 칠레 지배계급은 (1980년 승인된) 비민주적인 헌법을 있는 그대로 두며 그들의 부정의한 제도를 정당화하고 공고히 하여 수많은 이들의 삶에 비용을 부과해온 신자유주의 모델의 존속시킨다. 1990년에서 2010년까지 칠레를 지배한 중도좌파연합, 민주주의를 위한 정당 협력체는 이를 지속시켰을 뿐만 아니라 사실은 독재의 자유시장 모델을 심화시켰다. 칠레는 이제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높은 1인당 소득(연간 약 15만 미달러)을 가졌지만 가장 불평등한 곳 중의 하나가 됐다. 칠레 경제학자 마르셀 클로드(Marcel Claude)에 따르면, 군사독재 말(1989), 칠레에서 가장 부유한 5%는 가장 가난한 5% 보다 110배 많은 수입을 가졌다. 이 경향은 민주정권 20년 동안 지속됐고 오늘날 이 불평등은 220배에 달한다.

신자유주의 모델의 지속과 피노체트의 1980년 헌법에 대한 정치적 개혁의 더딘 속도 때문에 널리 확산된 불만족은, 특히 청소년 사이에서, 어떤 정치인이건 정치인은 정치제도를 변화시키는 데 장애물일 뿐이라는 느낌을 낳았다. 이러한 정치에 대한 환멸은 2010년 1월 대선에서 중도좌파연합의 선거 기반이 허물어지고 결국 패배하도록 했고 이에 따라 우익 백만장자 사업가인 세바스티안 피녜라가 당선됐다.

백만장자의 정부

그러나 1년반이 지나도록 피녜라 정부는 신자유주의 개진에 실패해왔다. 그는 원래 재임 기간 발생해온 주된 사건으로부터 상황을 관리하고 정치적 자산을 얻기 위해 그의 이점인 (칠레의 지배계급을 떠바쳐온) 고도로 집중된 민영 미디어를 이용했었다. 일례로 거의 1년전 광산에 갇혔던 33명의 광부 구출에 대한 보도가 그렇다. 주류언론의 나레이션은 정부의 구출 작전을 대통령 피녜라 자신을 위한 개인적인 승리로 재현했다. 당시 사고 후 그의 개인적인 지지도는 63%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학생 시위가 시작된 후 최근인 7월 그에 대한 대중 지지도는 26%까지 떨어졌다. 야당연합은 비참하게도 단지 16%만을 얻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학생들에 대한 지지는 72%에 달했다. 많은 학생들은 자신을 대표하지 않는다고 느끼는 정치적 주류의 신자유주의적인 합의에 맞선 시위의 일환으로 선거 때 투표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시위를 조직하며, 학생들은 그들의 친구와 가정의 지지를 모았고 운동의 기반을 넓히기 위한 수단으로서 인터넷을 이용했다. 처음에 주류 언론은 전적으로 이 시위들을 무시했지만 시위가 성장하고 7월과 8월 포괄적인 협력이 조직되자, 언론은 학생들의 요구를 보도해야만 했다.

지구적 메아리

칠레의 투쟁은 최근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사회적 결과에 대한 불만의 물결을 표현한 스페인, 그리스 그리고 중동에서 나타난 그들과 비슷하다. 최근 영국에서 보았던 폭동과는 다르게, 칠레 학생들의 요구들은 대단히 정치적인 성질을 가진다. 영국에서 보통 시민들은 폭동 중 벌어진 약탈을 강조하며 근본적인 원인을 이해하지 않고 ‘어리석은 범죄’로 치부했다. 칠레에서 이 저항은 사회의 넓은 층에 의해 정당화됐다. 예를 들자면, 학생 시위 중 자신의 차가 파괴된 어떤 이는 그의 딸도 정당한 이유에서 함께 하고 있는 대학생이기 때문에 그는 시위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학생시위는 다양했고, 창의적이고 놀랍게도 이데올로기적이었다. 이는 그들의 부모세대가 가지는 피노체트 정권에 의해 주입된 공포로부터도 그리고 민주정부 동안 추진된 타협에 대한 무력감으로부터도 자유로운 세대에 속하는 대표들의 명쾌함 그리고 카리스마에도 적지 않은 이유가 있다. 23세인 칠레대학 학생동맹의 대표 카밀라 바예호(Camila Vallejo)는 “우리는 현재 제도를 개선하고자 하지 않는다. 우리는 근본적인 변화를 원한다. 소비재로서의 교육이 아닌, 국가가 보증하는 권리로서 교육을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학생 대표들은 눈에 띠게 쾌활하다고 알려졌으며 경찰 탄압과 그들의 개인적인 안전에 대한 위협에 맞서 대담했다. 바예호는 피녜라 정부 지지자가 위협하자 이에 대한 응답으로 트위터를 통해, 경찰 보호를 요구하도록 강요받고 있다고 알렸다.

학생들 요구, 근본적이며 전략적

학생들의 요구는 전적으로 전략적이며, 단순한 교육제도 개정을 넘어 경제와 정치 모델의 전체 변화를 요구한다. 이는 그들이 세금개혁과 광산 재국유화를 통한 부의 재분배를 제외하면, 국가의 교육 투자에 필요한 자원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생들은 환경 활동가들, 칠레 전략 광산 사업의 노동자들 그리고 지역 단체 시민들에 의한 사회 운동과의 폭넓은 네트워크와 함께 그들의 요구가 조화되도록 추진해왔다.

올해초 파타고니아에서는 수력에너지 건설 사업 관련 환경운동과 학생운동간의 강한 연대도 벌어졌다. 그리고 가까운 미래에 새로운 관계들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점은 매우 농후하다. 원주민 마퓨체의 요구, 공공부문 노동자들, 광산에서 산재당한 노동자들 그리고 은행에 빚진 이들, 소매점들(칠레 개인 평균 채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모든 사례들은 재벌에 의해 만들어진 압제적인 권력구조 때문이다. 그렇게, 칠레의 겨울이 끝나갈 때 산티아고 거리 학생들의 투쟁은 칠레 사회의 다수를 대표하는 거대한 사회운동이 스스로를 나타낼 새로운 봄을 향한 길을 내고 있다.

그들의 목표는 진실한 참여민주주의를 건설하는 것이다. 최근 사건이 어떤 과정을 밟든 칠레는 더 이상 예전 같지 않을 것이다. 학생들의 투쟁은 칠레에서의 근본적인 변화를 필요로 하는 거대한 인구를 일깨웠다. 단지 몇달 전만 해도 불가능하게 보였던 것이 이제 분명한 의제가 됐다.

그러나, 그들의 강한 투쟁에도 불구하고 이 운동의 성공이 보증됐다고 보기는 힘들다. 교육, 보건, 사회정치적 권리에 대한 오늘날의 요구는 현재 헌법 아래에서는 답이 없다. 국민투표를 통해 새로운 헌법을 만들어낼 수 있는 헌법 개정 운동에 성공의 길이 놓여 있다. 이는 라틴아메리카 사회 운동이 지지하는 진보적인 정부들에 성공적으로 이어지는 길이기도 하다.

[저자]로베르토 나바리티(Roberto Navarrete)는 라틴아메리카 정치와 문화를 보도하는 웨사이트 알보라다넷(alborada.net)의 편집자이다.
[원제]Chile’s winter awakening
[원문] http://www.redpepper.org.uk/chile%E2%80%99s-winter-awakening/
레드 페퍼(Red Pepper )는 스스로를 사회주의, 페미니즘 그리고 녹색정치에 기초한 정치적 저항과 이의에 관한 잡지라고 소개한다.
[번역] 정은희(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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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 칠레 , 교육투쟁 , 청소년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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